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14조 AI팩토리, 공급도 자금도 시간도 샀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캐나다 브룩필드(Brookfield)와 손잡고 총 14조8000억원 규모의 AI팩토리 인프라를 확보합니다. 22년 만에 제3자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면서입니다. 들여다 보면, 혼자서는 벅찼던 AI 인프라 공급과 자금, 시간을 한꺼번에 푸는 방책입니다.
AI팩토리 시대, GPU도 부지도 찾기 어렵다
네이버가 지분까지 내주며 이 동맹에 들어간 이유는 AI팩토리 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빠르게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AI팩토리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AI로 만들고 쓰기 위한 공장(Factory), AI 시대에 맞춘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를 모아 AI가 쓸 수 있게 정제하고 보관하며, 이를 활용해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최적화하죠.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도, 요즘 대세인 손가락 있는 로봇의 학습도, 초개인화 쇼핑도 결국 이 공장을 거칩니다.
그런데 지금 AI팩토리를 만드는 일이 영 쉽지 않습니다. AI팩토리에는 GPU와 저장장치, 고속 네트워크, AI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센터 대비 높은 수준의 전력 공급과 대용량 냉각장치 등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갑자기 공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거죠, 생태계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는 게 현실입니다. 이미 국내외 칩 관련 기업의 올해 생산량은 주인이 다 정해진 상황으로 알려졌고요, 호남 반도체 단지 조성에도 전력이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도 비슷합니다. 역량이 부족해서는 아니고요. 회사는 스스로를 “데이터센터, GPU 클러스터, AI 플랫폼은 물론 자체 모델과 서비스까지 AI팩토리의 전 영역을 직접 운영해온, 글로벌에서도 드문 사업자”로 소개하는데요. 2019년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20여년간 축적한 인프라 운영 경험으로 냉각·전력·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AI 워크로드에 맞춰 모두 내재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스스로 꼽는 강점도 “즉시 실행 가능한 풀스택 AI 역량”이고요.
그런데도 지난해 네이버는 GPU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10만장 수준의 GPU를 대규모 클러스터로 굴리면서도, 더 필요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반복했거든요.
지난해 10월 경주 APEC을 계기로 엔비디아로부터 GPU 6만장을 약속받은 직후 열린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단25’에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 AI를 개발하는 데 있어 젠슨 황이 약속한 GPU 6만장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6만장이 하루아침에 다 들어와도 데이터센터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GPU도, 공간도, 시간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실 돈도 문제입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온힘을 쏟아붓는 판에,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이 약 6조원인 네이버가 이들과 정면으로 붙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네이버 입장에서 마냥 AI팩토리를 만든다고 해서, 고객을 잘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구글클라우드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사 고객들을 갖고 있어 크로스셀링에 유리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있다고 해도,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엔터프라이즈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가 마련한 AI인프라 확보 구조
이번 투자는 네이버가 AI팩토리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을 꿈꾸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 동맹에 합류하는 모양새입니다. 네이버는 이들로부터 투자와 인프라 조달을 합쳐 총 100억달러(한화 약 14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엔비디아로부터 10억달러(한화 약 1조4809억원)를 받습니다. 네이버 상장 이후 첫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엔비디아는 지분 4.5%를 확보하며, 오는 10월 말 납입이 완료되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다만 이 유상증자에는 90억달러(한화 약 13조3300억원)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선결 요건으로 붙어 있고요. 네이버는 이를 위해 브룩필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브룩필드는 인프라·재생에너지·PE·부동산·크레딧을 아우르는 운용자산 1조달러 이상의 운용사이고, 디지털 인프라와 청정에너지에 이미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이력이 있습니다.
브룩필드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나서 수백 메가와트(MW)에 달하는 GPU와 그린필드를 마련한 후 네이버가 이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양사는 12주 내로 본 계약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브룩필드가 대는 금액은 최대 90억달러이며, 프로젝트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은 네이버가 부담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가 자신들의 거대한 AI 생태계에 네이버를 핵심 파트너로 맞이한 구조로 풀이됩니다. 네이버는 “브룩필드가 AI 인프라 펀드 및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브룩필드가 지난해 11월 출범한 1000억달러(한화 약 148조원) 규모 ‘글로벌 AI 인프라스트럭처 프로그램(Global AI Infrastructure Program)’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마중물은 100억달러 출자를 목표로 하는 브룩필드 AI 인프라 펀드(BAIIF)로, 현재까지 모인 50억달러(한화 약 7조4000억원)에 브룩필드와 엔비디아, 쿠웨이트투자청(KIA) 등이 참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확보할 인프라 재원에는 엔비디아의 자본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셈입니다.
공급·자금·시간을 한 번에 푸는 네이버
네이버는 이 구조로 혼자서는 벅찼던 공급과 자금, 시간 세 가지를 한 번에 풀어냅니다.
먼저 공급입니다. 이번 브룩필드와의 본계약이 성사되면 네이버는 AI팩토리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발판을 얻습니다. 최신형인 베라 루빈과 블랙웰이 들어갈 예정고요. 또 BAIIF의 4대 투자 축 가운데 첫 번째가 ‘엔비디아 DSX 베라 루빈 레퍼런스 디자인 기반 AI팩토리’인데, 네이버는 이번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플랫폼 DSX를 도입합니다.
다음은 자금입니다. 브룩필드를 통해 마련하기로 한 90억달러 규모 컴퓨팅 인프라는 네이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인데요.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의 2배가 넘습니다. 혼자 GPU를 기다리고 부지를 넓혀가자면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고요. 시장 공식처럼, 한정된 자산과 시간 안에서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길을 택한 셈입니다.
지금 계획은 브룩필드의 PF로 인프라를 짓고 네이버가 이를 쓰는 구조입니다. 초기 부담을 뒤로 미루고 확장 속도를 사는 대신, 미래에 부담을 지는 방식이죠. 시장에서는 통상적인 데이터센터 사업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차주로 삼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다만 회사는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고요.
네이버는 일단 인프라만 갖춰지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회사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더해 전국 20여곳에 GPU 상면을 선제적으로 확보·운영하고 있으며, 표준 사양의 서버 체계를 구축해 자원 확보부터 서비스 개시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도 이윤이 남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자사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쓰며 교체할 수요처를 얻는 한편, 브룩필드 또한 이자나 장기 사용료로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에 발을 걸칠 기회를 얻은 겁니다.
수요 확보를 위한 전략도 있네요.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AI팩토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AI 컴퓨트 파트너십’ 계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파트너십이 성사되면 엔비디아는 GPU 공급을 넘어 수요·자본까지 함께 짊어지는 공동 사업 주체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닙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The Midway)에서 열린 정부 주재 ‘샌프란시스코 K-AI’ 서밋에서 “두 회사가 자금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네트워킹을 통해서 저희의 노하우를 스케일업하는데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짧은 시간 내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시장의 소버린(Sovereign)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회사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글로벌 AI팩토리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 200MW 규모까지 본 궤도에 올린 후, 이를 발판 삼아 1GW급으로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7년부터 AI팩토리 사업을 통한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24일 “세상의 다양성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각 국가마다, 각 집단마다 각 개인마다 여러 가지 AI가 나타나고 그런 AI들이 만들어지고 활동할 수 있어야만 세상의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으리라 저희는 믿고 있다”며, “이 꿈을 함께하는 전 세계 기업들과 함께 협력해서 그 세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물론 지금까지의 그림이 꽃밭으로 이어질지는 미정입니다. 네이버는 브룩필드의 자산을 쓰는 대가로 장기간 돈을 내야 하는데요. 그 돈을 대줄 건 결국 AI팩토리에 들어올 고객사입니다.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 성사되더라도, 공장을 얼마나 빨리 채워 돈을 버느냐는 네이버 몫이고요. 이번 승부수가 어떻게 흘러갈지 두고 볼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