(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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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로데이 아닌, ‘마이너스데이’ 공격 시대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막을 패치가 나오기 전에 공격자가 이를 악용하는 것을 ‘제로데이(Zero-day)’ 공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취약점이 공개되기도 전에 공격자가 익스플로잇(공격 코드)을 만들어 실제 공격까지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마이너스데이(Minus-day)’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프론티어 AI 모델의 사이버보안 관련된 연구를 보면, 취약점이 발견되기도 전에 공격이 들어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AI로 해커들이 취약점을 찾아 바로 공격하기 때문에 국가나 공공기관이 취약점을 찾기 전에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를 마이너스데이 공격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사실 취약점 공개 전에 공격자가 먼저 움직이는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다만 최근에는 공격자가 취약점을 발견하고 익스플로잇으로 만드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공개 전에 공격이 시작되는 사례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제로데이에서 마이너스데이로 넘어가는 흐름은 새로운 공격 유형의 등장이라기보다 공격자와 방어자 사이의 시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약점이 공개된 날을 ‘0일’이라고 해보자. 공개 하루 전부터 공격이 시작됐다면 ‘-1일’, 일주일 전부터 공격됐다면 ‘-7일’이다. 글로벌 보안업계에서는 이를 ‘네거티브(negativ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네거티브는 ‘음수’, 마이너스(minus)를 뜻한다. 그래서 ‘마이너스데이’라고 표현한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 퀄리스의 위협연구팀(TRU)은 지난 3월 발간한 ‘보안조치의 무너진 물리학(The Broken Physics of Remediation)’ 보고서에서 WinRAR 코드실행 취약점(CVE-2023-38831)의 익스플로잇이 취약점 정보가 공개되기 110일 전부터 유통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방어자는 취약점 정보도 패치도 없었지만 공격자는 이미 실제 공격에 활용할 수 있는 익스플로잇을 확보한 상태였다. 취약점이 공개된 뒤에도 기업들이 이 취약점을 조치하는 데는 평균 137일이 걸렸다. 퀄리스는 공격이 시작된 시점부터 평균 조치까지 전체 노출 기간을 247일로 분석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나(Follina·CVE-2022-30190) 취약점도 공개 30일 전부터 공격에 활용됐다. 포티OS(FortiOS) 인증 취약점(CVE-2024-55591)은 공개 60일 전, 윈도 커널 권한상승 취약점(CVE-2024-21338)은 182일 전부터 악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퀄리스가 공격 시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주요 취약점 52개 가운데 절반인 26개가 이처럼 공개 전에 이미 공격에 쓰였다.

공격과 방어의 시간 격차는 취약점이 공개됐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시스코 IOS XE 취약점은 공개 30일 전부터 공격에 쓰였지만 기업들의 평균 조치에는 공개 이후 263일이 걸렸다. 액티브MQ 원격코드실행 취약점은 15일 먼저 공격됐고 평균 조치에는 459일이 필요했다. 공격자는 며칠에서 수개월 먼저 출발하고 방어자는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취약한 상태를 안고 가는 ‘비대칭성’은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나온 ‘RSAC 2026 사이버보안 펄스 보고서(RSAC 2026 Cybersecurity Pulse Report)’는 이런 현상을 ‘네거티브 원 데이(negative one day)’라고 표현했다. 보고서는 취약점 악용 가능 시간이 2023년 약 5개월에서 올해 약 1.5일로 줄었으며 일부 상황에서는 패치가 나오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벌리는 공격·방어의 격차

이런 마이너스데이 현상은 AI가 취약점 발견과 익스플로잇 제작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서 더 극대화되고 있다.

앤트로픽이 지난 4월 공개한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Claude Mythos Preview)’는 앤트로픽 자체 테스트에서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알려지지 않은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 익스플로잇까지 만들었다. 보안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앤트로픽 엔지니어가 원격코드 실행 취약점을 찾도록 요청한 뒤 다음 날 작동하는 익스플로잇을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 이후 AI 기업들은 프론티어 AI 모델이 취약점을 찾고 익스플로잇을 만드는 능력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는 상황이다.

AI로 익스플로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계속 줄고 있다. 앤트로픽은 전문 모의해킹 연구자가 수주 걸릴 것으로 예상한 익스플로잇을 미토스가 수시간 만에 작성한 사례를 확인했다. 미토스는 FreeBSD의 17년 된 원격코드실행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 수시간 내 실제 익스플로잇까지 만들기도 했다.

취약점을 찾는 규모도 커졌다. 앤트로픽과 약 50개 파트너 기업들이 미토스를 방어 목적으로 활용한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에서는 초기 한 달 동안 고위험·치명적 취약점 1만개 이상을 발견했다. 일부 참여사는 취약점 발견 속도가 기존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취약점 관리의 병목이 취약점을 ‘찾는 것’에서 이를 검증하고 공개해 패치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8월 26일 기준 앤트로픽이 오픈소스 프로젝트 개발자에게 공개한 취약점은 2300건이다. 이 가운데 421건은 패치가 완료됐다.

RSAC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온다. 나디르 이즈라엘(Nadir Izrael) 아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과거 알려진 취약점에서 익스플로잇이 만들어지기까지 7~12일가량 걸렸지만 최근에는 이 시간이 분 단위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취약점이 공개되면 AI로 공격 코드를 만드는 일이 쉬워졌고, 그만큼 공격의 시간이 압축된다는 것이다.

패치 전에 공격하면, 어떻게 막나?

마이너스데이 공격은 방어자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패치가 나오기 전에 공격이 시작된다면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가 문제다.

퀄리스가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호국(CISA)의 알려진 악용 취약점(KEV) 조치 기록 10억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공격 시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주요 취약점 52개 가운데 88%는 평균적인 기업의 조치 속도보다 공격자의 악용이 빨랐다. 2025년에는 중대 취약점이 알려진 지 7일이 지난 뒤에도 63%가 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패치가 나오기 전에는 공격 경로를 먼저 막는 대응이 필요하다. 퀄리스는 네트워크 수준의 차단과 가상패치, 호스트 격리, 트래픽 차단 같은 보완 통제를 제시했다. 방화벽과 가상사설망(VPN), 게이트웨이처럼 외부에 노출된 장비는 현재 운영 중인 자산과 버전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명주 소장도 “AI 시대에는 취약점 대응이 결국 시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AI 시대는 공격과 방어가 시간 싸움이 된다”며 “사람의 힘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우리도 AI를 써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와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공격자가 파고들 시간의 틈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방어자가 AI를 활용해 공격자보다 취약점을 먼저 찾는 것도 대응 방법이다. 앤트로픽이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운영하는 이유도 공격자가 같은 AI 능력을 활용하기 전에 주요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아 수정하는 데 있다. 퀄리스 역시 위협정보와 기업의 실제 자산 정보를 연결해 실제 공격 가능한 취약점을 가려내고 조치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가 취약점을 발견하고 익스플로잇을 만드는 시간은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그만큼 마이너스데이의 ‘마이너스 폭’도 더 커질 수 있다. -1일이 -7일, -30일로 앞당겨질수록 방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패치가 나온 뒤 얼마나 빨리 설치하느냐뿐 아니라 공격자보다 먼저 취약점을 찾고, 패치가 없는 동안 공격 경로를 얼마나 빨리 차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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