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10년이 AI 됐다…지자체 홍보 자동화하는 ‘아리씨’
“제가 AI에 ‘A’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근데 이걸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김광선 주식회사 아리씨 대표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만든 건 지자체 홍보 담당자가 예산과 목표를 입력하면 최적의 캠페인 제안서를 자동으로 뽑아주는 AI 에이전트다. 마케팅 전문가도, 개발자도 아닌 영업맨 출신 대표가 10년치 현장 데이터를 무기로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아리씨(REC)’는 크리에이터 마케팅, 방송 프로그램 협찬, T맵 음성광고,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관광·축제·정책을 홍보할 때 이 네 가지를 한 창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력 시장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다. 10년간 전국 지자체를 직접 발로 뛰며 쌓아온 현장 경험이 이 회사의 핵심 자산이다.
아리씨가 구축한 AI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지자체 담당자가 “가을 축제, 예산 5000만원, 수도권 30~40대 가족 관광객 유치”처럼 조건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크리에이터 마케팅·방송 협찬·T맵 음성광고·숏폼 콘텐츠 등을 조합한 캠페인 안 세 가지를 즉시 제시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다. 아리씨가 10년 동안 지자체·공공기관과 진행한 캠페인 결과보고서 약 1000건을 데이터화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매체 조합이 효과를 냈는지, 어느 시기에 어떤 크리에이터가 검색량을 끌어올렸는지가 모두 축적돼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방송도 알아보고, SNS도 알아보고, 유튜브도 알아보고 일일이 뛰어다니면서 제안서를 만들었어요. 우리는 10년 쌓아온 노하우가 데이터로 있으니까, 제안이 바로 나오는 겁니다.”
이는 파트너사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인크로스(SK 계열 광고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T맵 광고를 집행한 뒤, 결과 데이터가 자동으로 보고서 양식에 채워지는 구조다. 김 대표는 “인크로스가 지자체 상대로는 광고 상품을 잘 팔지 못했는데 우리랑 일하고 나서 일년에 100건, 200건씩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리씨가 전국의 지자체와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맛 여행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목포가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가 처음 목포와 일을 시작했을 때 연간 관광객은 500만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명을 넘는다. TV,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을 통해 목포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스토리텔링을 한 결과다.
동해시 묵호항 논골담길도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5년 전만 해도 한가하던 동네가 지금은 ‘묵호항 다녀오기 챌린지’가 인스타그램을 달굴 만큼 뜨거워졌다. 드라마 촬영 유치, 예능 프로그램 노출, 크리에이터 방문 콘텐츠를 꾸준히 반복한 결과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목포에서 진행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목포를 경험한 후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지원했어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목포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 구독자들이 ‘목포 가면 맛있는 여행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인식하게 되는 거죠.”
T맵 음성광고는 지역 관광 홍보에 특히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대전 내비게이션에 대전 성심당을 찍은 운전자에게 “공주 공산성에서 무령왕릉 축제를 엽니다”라는 음성 광고를 내보내는 식이다. 특정 지역에 방문하면 광고가 나오도록 할 수도 있다. 화천과 포천 진입로에 들어선 운전자에게 철원 한탄강 축제 광고를 내보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45만 명이 한탄강 축제 광고를 듣게 된다.
물론 반짝 효과에 그친 사례도 있다. 특정 지자체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뒤 주말마다 도로가 주차장이 될 만큼 사람이 몰렸다. 주민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마케팅을 중단했다. 관광객은 30~40% 줄었다.
“TV는 효과가 많아야 6개월에서 1년이에요. 그다음엔 다른 데로 넘어가요. 꾸준히 반복하지 않으면 빠집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아리씨가 단순 광고대행사가 아닌 ‘매체사’ 모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광고대행사는 인맥으로 움직였다. 아는 유튜버에게 연락해 일정을 맞추고, 금액을 협의하고,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조율하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했다.
아리씨는 크리에이터와 표준 계약을 먼저 맺어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아리씨와 표준 계약을 체결한 크리에이터는 400여 명이다. 수요처에서 어떤 요청이 들어오든 즉시 매칭이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방송 협찬 네트워크, T맵 음성광고, 영상 제작까지 묶어 한 창구에서 통합 캠페인을 운영하게 한다. 언론진흥재단에 매체사로 등록을 마쳐 정부 광고 수요와의 공식 연결 창구도 열어뒀다.
이 같은 성과에 일본 지자체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은 일본 지자체와 관광기관들이 아리씨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지자체 축제 등을 한국 방송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통해 노출하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다음 날 일본으로 출국해 현지 협력업체와 전략적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리씨의 미션은 명확하다. “버려진 공간과 문화와 사람에 집중한다”는 것. 김 대표는 이를 “Refresh Your Energy to be Cool”이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했다. 목포 하당 먹거리 골목, 동해 논골담길, 철원 한탄강. 관심이 끊겼던 곳들이 마케팅 한 번으로 다시 사람을 부르는 장면을 10년째 반복해서 봐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