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넘쳤던 구글조차 감당 힘든 AI 투자…구글, 127조원 유상증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치열한 AI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천문학적 투자 유치다. 알파벳은 지난 1일(현지시간) 847억5000만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알파벳이 발표한 공모 구조는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클래스A·클래스C 주식 180억달러(약 27조원)와 전환우선주 167억5000만달러(약 25조1000억원) 등 공개 공모로 347억5000만달러(약 52조1000억원)를 조달한다.
여기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100억달러(약 15조원)를 사모 투자 형태로 집어넣는다. 클래스A 주식에 50억달러, 클래스C 주식에 5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는 방식이다. 워런 버핏의 참여는 시장에 일종의 신뢰 보증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수시로 주식을 파는 ATM(At-The-Market)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400억달러(약 60조원)를 추가 조달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알파벳은 당초 8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로 공모를 발표했지만, 투자자 수요가 몰리자 사흘 만인 3일 847억5000만달러로 규모를 키웠다.
알파벳이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건 21년 만이다. 그동안 알파벳은 굳이 외부에서 돈을 끌어올 필요가 없었다. 연간 영업현금흐름만 170억달러(약 25조5000억원)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가 주식을 새로 찍어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건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구글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구글이 2004년 상장(IPO) 당시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약 16억7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였다. 당시에도 IT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형 이벤트였는데,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51배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셈이다.
알파벳은 조달 자금의 용도로 “AI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컴퓨팅 역량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내세웠다. 실제로 알파벳의 설비투자 규모는 2022년 310억달러에서 2026년 약 6배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시를 보면 400억달러 규모의 ATM 프로그램 수익금은 주로 임직원 주식 보상(RSU) 베스팅에 따른 세금 납부 방식의 변경에 쓰인다. 알파벳은 이 중 약 300억달러(약 45조원)가 2026년 한 해 동안 임직원 주식 보상 관련 세금 의무를 충당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달액의 35%가 직원들에게 준 주식 보상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빅테크 간 AI 인재 쟁탈전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메타·오픈AI·앤트로픽 등이 핵심 연구자 한 명을 붙잡기 위해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알파벳도 인재 이탈을 막고 외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주식 보상을 대폭 늘렸고, 그 규모가 회사 자체 현금흐름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이다.
알파벳은 지난 4월 주요 임원들에게도 수천만달러 규모의 성과연동주식(PSU)과 제한주식(GSU)을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임원부터 일반 직원까지, 전사적으로 주식 보상이 대폭 늘어난 결과가 이번 공모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희석을 우려한 기존 주주들의 반발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 알파벳 공모는 달랐다. 알파벳의 구독 서비스 가입자는 유튜브와 구글원을 중심으로 3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클라우드 사업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AI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결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세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AI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 전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AI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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