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느린 산업, ‘버티는 법’을 설계해야 기술 기업도 산다”
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 인터뷰
작물 생장 살피는 예찰 로봇·농약 대신 살포하는 방제 로봇 개발
방제 로봇으로 대통령상 수상…”국내서 현금 벌고, 해외서 스케일업”
스마트팜에 적용할 로봇 기술을 만드는 아이오크롭스의 창업자, 조진형 대표와는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처음 봤을 때 “아이언맨 만들려던 공학도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수확로봇에 꽂혀 농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흥미로웠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선 파프리카를 원격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실제 농장에 적용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그후로 또 3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뭐든 승부를 봤을 것 같은 시간이 흘렀지만, 스마트팜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농업 현장을 바꾸겠다고 뛰어들었지만, 아직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제일 필요한 것 하나만 꼽자면 농업인데, 이 농사라는 게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디다. 씨앗뿌려 수확하기까지 작물의 생작주기는 공산품과 달리 대체로 1년이 기준이며, 농가에서 로봇을 구매해 쓰는 데는 돈도 부담이 된다.
“빠른 실험, 빠른 성과라는 스타트업의 상식을 그대로 가져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 지난 3년 간 아이오크롭스가 4개의 농장을 최소 2년 씩 농사를 지어보며 내린 결론이다. 농사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이윤이 많이 남지 않으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시장에는 이미 너무 빠른 성장 전략을 짰다가 거꾸러진 사례도 있다. “산업의 속도에 맞추되 우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를 내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게 조 대표가 그간의 시간을 수업료로 내고 얻은 교훈이다.
첫 번째 깨달음 “로봇이 모든 것에 효율적이진 않다”
아이오크롭스가 주로 하는 일은 농업 현장에서 쓰일 로봇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온실 자율주행 로봇 ‘헤르마이(HERMAI)’가 있다. 피지컬 AI 조이스틱을 써서 무거운 농약통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로봇에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다국어를 지원하는 등의 기능으로도 농업 현장에서는 기대를 받는다. 기술을 인정 받아 헤르마이로 올해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헤르마이와 같은 로봇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AI 기능을 지원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처럼 대화하는 챗GPT 정도의 능력은 없다. 조 대표는 전 세계 20여 개 온실 로봇 회사들이 양산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과도한 지능’과 ‘높은 가격’에서 찾는다. 아이오크롭스의 전략은 “최대한 지능을 빼고 기계처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구간은 기계적 구동에 맡기고, 수확을 위한 판단 등 꼭 필요한 영역에만 AI를 개입시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로봇 제품 라인업도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이론상 효율적일 것 같았던 ‘운반 로봇’은 실증 결과 지게차보다 효율이 낮아 과감히 포기했다. 실제 농장 동선과 비용을 대입해보니 로봇이 개미처럼 박스를 옮기는 것보다 “한 군데 모아놓고 지게차로 사람이 한 번에” 처리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의 예찰로봇(식물 상태를 모니터링해서 AI로 수확량 등을 예측하는 로봇)의 적용 범위를 파프리카에서 토마토·방울토마토·딸기·참외·오이 등으로 확장했다. 최근 상용화한 방제 로봇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출시한 1000만원대 초반의 저가형 로봇 방제기는 출시 한 달 만에 30여 건의 문의가 올 정도로 현장의 반응이 뜨겁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약을 몸에 다 뒤집어 쓰기 때문”에 기피하는 농약 살포 작업을 대체한다는 점이 주효했다.

로봇의 사용 범위도 확장하려 한다. 최근엔 수확 로봇을 집중 개발하고 있는데 타깃 작물은 오이다. 오이는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매일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가장 높다. 이 영역에서 사람보다 30% 저렴한 비용으로 수확 가능한 로봇을 내놓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계산했다.
조 대표는 “로봇이 노동력을 실제 줄여주거나, 데이터 측정의 효용이 있어야 한다”고 기술 개발과 상용화의 기준을 만들었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현장 효율과 비용 절감이 통과 기준이다.
두 번째 깨달음 “국내는 ‘생명줄’, 국외는 ‘스케일업’”
아이오크롭스는 현재 110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으로는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투자 냉각기는 아이오크롭스에게도 한파였다. 조 대표가 찾은 생존 전략은 ‘현금 흐름의 이원화’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는 소규모 농가에 센서 제품을 보급하는 정부 보급 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확보했다. 이 돈이 아이오크롭스가 지속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됐다.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 지난 3년 간 공을 들인 사업이 ‘인력 관리 솔루션’이다. 온도·습도·작물 상태 같은 걸 AI로 확인한다고 해도 결국에 농장의 일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조 대표는 “누가 일을 잘하고 느린지, 느리다면 왜 그런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농장이 넓어지면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도 풀어야 할 문제로 봤다.
이 기술을 들고 북미로 진출한다. 국내 농가는 대체로 일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소규모 농가가 많은데 비해 수백명을 고용하는 북미 대형 농가에선 데이터 기반의 인력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미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으나 “업데이트가 안 되는” 문제가 있거나, 점유율 높은 업체들의 경우엔 굳이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니치 시장’이라고 판단해서다. 조 대표는 “제품 개선을 빠르게 하고, 편하게 만들어 놓으니 영업 4개월 차에 5개 농가에서 연락이 오더라”면서 “구독 모델이라 수익화가 좋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준비 기간이 길었지만,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에너지를 잃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결과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