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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가요]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 뭐가 다를까요?

(특성화 이미지 출처=뉴아인)

최근 ‘디지털 치료제’나 ‘전자약’ 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단순히 단어만 들으면 나노물질을 섭취해서 나노물질이 아픈 부위를 찢고 꿰메고 해줄 것 같은 느낌인데요. 나노물질까지는 아니지만 IT 기술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는 뭐고, 전자약은 무엇일까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와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죠. 두 용어는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의미도 혼용됩니다만 기술적 구현 방식과 적용 분야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 솔루션입니다. 주로 질병 예방, 관리 및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 기반 플랫폼, 가상현실(VR)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합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핵심은 행동 수정 프로그램과 데이터 기반 치료 방식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동 인지 치료(CBT)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중독 치료를 돕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어야 하며, FDA와 같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우울증, 불안장애 등), 만성 질환(당뇨병, 고혈압 등) 관리, 중독 치료와 같은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며,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잘 알려진 디지털 치료제로는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된 에임메드의 ‘솜즈’와 같은 플랫폼이 있습니다. 솜즈는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면 일기를 작성하게 하고 수면의 질을 평가해줍니다.

출처=솜즈

반면 전자약은 하드웨어 기반 치료 솔루션입니다.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신경계나 특정 신체 부위를 직접 자극해 치료 효과를 제공합니다. 즉, 디지털 치료제와 달리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전자약은 뇌 또는 말초 신경계에 전기 자극을 줘서 신체의 생리학적 작용을 조절합니다. 대표적인 전자약으로는 간질 및 우울증 치료를 위한 미주신경 자극기(VNS),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심부 뇌 자극기(DBS)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만 치료나 만성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이식형 또는 비 이식형 장치가 전자약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전자약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의료진이 설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치료제와 차별화됩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판 허가를 받은 와이브레인이 뇌질환 치료 디바이스를 출시한 바 있죠. 최근에는 수면장애, 안면신경 등의 치료제 등에 진출한 뉴아인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와이브레인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술적 기반과 작동 방식에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치료를 제공합니다. 반면 전자약은 하드웨어를 통해 신체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 자극을 사용하여 치료 효과를 유도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전자약은 사용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 건강 관리, 만성 질환 예방 및 관리 등 소프트웨어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며, 전자약은 신경계 질환이나 통증 관리와 같이 정밀한 물리적 자극이 필요한 분야에 적합하겠네요.

두 치료제는 작동 기저가 다르기 때문에 발전 방향도 다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하므로 더욱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죠.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므로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접근성도 높일 수 있겠죠. 그러나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기 부족으로 인해 치료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환자 데이터의 보안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자약은 초소형화 및 무선 충전 기술의 발전으로 더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과 융합해 신경계 질환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약은 하드웨어 제작 비용과 유지 비용이 높아 초기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일부 장치의 경우 외과적 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환자에게 부담이 되겠죠.

두 장치는 대립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기술이 융합되면 더 훌륭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살려 행동 수정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 관리를 담당하고, 전자약이 정밀한 물리적 자극을 통해 신경계와 생리학적 치료를 지원한다면, 의료 분야는 새로운 차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기술들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더욱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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