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되면 어떻게 될까?

기업(법인)도 국내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025업무계획’을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 가상자산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세부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 이슈는 총 12차례 분과위원회, 실무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거쳐 정책화 검토가 마무리되어 가는 단계”라며 “빠른 시일 내 가상자산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법인에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없었던 것은 당국의 그림자 규제 때문이다. 현행 가상자산 관련 법에 법인의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으나, 금융당국이 거래소 제휴 은행에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도록 권고해왔다. 사실상 당국이 거래소가 기업 고객을 취급하지 않도록 금지해온 셈이다.

기업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은 가상자산 업계에서 오랫동안 금융당국에 요구해온 숙원과제 중 하나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가상자산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개인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투자가 새로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활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 유럽 국가의 기업은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가상자산으로 대금 거래를 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당국에 법인계좌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법인계좌가 허용된 점과, 기업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점을 강조해왔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 중 99% 이상의 거래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전문적,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시장의 안정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세계 상위권”이라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전문투자자에 속하는 법인이 시장에 들어온다면 시장의 건전성,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산하 연구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자체 리포트를 통해 “법인 투자자, 특히 자산운용 전문 노하우를 갖춘 자산운용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은 시장 참여자의 질을 높여 개인투자자 보호의 효과를 촉진시킨다”고 봤다. 또 코빗 리서치센터 측은 “가상자산 프로젝트팀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성실히 공시해도 이러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춘 시장 참여자가 없다면 진정한 투자자 보호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거래 규모가 개인 대비 거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새로운 사업모델(BM)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소수 사업자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액 기준으로 시장의 90% 이상을 업비트와 빗썸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법인계좌가 열릴 경우 나머지 원화 거래소와 코인 거래소가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물론,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던 2010년대 후반부터 개인보다 거래규모가 큰 기업이 참여할 경우 투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점, 기업이 자금세탁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법인계좌 허용에 부정적이었다. 당국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승인했으나, 이 역시 단계적 허용을 했다는 것에서 조심스러움이 읽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0년대 후반은) 가상자산 투기 광풍이 불었던 때로 법인의 거래 규모가 큰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 투기 행태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또 기업들의 자금세탁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트래블룰을 활용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제언한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 간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송신자와 수신자 정보를 보관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트래블룰을 통해 기업의 가상자산 송수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관계자는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이체할 때 누가 어디로 보냈는지 당국에 보고하는 트래블룰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이력이) 입증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이 거래소에 예치하지 않고 별도 지갑에 보유한 가상자산의 경우 확인과 추적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대해선 그에 맞는 관련 법적 장치를 만들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석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관련 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 시) 1차적으로 은행이 가상자산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KYC)을 하고, 다음으로 거래소에서 2차 확인을 한다”며 “자금세탁을 근본적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지만 제도를 보완한다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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