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강남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타봤습니다
도로 사정 복잡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남 한복판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돌아다닙니다. 아직은 단 석 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요. 일단 올해는 무료로, 강남구 주요 지하철역(봉은사역, 신논현역, 양재역, 학여울역, 구룡역) 사이 구간을 운행할 예정입니다.
이 택시를 26일 자정에 타봤습니다. 웬 오밤중의 시승식이냐고 물으신다면, 어쩔 수 없어요. 이 자율주행 택시가 ‘심야용’이라, 밤에만 가동하는 걸 어떡해요.
도심에서의 자율주행 택시 운행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서울시 도시교통실 미래첨단교통과와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와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에스더블유엠(SWM) 등의 관계자들이 시승현장에 모였는데요. 이들은 사실, 이번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를 움직이는 세 축입니다.
먼저, 서울시가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고요. 실제로 도심에서 자율주행 차량들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지, 그 실증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 파트너가 SWM과 카카오모빌리티입니다. 도로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차량을 SWM이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원활히 자율주행차를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겠죠. 그 역할을 가장 많은 이가 쓰는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 T가 하는 거죠.
타 본 소감을 말하기 전에, 지금까지 도로를 다니는 꽤 많은 자율주행 실증 차량이 있었는데요. 이번 서울자율차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네요.
첫번째, 가장 복잡한 강남 도로를 다니는 거고요. 두번째, 기존 자율주행 셔틀 등과는 다르게 정해진 정거장에서만 서는 형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일반 택시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위치로 호출해 자율주행 택시를 부를 수 있고, 또 원하는 곳에서 내릴 수도 있죠. 물론, 강남 일부 구간이라는 매우 한정된 공간이긴 하지만요.
자, 그럼 또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왜 하필 강남이냐는 것인데요.
이 물음에 최종선 서울시 도시교통실 미래첨단교통과 자율주행팀장은 “평일 심야 시간인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택시 승객이 굉장히 많은 시간인 반면,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분들이 노령화되고 체력적인 저하 등의 문제로 심야시간 운행을 기피한다”면서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시민의 불편을 덜어드리려는 목적에 더해 기술 실증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강남 지역에 자율주행 택시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강남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원활히 돌아다니려면 도로 인프라도 잘 깔려야 하는데요, 그 기반이 다른 지역 대비 강남이 좀 더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장성욱 카카오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장(부사장)은 “신호등에서 도로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C-ITS)이 갖춰져 있어 언제 신호가 바뀔지,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이 나은지 아닌지 등의 정보를 차량에 주는 인프라가 강남에 굉장히 높은 커버리지를 갖고 도입되어 있다”면서 “이런 기술 인프라가 적용됐기 때문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량
차량은 에스더블유엠(SWM)이라는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가 ‘코란도 e-motion’을 개조, 총 3대를 운행합니다. 이 차에는 라이다 8대, 카메라 10대가 달려 있습니다. 먼 거리를 확인하는 라이다 네 대가 차의 상부에, 그리고 근거리에서 다른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라이다가 차의 옆면에 네 대가 붙어 있죠. 비싼 센서가 많이 붙었으니 차는 당연히 비싸겠죠? 얼마냐 물어보니까 모두가 대답을 정확히는 안 해줬는데요. 한 대당 2억원 이상은 할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부르는 법
호출하는 법은 일반적으로 카카오 T 앱에서 일반 택시를 부를 때와 같습니다. 원래 택시 호출할 때 일반 택시를 부를지, 블루를 부를지, 아니면 벤티를 선택할지 골라야 하잖아요? 근데 이 선택지에 ‘서울자율차’가 추가됐습니다. 이 옵션은 아무 때나 뜨는 건 아니고요, 주변에 서울자율차가 손님을 태울 준비가 된 상태로 있을 경우에만 노출됩니다.
가격은, 시범 서비스라 아직은 ‘무료’입니다. 물론, 서비스 안정화 되면 유료 전환 예정입니다. 서울시 계획은 2025년부터고요. 다만 아직 정확한 시점, 가격은 미정입니다.
동승인 수. 한 번에 손님은 3명까지 같이 탈 수 있습니다. 앞자리 보조석엔 못 앉고요, 뒷자리에 최대 나란히 세 명이 앉는 건 가능합니다. 운전석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라 불리는 보조 운전자가 탑니다. 좀 이따 말하겠지만, 이 세이프티 드라이버의 역할이 아직은 막중합니다.
드디어, 시승
어디서 탈 수 있는지는 보다 구체적으로 아래 지도를 봐주세요.
두 가지 색깔이 있는데 강남역, 양재역, 대치역, 개포동역이 써 있는 저 하늘색 도로 표시 위 네모 구간이 지금의 서울자율차 활동 무대입니다. 저 안에서는 승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타서, 원하는 위치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빈 서울자율차가 제 앞을 지나갈 때 호출을 눌러봤습니다. 메뉴에 서울자율차가 뜨네요. 저는 두 명의 동승인과 함께 탔는데요. 우선 대치 쌍용아파트 종합상가에서 호출해서 선릉역을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이날은 시승식에만 차량이 동원됐으니 호출이 빨리 잡혔는데요, 나중에 실제 운행을 시작하고 나면 운행 차량 대수 자체가 석 대로 적어 실제로 자율주행 택시를 잡기가 편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타기 전엔 살짝 쫄렸습니다. 심야인데 도로에 오토바이들이 미친듯이 달리더라고요. 굉음내면서 오토바이 슝슝 지나가지, 킥보드도 다니고 그러니까 이거 자율주행차가 저런 운전자들 잘 피해서 다닐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그런데 막상 타니까, 또 일반 차량을 탄 것처럼 크게 우려되진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차량이 운행되는데요, 차선도 바꾸고 유턴도 하고 차량 간격도 적절히 유지하면서 갑니다. 살짝 덜컹거리는 승차감이 있었는데, 동승인들의 중론으로는 “자율주행차의 문제라기 보단, 원래 전기차나 SUV가 갖는 승차감의 문제”로 보였고요.
자, 이제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요. 저희가 학여울 역 즈음에서 선릉까지 가는 그 짧은 구간에도, 아직은 수없이 사람 손이 가야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운전석에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탄다고 했죠? 평소에는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움직이지만 비상시엔 운전자가 개입해야했는데요.
예를 들어서 서울 강남 도로 곳곳엔 도로 공사가 상시적으로 일어납니다. 공사중인 구간이 인지되면 자율주행 솔루션은 사람에게 “이제 네가 운전하라”는 뜻의 “수동 운전”을 권고합니다. 말이 권고고요, 사실은 꼭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야 하는 건데요. 아직은 불시의 공사중 공간을 완전하게 회피하기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 법규 상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반드시 사람이 직접 운전하도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시로 수동 운전 모드로 바뀌죠. 아직은 시범 운행 기간이라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차량의 문제도 있으므로, SWM의 연구진을 포함, 직원들이 세이프티 드라이버로 참여합니다. 이 연구원 분들, 때 아니게 택시 기사님의 역할도 하게 됐는데요.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저는 김시경 SWM 수석연구원이 세이프티 드라이버로 참여한 차량에 탑승했는데요. 김 연구원에게 지금의 자율주행 차량의 운전 수준이 어떤 것 같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아직은 초보운전”이라며 웃었습니다만, 사람도 경험을 쌓으면 운전 실력이 느는 것처럼 자율주행 택시의 운전 실력 역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김 연구원은 “처음엔 차선 바꾸기, 유턴 하기 등을 잘 못하기도 했는데, 데이터가 쌓이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해 운전실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릉역에서 다시 양재로 자율주행 운전을 하면서는 비교적 공사도 없고 편안하게 이동할수 있었고요. 골목길에선 사람이 운전해야 했는데요, 이 역시 김 연구원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자율주행 택시의 운전 실력도 늘테니 다닐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겠죠. 물론 아직은 시간이 (꽤 많이 더) 걸리겠지만요.
그럼 누가 자율주행 차량을 많이 타느냐. 이미 서울 상암 등에서는 정해진 위치에서 타고 내리는 종류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데요. 의외로 대리 기사님들이 늦은 시간에 이런 차량을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무료거나, 저렴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반대로, 자율주행 차량은 모범생이라 목적지까지 급하게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시 대부분 속도 제한이 50km/h 구간인데, 물론 자율주행 택시가 그 정도 속도는 냅니다. 동승한 세이프티 드라이버 분께 물어보니 서울 외곽에서 운전하면 60km/h 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람처럼 좀 빨리 가려고 마구 끼어들거나 그러지는 않으니 성격 급한 이들에게는 자율주행 택시 운전 못한다는 소리 들을 수도 있겠어요.
자율주행 택시의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어떤 걸 제일 위험하다고 느낄까요? 김시경 연구원은 “다른 차량(특히 택시)의 운전”이라고 말합니다. 신기하거나, 혹은 테스트해보자는 마음으로 갑자기 끼어든다거나 혹은 급정거를 해버리면 차량에 타고 있는 이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겠죠. 일반적인 차량이라면 시비가 붙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 테스트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자율주행 차량에 위협이 되는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또 타겠느냐? 일단 재미는 있는데요. 일상적으로 타긴 아직은 시간이 더 걸리겠단 생각을 하면서 자율주행 시승하는 택시에서 내려서 사람이 주행하는 택시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택시를 타자 마자 기사님이 “저거, 자율주행 택시냐? 지금 저거 타봤냐?”고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미국이나 중국에선 이미 운전자 없는 택시가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그게 지금 우리 삶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그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보편화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언젠간 올 미래, 하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기술. 타보면 신기한. 우선은 이 정도로 서울자율차를 정리할 수 있겠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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