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스토리지 2026 전망 “새해 AI 화두는 GPU보다 민첩성”
“내년 AI 시장의 화두는 GPU 확보를 지나 AI를 활용해 비즈니스에 도움되는 것을 얼마나 민첩하게 만들 수 있느냐로 넘어갈 것이다.”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은 2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을 전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인호 지사장은 “IT 입장에서 보면, AI 스택이 엔비디아 정리한 표준 아키텍처 스택에 머물러 있어야겠지만, 그럼에도 환경 자체가 모듈형과 다양한 형태의 스택으로 분화될 것”이라며 “새로운 걸 창조하기보다 만들어진 것을 빨리 취해서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퓨어스토리지에 따르면, 2026년 아태지역에서 AI 리더십은 조직이 AI 인프라 모델, 추론 엔진, 배포 플랫폼을 얼마나 자주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듈화되고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은 AI 스택을 구축한 기업이 고정형 대규모 인프라나 단일 벤더 아키텍처에 의존한 기업보다 앞서 나갈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능이 몇 개월마다 급격히 향상되고, 비용/성능 곡선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함에 따라, 기업은 정적인 AI 시스템을 단순히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얻지 못할 것이다. 대신, AI 경쟁에서의 승자는 수주 내에 모델과 추론 공급자를 교체할 수 있는 능력, 비용과 성능에 따라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엣지에서 워크로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 GPU 하드웨어, 양자화 포맷, 모델 아키텍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AI 코파일럿이나 에이전트를 분기마다 여러 차례 프로덕션 환경에 재배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퓨어스토리지는 또 하나의 전망으로 데이터 주권의 부상을 꼽았다. 전 지사장은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무언가 일어났을 때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역의 환경과 정책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비즈니스 회복력이 데이터 주권이란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데이터 주권이 비즈니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퓨어스토리지는 2026년 데이터 주권이 단순한 규제 준수 항목을 넘어 기업의 우선순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데이터 현지화 법규를 강화하고, 무역 관계가 디지털 국경을 재편함에 따라, 아태지역의 조직은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통제하는지, 시장 변화에 따라 얼마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선견지명이 있는 기업은 디지털 공급망을 맵핑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자산이 최소한의 마찰로 여러 관할 구역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정학적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2026년에는 공급망이 더 제한적이고 분절될 것으로 예상되며, 민첩성이 필수적이 된다. 소버린,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환경 간 전환이 가능한 조직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급망 제약 속에서도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을 정책이 아닌 전략으로 다루는 것이 기업 회복력을 정의할 것이다.
구독 모델의 IT 분야 정착도 전망됐다. 조직이 AI와 디지털 인프라를 조달하고 운영하는 주요 방식으로 구독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적 불확실성, 급변하는 AI 기능, 예측 불가능한 컴퓨트 수요에 직면해, 기업은 더 이상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기반 또는 다년간의 인프라 계약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컴퓨트, AI 모델, 스토리지, 사이버보안, 심지어 산업 특화 기능까지 월 단위로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모듈형 구독 기반 스택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변화는 기업이 워크로드, 예산, 시장 대응을 변화 속도에 맞춰 조정할 수 있게 하며, 구독 기반 아키텍처는 회복력과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된다.
전 지사장은 “기업의 경영진은 어떤 주제이든 공통되게 다각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 공급망, 구매처, 공장 등을 다각화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위험을 분산시키고, 멀티 클라우드와 멀티 AI, 멀티 채널 고투마켓 전략 등도 다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긴장, 집중된 디지털 인프라 위험, 지역별로 서로 다른 규제는 기업이 단일 시장 및 단일 공급자에 의존하는 구조를 버리도록 만든다. C-레벨 경영진은 운영 모델을 적극적으로 재설계하여, 다중 시장 공급망, 다중 클라우드 및 다중 AI 공급자 아키텍처, 다중 채널 고투마켓(GTM) 전략 등을 구축할 것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취약하지 않도록 하면서 아태지역 전역의 신흥 및 성숙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운영, 디지털, 상업적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아태지역 기업들은 기존의 ‘효율 최적화’ 전략을 구조적 회복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략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2026년은 AI 목표가 전력 공급 현실과 충돌하게 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워크로드가 급증하고, 국가 전력망이 전례 없는 수요 압박을 받으면서, 혁신의 최종 제약 요소는 성능이 아닌 전력이다.
전 지사장은 “앞으로 AI 경쟁의 승자는 에너지 효율성이 결정한다”며 “데이터센터 전력의 수요를 줄이는 한 방법이 스토리지를 올플래시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태지역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전식 디스크에서 플래시 스토리지로의 전환은 성능 향상만을 위해서가 아닌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인식형 생태계로 진화하며, 모듈 설계, 고급 냉각, 지능형 워크로드 배치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2026년 AI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단순히 AI를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다. 에너지가 디지털 진보의 새로운 화폐로 떠오르며, 기업의 기술 전략 설계, 배포, 차별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어 김영석 퓨어스토리지코리아 기술담당 상무는 기술 분야의 내년 전망을 설명했다.
그는 내년을 AI 모델이 공개된 인터넷 데이터 대신 기업 내부에 잠들어 있는 미활용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해일 것으로 전망했다.
AI 모델이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사실상 한계치에 이르고 있다. 이 시점부터 AI의 발전은 알고리즘 자체의 발전 못지않게,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를 얼마나 새롭게 발견하고 개방하느냐에 달리게 된다. 기업은 레거시 시스템, 메인프레임, 온프레미스 데이터베이스, 비정형 데이터 사일로 등에 갇혀 있던 내부 데이터를 발굴하고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으며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민감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확장성 있게 모델을 학습·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업계는 시뮬레이션과 리스크 모델링 분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할 것이며, 규제가 강한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전망이다. 결국 2026년은 공공 데이터 중심의 AI 개발에서 벗어나, 기업 내부에 숨어 있는 데이터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영석 상무는 “프라이버시와 거버넌스 제약으로 AI에서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없고, 그럼에도 발전을 이뤄야 하니 공백을 메울 수단으로 합성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기업들은 AI 성능이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일관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많은 대규모 조직은 여전히 부서나 지역별로 서로 다른 버전의 데이터 복제본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여러 개의 ‘진실’이 공존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초점은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정제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셋 거버넌스 즉, 신뢰할 수 있도록 정제되고 버전 관리되며 맥락이 정리된 단일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는 “변치 않는 원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이터셋 관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데이터 단편화를 제거하고, 일련의 변화되지 않는 데이터 분석하고, 일관되고 추적가능한 데이터셋을 유지 하는 조직이 모델의 신뢰성과 의사결정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 단편화를 제거하고 일관되고 추적 가능한 데이터셋을 유지하는 조직은 모델의 신뢰성과 의사결정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키게 된다. 엔터프라이즈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 양’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관리된 데이터셋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가에서 나온다.
지난 10여년 간 시장을 지배해온 독점적 하이퍼바이저 중심 구조가 2026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의 시장 재편이 신호탄 역할을 했지만, 실제로는 비용 상승, 시스템 복잡성, 인프라 통제력 저하에 대한 기업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아태지역의 기업들은 점점 부담이 커지는 라이선스 비용과 줄어드는 유연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인프라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3년전 브로드컴과 VM웨어 합병 당시 한번에 하이퍼바이저 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고객이 비용 증가와 관리 복잡성 때문에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고민하고 있다”며 “과거엔 VM웨어가 IT 복잡성을 줄이는 수단이었지만, 이젠 VM웨어가 더 복잡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있으며, 3년 간 고민하고 준비해온 고객이 이제 실행의 단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는 특정 벤더의 ‘제품’이 아니라 클라우드·컨테이너·엣지 플랫폼에 기본 탑재되는 기능(capability)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경량 하이퍼바이저, 오픈소스 기술, 클라우드 네이티브 오케스트레이션이 기존의 무거운 VM 기반 가상화 구조를 대체하면서 가상화의 개념 자체가 재편된다.
진정한 승자는 이를 ‘탈출(exodus)’이 아닌 ‘진화(evolution)’로 받아들이는 기업이다. 즉, VM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컴퓨트·스토리지·네트워크·AI 워크로드까지 전체 기술 스택을 가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업이 앞서게 될 것이다. 2026년의 인프라 스택은 모듈형 구조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개방형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벤더 종속은 점차 약화되고, 코드형 인프라(Infrastructure as Code) 운영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며 하이퍼바이저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2026년에는 격리 복구 환경(Isolated Recovery Environments, IRE)이 아태지역 전역에서 ‘특수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사회가 직접 요구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를 것이다. 랜섬웨어와 파괴적 사이버 공격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면서, 단순히 데이터를 백업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핵심은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느냐’에서 ‘복구가 실제로 보장되느냐’로 옮겨가며, 확실한 보안 격리 환경이 사이버 복원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는 “랜섬웨어 공격은 미국 FBI에서 911 테러 수준의 보안 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의할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떤 사이버 공격, 물리적 재난재해 등에 대해서도 복구를 보장하는 격리된 복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IRE 확산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다. 규제기관은 복구 무결성을 증명할 것을 요구할 것이며, 보험사들은 격리 환경의 검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할 것이다. 반복된 장애를 겪은 이사회는 절차적 약속이 아니라 구조적·아키텍처적 보장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물리적·논리적으로 분리되고 자동화되며 지속적으로 검증 가능한 복구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아태지역에서는 금융, 핵심 인프라, 제조업 등 다운타임이 곧 매출 손실이나 공공 위험으로 직결되는 산업에서 IRE 채택이 가장 먼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문화적 전환’이다. IRE는 기업이 회복력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해, 백업을 단순 운영 절차가 아닌 비즈니스 연속성 전략의 핵심 요소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는 “금융 서비스부터 시작해, 핵심 인프라, 제조업 중심으로 IRE가 기업 복원력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제 백업보다 복구가 더 중요한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