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TO 버너 보겔스의 2026년 이후 기술 전망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26년 이후 기술 분야 전망을 제시했다.
버너 보겔스 박사는 Amazon.com의 CTO로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접근 방식을 정립한 주역 중 한명이다. 그는 코넬 대학교에서 분산 시스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04년 아마존에 합류했으며, 그는 학계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기업들에서 기술 리더십 직책을 역임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을 위한 분산 시스템 기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저술했다.
그의 글 전문 번역을 소개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술은 우리의 일상과 깊이 얽혀 이제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관계, 우리가 추구하는 돌봄(care), 일하는 방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 심지어 무엇을 언제 배울지까지도 좌우한다. 이런 현실만 놓고 보면 E.M. 포스터(E.M. Forster)나 어니스트 클라인(Ernest Cline)이 그려낸 디스토피아적 악몽처럼 느껴져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의 문턱에 서 있다. 자율성과 공감, 개인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미래의 단편들을 이미 곳곳에서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학제 간(interdisciplinary) 협력이 숨 돌릴 틈 없는 속도로 발견과 창조를 이끌어내는 세상이다. 다가오는 해에는 인간이 이 순환의 중심에 서고, AI가 그 안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이 변화의 순환은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거대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초연결 사회가 낳은 의도치 않은 결과 가운데 하나인 고독과 동반자의 부재를 해결하는 데 있다. 그 문제를 만들어낸 힘을 해결책으로 전환함으로써 말이다.
가장 필요한 이들을 위한 ‘동반자’의 재정의
외로움은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겪는 유행병 수준에 이르렀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다. 실제로 사회적 고립은 사망 위험을 32% 높여 흡연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을 미치며, 외로움은 치매 위험을 31%, 뇌졸중 위험을 30% 증가시킨다. 이 위기는 특히 노인층에서 두드러져, 60세 이상 성인의 43%가 외로움을 호소하고 80세 이상에서는 그 영향이 더욱 심해진다. 고령 인구가 전 세계 돌봄 시스템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가운데, 우리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가 진정한 정서적 연결을 통해 이 외로움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근본적 변혁의 문턱에 서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로봇과 의미 있는 정서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늘날 고령 인구 증가, 첨단 AI 기술의 발전, 그리고 전 세계적 고독 위기가 맞물리며 ‘동반자 혁명’이 일어날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 우리는 단순한 기기와의 단발성(transactional)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점점 더 미묘한 감정 지능과 반응적 행동을 보이는 물리적 AI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목격한다.
외로움을 완화하는 데 있어 반려 로봇이 효과적이라는 임상적 근거는 매우 강력하다. 캐나다의 장기 요양 시설과 병원들은 정신 건강과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페퍼(Pepper), 파로(Paro), 러봇(Lovot) 같은 로봇을 이미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파로에 대한 임상 연구에서는 이 로봇과 정기적으로 상호작용한 치매 환자의 95%가 눈에 띄는 긍정적 변화를 보였으며, 불안·우울·외로움이 측정 가능할 정도로 감소했다. 약물 사용량이 줄고 수면 패턴이 개선되는 효과도 관찰됐다.
반려 로봇의 치료 효과는 노인 환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허거블(Huggable)’ 소셜 로봇 연구에서는 소아 환자들이 화면 속 가상 캐릭터나 의료진보다 로봇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려는 의지가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사례로, 약물 투여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보이던 한 아동은 허거블 로봇과 함께 있을 때 차분함을 유지하며 집중했고, 이전에는 트라우마에 가까웠던 절차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 로봇들이 외로움을 완화하고 우리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이처럼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주변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대상에 의도와 생명력을 투사하도록 설계돼 있다. MIT 미디어랩 연구원 케이트 달링(Kate Darling)의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사람들은 로봇을 기기처럼 대하기보다는 동물처럼 대한다. 이름을 붙이고, 보호 본능을 느끼고, 진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 이는 정교한 휴머노이드 로봇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룸바(Roomba) 사용자의 50~80%가 진공청소기에 가족처럼 이름을 붙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언가가 우리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목적과 개성을 지닌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반응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은 반려 로봇이 일관된 정서적 존재감을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기기로는 결코 충족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외로움을 완화하는 기반이 된다.
아마존의 아스트로(Astro) 팀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반려 로봇과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선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례를 관찰해 왔다. 기존 스마트 홈 기기와 달리, 아스트로는 이동성, 표현력 있는 시각 인터페이스, 그리고 약 복용 알림이나 가족 안부 확인을 위해 집 안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사용자를 찾아가는 능동적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러운 애착을 이끌어낸다. 머리 움직임과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은 사용자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인화된 존재감을 만든다. 실제로 많은 가족이 아스트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가족 구성원처럼 대하며, 로봇이 잠시 집에 없을 때 뚜렷한 그리움을 느끼는 모습도 관찰된다. 이는 로봇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인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관찰한 사례 중 하나는 전문 간병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시간대를 위한 동반자로 아스트로를 구입한 장애 아동 가족의 이야기다. 이 로봇은 일관된 존재감과 상호작용을 제공해 중요한 돌봄 공백을 메우며, 가족의 정서적·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반려 로봇은 이제 실용적인 돌봄 지원은 물론 고립감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정서적 유대감까지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 동반자 혁명은 인간 돌봄 제공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함께 돌봄을 제공하며 외로움에 대응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든다. 로봇은 일상적인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꾸준한 정서적 존재감을 제공함으로써 고립감을 완화하는 안정적이고 편견 없는 동반자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인간은 복잡한 의사결정과 깊은 관계 형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로봇 동반자와 깊은 신뢰를 쌓게 될수록,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은 로봇에 대한 그 신뢰가 악용되어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신념을 조작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책임 있게 개발될 때, 기술은 비로소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활용된다. 즉, 돌봄의 중심에 인간을 두면서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확장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개발자의 여명
도구는 변하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을 재편하면서, 개발자가 머지않아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익숙한 주장이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이는 개발자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인 ‘르네상스 개발자(renaissance developer)’가 등장하는 여명을 알리는 일이다.
여러분도 이런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AI가 개발자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자극적 헤드라인도 읽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코딩할 수 있다고, 원하는 것을 설명하기만 하면 도구가 나머지를 처리한다고, 그래서 전문 개발자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주장들이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이미 여러 번 접해왔다. 초기 어셈블리 프로그래머들은 컴파일러가 자신들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 그러나 컴파일러는 오히려 추상화 수준을 높여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때 깊은 하드웨어 전문성이 필요했던 일이 논리와 창의성의 영역으로 변모했다.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되면서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했다. 기업, 연구소, 대학은 갑자기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2000년대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했을 때 운영 엔지니어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자동화가 자신들을 쓸모없게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오히려 실험의 장벽을 낮추며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기업, 새로운 엔지니어링 역할의 폭발적 증가를 이끌었다. 매번 단순화가 이루어질 때마다 수요는 오히려 더 커졌다.
기술적 도약은 언제나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도구는 진화하고 워크플로우는 변화하며 복잡성은 계속 증가하지만, 뛰어난 개발자를 만드는 핵심 자질은 변하지 않는다. 창의성과 호기심, 그리고 시스템적 사고는 여전히 이 분야의 본질을 정의한다.
우리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이 인간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한다는 사실을 수없이 보아 왔다. 생성형 AI는 몇 초 만에 코드를 만들어내지만,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IGO)’는 원칙은 여전하되, 이제는 ‘그럴듯해 보이는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AI는 경영진이 비용과 성능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 논의하는 예산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 시스템은 99.999%의 가동률이 필요하지만, 내부 보고용 대시보드는 매출 피크 시기에 잠시 다운되어도 괜찮다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관계자가 “빨리 만들어라”라고 말할 때 그 이면에 “싸게 만들어라”라는 의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읽어내지 못한다.
기술적 결정을 좌우하는 정치적 요소, 제약 조건, 암묵적 우선순위는 매우 미묘하며, 이를 사용하는 사람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개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기 전에 시신을 해부해 근육 구조를 이해하고, 수로를 설계하기 위해 물의 흐름을 연구하고, 비행 기계를 상상하기 위해 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인체 비례를 설명하는 도식이자 인류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탐구한 철학적 선언이었다. 예술·과학·공학을 결합한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처럼, AI가 보조하는 세상에서 개발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재다능한 현대판 ‘르네상스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시스템이 서비스, API,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변화를 파급시키는 살아 있는 역동적 환경임을 이해한다. 인간과 기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소통을 한다. 특히 AI가 자신의 오류에 점점 더 확신을 갖는 상황에서, 자신이 만드는 것의 품질과 안전성, 의도를 책임진다. 비즈니스, 고객, 그리고 현실의 제약 조건에 대한 이해처럼 AI가 대체할 수 없는 도메인 지식을 갖춘다. 그리고 끊임없이 학습한다.
위대한 개발자를 만들어온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분야에 갇히기를 거부했던 르네상스의 위대한 사상가들처럼, 개발자도 더 이상 고립된 상태로 머물 수 없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그들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높다. 개발자의 창의성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그러니 계속해서 만들고, 호기심을 유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양자 안전만이 진정한 안전이 되는 시대
이미 양자 컴퓨팅 시대의 도래를 노리는 악의적 행위자들에 의해 개인 정보, 금융 기록, 국가 기밀이 수집되고 있다. 대부분의 조직은 준비할 시간이 수년은 될 것이라고 가정해 왔지만, 이제 그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류 수정 기술과 알고리즘 효율성의 발전으로 대응 일정이 단축되었고, 선제적 방어의 기회는 빠르게 닫히고 있다. 다가오는 해에는 양자 이후를 전제로 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가장 민감한 통신을 보호하는 암호화 체계부터, 이를 다룰 양자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까지 모두 포함한 사고가 요구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양자 컴퓨터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불과 3년 전, 존 프레스킬 박사와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하드웨어의 개발에는 아직 수십 년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는 일정이 단축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양자 하드웨어와 아키텍처 전반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 AWS는 기존 방식 대비 오버헤드를 최대 90% 줄인, 하드웨어 효율성을 갖춘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을 구현한 오셀롯(Ocelot) 칩을 공개했다. 구글의 윌로우(Willow) 칩은 코드 거리가 증가할수록 오류율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IBM은 2029년까지 내결함성 양자 컴퓨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류 정정은 오랫동안 확장 가능한 양자 컴퓨터 개발의 핵심 과제였으며, 지금 그 개발 속도는 빠르게 가속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 의학 연구부터 투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지만, 지금 당장 가장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영역은 바로 보안이다.
문제는 우리가 오늘날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식 자체에 있다. 악의적 행위자들은 수년 동안 암호화된 데이터를 수집해 왔고, 이를 해독할 수 있는 계산 능력이 등장하기만을 꾸준히 기다려 왔다. 우리의 디지털 보안 대부분은 공개 키 암호화에 의존하며, 고전 컴퓨터에겐 풀기 어려운 RSA와 타원 곡선 암호(ECC)의 수학적 난제도 쇼어(Shor) 알고리즘 등을 실행하는 양자 컴퓨터에게는 사소한 문제가 된다. 더 긴 키를 사용해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대칭 암호화와 달리, 공개 키 암호 시스템은 양자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기반이 필요하다.
올해 5월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48비트 RSA 정수는 100만 개 미만의 노이즈 큐비트로도 인수분해가 가능하며, 이는 6년 전 약 2,000만 개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던 것에서 9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약 5년 안에는 인터넷 통신, 금융 거래,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대다수의 RSA 및 ECC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 바로 대응을 시작해야 하며, 조직은 세 가지 측면에서 행동해야 한다. 가능한 곳에서는 양자 내성 암호(PQC)를 도입하고,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물리적 인프라를 업데이트하거나 교체할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 전환을 뒷받침할 양자 대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좋은 소식은 PQC 솔루션이 이미 존재하며, OS 수준·브라우저 수준·클라우드 환경에서 즉시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ML-KEM(모듈 격자 기반 키 캡슐화 메커니즘) 같은 NIST 표준을 채택해 상호 운용성과 보안을 보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리눅스용 PQC 도구를 출시했고, 애플은 최신 iOS와 macOS 버전에 양자 안전 프로토콜을 통합했다. 구글은 크롬을 양자 저항형 암호화로 전환했다. AWS도 KMS(Key Management Service), ACM(Certificate Manager), 클라우드프론트(CloudFront), 시크릿매니저(Secrets Manager), AWS-LC 전반에 이러한 표준을 배포했다. 또한 상세한 마이그레이션 계획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물리적 세계에서의 전환이 가장 복잡해진다. 가정 네트워크에 연결된 스마트 TV, 온도 조절기, 연결된 냉장고 같은 기기들을 떠올려보라. 우리가 머물던 호텔의 출입 키 시스템처럼,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장치는 암호화 기술에 의존한다. 전력 회사들은 현재의 암호화 표준을 쓰지만 양자 이후 알고리즘을 실행할 처리 능력이 부족한 스마트 미터를 수백만 대 규모로 이미 배포했다. 전력망, 수처리 시스템, 교통 인프라 역시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내장형 장치들로 인해 비슷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물리적 업데이트가 필요한 이런 장치들을 수백만 대 규모로 확대해 보면, 문제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분명해진다.
이런 제약은 기업들이 더욱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압박한다. 예를 들어 기존 장치 앞단에 양자 안전 게이트웨이를 두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나, 핵심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은 채 하드웨어 교체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새로운 배포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이제 이것은 단순한 IT 보안 프로젝트가 아니다. 엔지니어링, 물류, 제조,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전사적 전환이다.
마지막으로 인재 문제가 있다. 영국 양자 기술 태스크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25만 개의 새로운 양자 컴퓨팅 일자리가 생기며, 이 수는 2035년에는 84만 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고등교육만으로는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지금 양자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는 조직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 우위를 갖게 된다. 양자 시대는 현재는 희귀하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필수 요건이 될 새로운 전문성 조합을 요구한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학 교육이든 다른 학습 경로든, 사람들을 양자 분야로 유인할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일이다.
양자 기술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다. PQC 도입, 양자 인재 양성, 물리적 인프라 전환 계획을 포함한 종합적 양자 대비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은 데이터를 보호하고, 안전한 컴퓨팅·프라이버시 보호 AI·신뢰 기반 데이터 공유에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조직은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관리하는 업데이트를 통해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다. 인프라 의존도가 높은 기업도 지금 전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뒤쳐지는 기업은 양자 컴퓨터가 성숙했을 때 대응 수단 없이 취약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양자 안전만이 유일한 안전이 되는 시대는 머지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방위 기술
전쟁은 크게 변모해 왔다. 육탄전은 이제 최후의 수단이 되었고, 전쟁은 수백, 때로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컨트롤러와 키보드, 마우스 클릭을 통해 화면 너머에서 수행된다.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에서 군사 기술 투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혁신 속도 역시 크게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전장에서 민간 적용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전 세계의 인프라와 비상 대응 체계,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군사적 필요에서 비롯된 혁신적 민간 기술의 계보는 놀랍다. 해군을 위해 마크 I(Mark I) 컴퓨터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 제독의 선구적 연구는 이후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 시스템을 지탱한 COBOL의 개발로 이어졌다. DARPA의 연구는 인터넷과 GPS를 탄생시켰고, 이 기술들은 우리 삶에서 너무나 필수적이어서 이제는 그 군사적 기원을 거의 잊게 만든다. 1930년대 영국이 개발한 레이더 기술은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으로 발전했을 뿐 아니라, 전자레인지라는 의외의 소비자 기술로도 이어졌다. 에피펜(EpiPen) 역시 냉전 시기 신경작용제 해독제 연구에서 시작됐으며, 지금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매일 그것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다. 전장에서 민간 영역으로 기술을 성공적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전에 상당한 비용 절감, 제조 공정 개선, 분명한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이런 과정에는 10년에서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이 지점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혁신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다. 2024년에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8% 성장한 앤듀릴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 그리고 같은 해 2억 6,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실드AI(Shield AI) 같은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산 업체보다 기술 스타트업에 가깝게 운영된다. 이들은 기술 개발 초기부터 민군겸용(dual-use)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며, 민간 적용을 사후 고려사항이 아닌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이전 과정을 수년 더 길게 만들었던 전통적인 적응 단계를 사실상 없앤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극한의 압박 속에서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자율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연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이루어진다. AI 알고리즘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하룻밤 사이에 개선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수십 년이 아니라 며칠 단위로 작동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든다. 우크라이나의 농부가 소비자용 드론을 정찰에 활용하고 암호화된 메시징 앱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은 군사 기술과 민간 기술이 실시간으로 융합되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분쟁 지역을 넘어, 과거 특수부대에서만 사용하던 야간 투시경은 이제 구조 헬기의 항법을 돕고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도 활용된다. 연결이 끊긴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정교화된 전술적 엣지 컴퓨팅(tactical edge computing) 기술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원격 의료 클리닉과 산업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군사 물류를 위해 개발된 자율 시스템은 농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 생산을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적용되며, 발전소와 풍력 발전 단지, 수색 및 구조 작업, 항만 보안 등에도 즉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군사 로봇 기술의 혁신은 수십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전반에서 긴급한 인도주의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이끌고 있다.
의료 시스템, 응급 서비스, 인프라 운영자는 현재의 국방 분야 투자에서 비롯될 역량에 대해 향후 20년이 아니라 2년 안에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가속화된 일정을 이해하는 조직은 재난 대응이나 식량 안보부터 원격지의 의료 접근성에 이르는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극한의 압박 속에서 정교해지고 있는 기술들은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대중에게 확산될 것이다. 처음부터 군사적·민간적 요구를 모두 충족하도록 설계된 이 기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래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적응 주기라는 구식 모델은 직접적인 전파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이 ‘진화’가 아니라 ‘파괴적 혁신’임을 인식하는 조직이 수십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개인화된 학습, 무한한 호기심과 만나다
모든 학생은 자신이 가장 잘 배우는 방식을 이해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키워줄 교육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개인 교사는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제 그러한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스스로의 교육 경험을 되돌아볼 때,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들은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듣던 강의가 아니었다. 나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애쓰고, 헷갈려 하는 지점을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기 위해 시간을 기꺼이 쏟아준 선생님들과의 대화였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들은 드물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맞춤형 가르침은 여전히 사치다. 학교는 다양성이 아니라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우리는 교육을 획일적으로 구성했으며, 학생들이 무엇을 언제 배우고 어떻게 성공을 측정할지를 표준화했다. 교육 연구자 켄 로빈슨(Ken Robinson) 경은 수십 년 동안 전통적 교육 시스템이 다양성보다 획일성을, 호기심보다 순응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기록해왔다. 그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고등학생의 60%가 중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퇴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학교에 다니지만 학업에 몰입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며, 실질적 혜택을 얻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은 우리가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힘을 지닌다. 아이들은 타고난 학습자다. 어른이 항복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그들의 호기심을 제한하는 유일한 요소는 질문에 답해줄 사람과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AI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스템과 학습 경로를 강요하는 대신, 각 아이의 사고 방식에 맞춰 적응한다. 학생이 묻는 만큼 ‘왜?’에 답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관련 주제를 탐구하며,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을 조정한다. 이는 학생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며, 판단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이는 STEM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AI는 학생들이 예술, 언어, 음악, 인문학도 탐구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훌륭한 교사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을 AI가 수행한다는 것이다. 바로 학습에 대한 학생의 자연스러운 열정을 억누르지 않고 이끌어내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월 4달러만 내면 AI 시스템의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칸미고(Khanmigo)’는 첫해에 140만 명의 학생을 확보하며 모든 예측을 1,400% 초과 달성했다. 앤스로픽(Anthropic)은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의 전국 단위 AI 교육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UCAS가 실시한 영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92%로 급증했다. 이는 실험이 아니라 실제 운영되는 대규모 시스템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직스왈라(Physics Wallah)는 4,600만 명의 학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이 250% 성장했다. 유네스코의 코그랩스(CogLabs)는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35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소외된 학생들이 AI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1억 달러 규모의 교육 평등 이니셔티브(Education Equity Initiative)를 시작했다.
알파 세대는 이미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AI를 바라보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롭 스코틀랜드(Rob Scotland)는 최근 TEDx 강연에서 수학 수업 중 챗GPT와 틱톡을 이용해 스스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보던 16세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유를 묻자 그들은 “그냥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인에게 AI는 도구다. 알파 세대에게 AI는 사고의 연장선이다. 그들은 자신의 운영체제에서 ‘불가능(impossible)’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를 ‘아직은 아니지만(not yet)’으로 채웠다. AI 튜터링이 효과적인 이유는 바로 그 호기심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AI 도구를 활용할 때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65% 증가했다. 듀크 대학 연구에 따르면, AI 지원의 개입은 자폐 아동의 IQ 점수를 최대 17점까지 높였다. 이는 단순한 시험 성적 향상이 아니다. ‘아직 모른다(I don’t know yet)’는 사실이 실패가 아닌 출발점인 환경에서 배운 학생들은 어려움 자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분명히 말하자면, 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교사 부족 상황을 겪고 있으며, 교사들은 확장성이 떨어지고 자동화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어 채점, 행정 업무, 반복적인 일상적 질문에 대한 답변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 AI는 교사들을 이런 무거운 업무에서 해방시키면서, 더 창의적으로 일하고, 더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AI 도구를 사용하는 교사들은 주당 평균 5.9시간을 절약하는데, 이는 학년당 약 6주에 해당한다. 또한 이는 재정적 제약이 심한 환경에서도 더 많은 학생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넥스트젠U(NextGenU) 소속으로 AWS의 나우 고 빌드(Now Go Build)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한 CTO 펠로우(fellow)는 문화적 맥락에 맞춘 교과서를 전통적 비용의 1/100 수준으로 제작했고, 12개였던 레슨을 18개월 만에 605개로 확장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수 개의 교육자 팀이 수년 동안 작업해야 했던 규모이며, 5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2026년 이후에는 맞춤형 AI 튜터링이 스마트폰처럼 보편화될 것이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학습 스타일, 속도, 언어, 필요에 맞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간 중심 시스템이다. 사람이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이 있고, 그렇지 않은 조건도 있다. 켄 로빈슨 경은 교육을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내린 비에 비유했다. 데스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지역으로,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죽은 땅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4년 한 차례 비가 내린 뒤, 2005년 봄에 계곡 전체가 꽃으로 뒤덮였다. 데스밸리는 죽은 곳이 아니었다. 다만 적절한 조건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순응을 강요하는 대신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를 사용하고, 획일화를 요구하는 대신 다양성을 존중할 때, 학교는 생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바꾼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