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이 점찍은 40개 스타트업, 하나하나 뜯어보니 ①
스타트업의 축제, ‘컴업 2024’가 오는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역시, 핵심은 ‘어떤 스타트업이 참여하는가’다. 올해 컴업은 총 40개 팀의 ‘컴업스타즈’를 선발했다. 총 1208개 초기 스타트업이 경쟁한 결과다. 올해는 참여 기업의 국적도 다양하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인도, 터키 등 13개국의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기술로 공개 IR을 하고 부스를 꾸려 축제 관람객을 맞는다.
이 40개 스타트업은 과연 어떤 곳들일까? 분야별로 면면히 살펴보자. 딥테크와 핀테크, 소프트웨어, 교육, 헬스케어&바이오, 지속가능성 등을 포함해 총 열네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요약하자면, 요즘 주목 받는 ‘첨단 산업군’이다.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선발된 영역은 역시 ‘딥테크’다. 올해 컴업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①편에서는 딥테크와 핀테크 영역에서 컴업스타즈가 된 기업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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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먼저, ‘큐빅’. 인공지능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있다. 그런데 아무 데이터나 가져다 쓰면 ‘개인정보 침해’나 ‘내부 데이터 유출’과 같은 위험이 생긴다. 민감한 정보, 개인 정보를 자동으로 필터링하고 데이터를 합성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주는 것, 그게 큐빅이 하려는 일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솔루션의 이름은 ‘에이주(azoo)’. 안전한 생성AI를 위한 필수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어는 철강부산물을 활용해 고기능성 자선분말과 분말코어를 만든다.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면, 전기차의 핵심 중 하나인 구동모터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 모터를 만드는 재료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시장을 겨냥했다. 잘 활용되지 않는 전기강판 스크랩과 원료를 배합하는 방식으로 자성재료를 만들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재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아크론에코는 소형 초음파 열분해 설비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폐플라스틱은 세척 후 사용이 가능하지만, 재활용되지 않는 복합원료 폐플라스틱의 경우엔 단일 플라스틱으로 열분해해야 한다. 아크론에코는 폐플라스틱이 각각 가지고 있는 끓는 점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단계별로 나오는 가스를 포집하고 냉각, 이를 다시 플라스틱 원료 형태로 되돌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간 192톤의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하므로, 재활용 플라스틱 매립과 소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 중,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것 중 하나가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직접 포집(Direct Air Capture, DAC)하는 것이다. 카본에너지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체 형태로 포집하는 탄소 포집 설비 시스템을 개발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엔 대한상공회의소(KCCI) 거래 플랫폼에 ‘DAC 기술을 통한 이산화탄소 제거에 대한 평가 방법론’을 등록했는데, 이는 국내에 탄소제거량을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단 의미가 있다.
제틱에이아이는 온디바이스 AI 통합 솔루션 제틱멜란지(ZETIC.MLange)를 만든다. AI 모델을 다양한 디바이스의 인공지능칩(NPU)에 최적화해서, 데이터를 온디바이스에서 실시간 처리하게 해주는 솔루션이다. 사용자가 보유한 AI 모델을 활용해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온디바이스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뒀다. 온디바이스 이므로 서버 비용을 줄이고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며 네트워크 지연을 줄인다는 강점이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 리눅스 등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 플랫폼에 AI 모델 배포를 지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맞춤형 로봇/자동화 플랫폼 개발 기업 쿠렉 로봇(Kurek Robot)은 올해 컴업스타즈에 선발된 15개 해외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은 곳이기도 하다. 공장과 같은 노동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맞춤형 로봇을 제공하는데, 이 로봇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지시하게 구축하게 하는데 집중한다. 서비스 이름은 ‘인스타블럭스(Instablox)’. 이름이 어딘가 친근한데, 레고가 블럭을 끼워 목표한 모습을 만들어내듯 원하는 자동화 기능을 레고와 같은 방식으로 유연하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려 한다.
반도체를 만드는데 왜 ‘초고순도 물’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의외로 쓰이는데 가 많다. 제조 공정은 물론이고 공정 가스를 정화하거나 클린룸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데도 쓰인다. 아주 작은 오염으로도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는 물 역시 초고순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 스웨덴에서 온 엔에스에스 워터(NSS Water)는 5나노미터(nm) 이상의 오염물질이 없는 초고순도 물을 생산한다. 특히, 물 사용량을 최대 90%까지 줄이는 기술로 반도체 공장의 경비 절감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아트라이브는,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컴퓨터를 사용해 하는 3D 모델링에 대한 전형을 깨버린다. ‘햅틱 클레이(HAPTIC Clay)’라는 기술을 쓰는데, 눈에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손에는 촉각 콘트롤러를 집은 후 마치 진짜 점토를 손으로 만지듯 질감을 느끼면서 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인간은 원래 손을 써서 입체 조형을 만들었다는 것에 착안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직관적인 조각 기술을 본능적으로 활용해 ‘손끝으로 부드러움과 촉각을 느끼며’ 모델링하라고 말하는 회사다.
라이온로보틱스는 험지에서 오랜기간 정찰, 감시, 정검 등 인간을 대신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족 로봇 사족로봇 ‘라이보’를 만든다. 현재 라이보2 모델까지 나왔는데, 강화학습 기반 보행 인공지능을 탑재해 스스로 지형의 특성을 파악해 경사진 산지의 비탈, 연석 및 계단, 눈밭, 모래밭 등 다양한 비정형 지형에서 네 다리를 사용해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 등이 특징이다. 로봇 내부 부품들의 자체 개발해 성능을 최적화하는 식으로 보행 효율성을 늘려 배터리 사용을 8시간까지 지속할 수 있게 했다. 배터리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장거리 이동을 담보하므로, 험지 정찰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걸 뜻한다.
핀테크
프렉탈에프엔이 만드는 ‘리틀버핏’은 개인이 자신의 실계좌를 이 플랫폼에 연동해 매일 내 수익률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투자 실력을 겨루게 한다는 것을 기본 모티브로 한다. 즉, 다른 사람=투자 전문가의 실계좌 포트폴리오를 매일 참고하게 되므로, 주식 초보자도 이를 따라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토큰증권(STO) 플랫폼도 개발 중인데, 투자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토큰증권 형식으로 만들어서 실시간 투자자와 전문가의 자산을 연동시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식 어드바이저 부문의 ‘블룸버그’가 되겠다는 홍콩의 웰스라이즈(WealthRyse)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산관리와 맞춤형 재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력 서비스인 ‘제네시스(Genisys)’는 자산관리와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2023년과 2024년에 파이낸스아시아 어워드에서 ‘혁신기술상’을 받았다. AI 리밸런싱 자문을 40조달러 규모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칼페이(Kalpay)는 2021년에 문을 연 파키스탄 최초의 AI 기반 디지털 대출 플랫폼이다. 은행 이용이 어려운 금융 소외 계층이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금 구매 후 나중 결제(BNPL)’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용자가 이커머스에서 당장 필요한 물건을 산 후, 이자나 추가 요금 없이 대금을 월 3회 균등 분할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식인데, 이는 이자를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근거한 사업 모델이다. BNPL 모델은 소비 진작을 위해서 선호되는 모델인데, 서비스 제공업체는 통상 결제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PT 테크놀로지 방우난 베르자야(PT Teknologi Bangunan Berjaya)가 만든 ‘아르코페이(Arkopay)’는 인도네시아 건설 산업의 공급망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설립된 기술 기반 서비스다. 중소 건설업체가 저렴한 이자로 금융을 신속히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금 흐름이 원활해야 기업이 자재를 구매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 역시 효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리얼리티 쇼 ‘더 빅 스파크’에서는 투자자들이 아르코페이에 총 480만달러(약 67억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 사진은 작년 컴업 현장)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