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버스타고 시내 한 바퀴, 승차감은 어땠나요?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강남 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택시 시승기를 공유한 적 있는데요.[관련기사: 밤 12시에 강남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타봤습니다]

이번에는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타봤습니다. 강남 자율주행 택시는 승객이 원하는 곳으로 호출에 목적지까지 가는 호출형 서비스였다면, 제주의 ‘뉴탐라자율차’는 정해진 구간을 정말 버스처럼 돌아다니면서 승객을 나르는 일을 하는데요.

작년 연말까지 제주시 901번과 902번 노선이 제주시청에서 서귀포시청을, 제주시청에서 제주국제공항을 왕복했습니다. 타는 법은 일반 버스와 다름 없습니다. 버스 안내 정보를 보고 시간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타고, 목적지까지 가면 됩니다. 요금도 1150원으로 일반 시내버스와 같습니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알아서 결제됩니다. 자율주행 셔틀을 일반 버스처럼 익숙하게 시민들이 위화감 없이 쓸 수 있게 하면서, 수익성 확보도 가능한지 테스트하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붙은 자율주행 셔틀 안내문구. 카카오지도에서 ‘초정밀지도’를 봐도 현재 어느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국토교통부의 사업을 제주도청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와 협업해 진행했습니다. 도청 우주모빌리티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라이드플럭스가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인데요. 지난해 연말 1차 서비스는 종료했으나 올해 하반기 께 노선 확장을 해 운행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현재 제주도청은 버스 외에도 도로 청소 차량 등에도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취약지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지자체들의 시도가 생겨나고 있고, 제주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인데요. 제주는 특히 관광객을 위한 안전한 이동 수단 확보와 제주 시민 대중 교통 인프라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죠.

이제, 실제로 타봤던 경험을 공유해볼까요?

먼저, 이 서비스를 실제 제주 시민들은 얼마나 탔을까요? 지난해 7월 24일부터 말일까지, 5개월 간 운행한 뉴탐라자율차에는 1주일에 평군 90명 내외의 승객이 탑승했다고 합니다. 시민 호응이 꽤 있었습니다. 차량이 거의 80%의 좌석 점유율을 유지한 채 운행이 된 셈인데요, 연말까지 대략 2000명 가량이 이 셔틀을 타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차량은 15인승 현대 쏠라티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개조, 12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자리는 누가 쓰냐고요? 자율주행 차량이지만 현재 법규상 안전 요원이 탑승해야 합니다. 통상 자율주행으로 차량을 운행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공사구간, 혹은 예상치 못하게 복잡하게 주차되어 있는 구간 등에서는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운전합니다. 이날도 중간 중간 도로 공사 현장이 보였는데요, 이런 구간은 공사가 끝난 이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정보가 업데이트 됩니다.

마침 버스가 저기 오네요. 이제 한 번 타볼까요? 저는 오늘 제주시청에서 버스를 타서 공항까지 갔다가 돌아오려고 합니다. 902번이 정확히 약속된 시간에 맞춰 내려오고 있습니다. 버스에 라이드플럭스 제주 본사에서 근무하는 김윤관 PM과 동승했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제주에 본사를 둔 회사에 입사한 청년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지역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영향을 준다면, 김윤관 PM처럼 고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죠.

김윤관 라이드플럭스 PM

저는 다행히 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타는 승객 중에는 작은 캐리어를 들고 있는 분이 있네요. 제주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공항 가는 버스는 트렁크를 어떻게 실을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트렁크에 캐리어 3개까지 적재 가능하고, 나머지는 승객석에서 소화합니다. 이런 부분은 자율주행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사람이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나중에는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에 탑승하면 가장 먼저 커다란 모니터가 보입니다. 승객들에게 지금 이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운전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화면이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구간을 자율주행으로 운행하지만 때때로 수동으로 바뀌는 경우가 생깁니다. 승객이 타고 내릴 때도 기어가 P(주차)단으로 풀리면서 자율주행 모드가 ‘Off’로 해제되고요. 또, 정류장에 이미 버스가 많이 대기하고 있을 경우에는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럴 때도 안전요원의 판단이 필요해 수동으로 바뀝니다.

승객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합니다. 운전을 시작하니 자율주행 모드가 ‘ON’으로 바뀌었네요. 앞에 앉아 있는 안전요원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페달이나 핸들 조작에는 개입하지 않고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방을 주시 중입니다. 이분들은 차량을 운행하면서 일어난 특이 사항 등을 모두 확인하고 기록하는데요, 이런 데이터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입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데도 차가 어떻게 신호를 지키고, 다른 차량이나 사람을 피해서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까요? 차량에 달린 5개의 라이다와 1개의 레이더, 8개의 카메라 센서로 주변을 확인하고요, 도로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C-ITS)과 연동해 신호 변경과 교통 흐름에 대한 정보를 받습니다. 라이드플럭스는 제주시내 고정밀 지도를 자체 구축했고, 이 위에 센서와 시스템으로 부터 받은 모든 정보를 결합해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승객이 보는 위 디스플레이를 보면 전방과 차량 양 옆에 교통 흐름이 어떠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죠.

승객 “이거, 타도 되는 거 맞아요?”

자율주행 셔틀을 만난 승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 번호만 확인했고, 이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가는지 몰랐던 어느 승객은 낯선 외양에 “이거 타도 되는 것 맞아요?”라고 재차 확인 후 타기도 했고요. 또 어떤 승객은 몇번 타봤던 것처럼 능숙하게 카드를 찍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낯설어서 잘 안탈 것 같았는데도 불구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좌석을 거의 꽉 채울 만큼의 손님이 탔습니다.

왼쪽에는 안전요원이, 오른쪽에는 차량 운행 기록을 담당하는 이가 탑니다. 안전요원은 선제적으로 차량 운행에 대응해야 할 부분을 살피고요, 오른쪽에 있는 이는 돌발 사항 등을 체크해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 데이터화 해서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작업에 씁니다.

자율주행이라고 해서 승차감이 여느 버스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어느 손님은 “진짜 자율주행으로 운전 하는 거 맞느냐”고 안전요원에게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일텐데요. 게다가 제주시내는 서울 도심 뺨치게 복잡한 구간이거든요. 그런 혼잡한 도로를 자율주행 차량이 낮 시간에 탈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내심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김 PM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차량이 서비스 기간 중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율주행 차량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규칙이 적용되진 않는데요. 운행하는 기준은 일반 대중교통과 완전히 같습니다. 김윤관 PM은 “제주도청에서도 대중교통과 동일하게 운행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그에 맞게 솔루션을 장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가장 복잡한 출퇴근 시간은 차량이 운행하진 않지만요.

시청에서 공항으로, 공항에서 다시 시청으로. 제주 시내를 한바퀴 돌아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30여분입니다. 한 마디로 총평하자면, 안전 운전을 기본으로 삼는 운전자가 모는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다녀온 기분이네요. 오히려 문제는, 갑작스럽게 칼치기로 끼어드는 사람 운전자들의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사고 방지를 위해 외부 차량을 감지,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조심하는 모습이 사람에겐 답답해 보였을 지 모르지만, 교통 법규는 확실히 자율주행 차량이 더 잘 지키는군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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