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접수하고 한국 갑니다” 하이퍼노트
진짜 필요한데, 정말 귀찮은 것이 회의록 정리다. 회의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실시간 요약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내용이나 스케줄, 업무 분장을 정리해 공유해야 한다. 직장인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한 서비스도 그간 많이 나왔다. 네이버 클로바, 그래놀라, 티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모델은 온라인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qge Model) 기능을 필요로 한다. 편하긴 하지만 이 내용이 밖으로 흘러나가진 않을까, 보안은 늘 불안한 요소다.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곳이 하이퍼노트(HYPRNOTE)다. 정지헌, 이유종 공동창업자가 개발한 하이퍼노트는 오프라인 상태의 기기 자체 (온디바이스)에서 작동하는 AI노트테이커(음성 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회의나 강의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주며, 핵심 정보를 추출해주는 AI 기반 도구를 총칭함) 서비스를 만든다.
이 노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이퍼노트 측에 따르면, 서비스 출시 후 별다른 광고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월 평균 150%의 이용자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개발자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돌았는데, 세계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서 ‘깃허브 스타’를 5000개 이상 받았다. 개발자들이 깃허브 안에서 관심 가는 프로젝트에 선호를 표시하는 것인데, 갓 개발된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 결과다.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쓰고 있고 쇼피파이 와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기업의 임원진들이 엔젤투자하기도 해서 화제가 됐다. 하이퍼노트 측에 따르면 이들의 현재 연간 이용료 수입은 650만달러 수준이다.
어떤 면에서 주목 받을까? 하이퍼노트는 자체 개발한 AI모델인 ‘HyprLLM’을 선택/설치시,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는 AI 노트테이커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치 디바이스, 내부 인트라넷, 또는 폐쇄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99개 언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음성인식모델(ASR, Automatic Speech Recognition)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 특정 언어/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하이퍼노트는 해당 솔루션이 “AI 팀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 삼았다. 회의 후 협업 전반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면 팀원으로서의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예컨대 회의 후 업무를 ‘액션-후속조치-통합(Acton-Follow up-Integration) 영역을 AI가 지원하며 이를 고객관리시스템(CRM)이나 Slack(슬랙), 지라(Jira) 등 기업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업무 프로그램들과 연동했다 . 이를 위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인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을 장착했다.
하이퍼노트에 대한 관심은 최근 대한민국의 AI 인재들을 소개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메이드人 K-AI’에 두 공동창업자가 출연하면서 환기됐다. 정지헌 하이퍼노트 대표는 어린시절 즐겨보던 미드 ‘빅뱅 이론’의 괴짜 천재 캐릭터 ‘쉘든 쿠퍼’를 보며 아이디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과학 분야에서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리학과 수학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공유 모빌리티 디어(deer)에서 사업 개발 매니저로 월 100명 이상의 고객과 소통하며 UX를 재설계했고, 바이오/제약 투자사를 위한 AI 리서치 분석 툴인 필로(philo)를 개발하며 하이퍼노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공동창업자인 이유종 CTO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크루(Krew) 캐피탈에 초기 투자를 받았다. 올해 중순에는 실리콘밸리 유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게 투자를 유치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을 넘어, 극초기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은 매년 반기마다 투자기업을 선정해 총 50만달러의 투자를 진행하는데 ‘투자 합격’ 확률은 0.6%에 불과하다.
하이퍼노트는 미팅노트로서의 AI기능 이외에도, 기존 비즈니스 업무들을 전방위 담당할 수 있는 ‘하이퍼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음성기록, 이메일 업무, 고객관리와 이슈트래킹을 가능하게 해 ‘AI 버전 Microsoft365’ 같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인이 만든 AI회사가 AI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다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동료처럼 A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하이퍼노트를 더욱 고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