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차 많이 나는 3등은 AI 법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을까?

“저희도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미국이나 중국 정도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하기가 버겁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 할 지, 어떤 스타트업을 육성해 나갈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AI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그런 논의의 장이 마련된다고 생각합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을 두고 24일 공청회를 열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나 진술인으로 참여한 AI 전문가들은 ‘AI 법’이 필요하다는 것엔 대체로 동의했다. 진흥이든, 규제든 지금은 법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법이 있어서 생기는 문제보다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이 자리는 AI 기본법을 만든다는 전제로 모인 자리”라고 못박으면서 “대한민국이 ICT에 집중 투자를 해서 ICT 강국이 됐듯, 좀 늦었지만 AI를 가지고 그런 시도를 대한민국이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회가 그에 일부 호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AI 법 제정 관련 공청회에서 전문가 진술인으로 참여한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유승익 한동대학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 최경진 가천대학교수(인공지능법학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강도현 차장과 엄열 정보통신정책관이 배석했다.

AI 기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계속 발의되어 왔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법 자체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진흥’이냐 ‘규제’냐,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이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배경이 됐다. 22대 국회에 올라와 있는 관련 법안만 10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낸  기존의 법안 외에도, 현재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새 안이 있고 또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곧 발의를 예정하고 있기도 하다. 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법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이견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선두그룹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1등과 2등하고는 격차가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 활성화를 위한 근거 마련의  법 제정을, 가능한 빠르게 촉구하고 있다.

현장에서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이 “AI 기본법 제정이 늦어지면 산업계에 어떤 불이익이 생기나”라고 묻자 배경훈 LG AI 연구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기준, 그 방향성에 따라서 기술 개발을 해야 손해 보지 않고 안전하고 또 신뢰성 있는 AI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서 “AI 기본법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이므로, 최소한의 어떤 기준을 마련하고 보완 개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진흥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인공지능이 불러올 수 현실적,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유승익 한동대학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는 “아무리 이머징 기술이라 하더라도, 초래될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명확한 기술에 대해 별다른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법률의 형태로 도입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없는 졸속 입법이 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시민의 안전장치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어떤 산업이든 육성을 하면서 동시에 규제가 있어왔고, 규제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유승익 교수는 고위험 AI와 관련해 언급하면서 ‘금지 AI’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발의된 법률안은 권칠승 의원안을 제외하고 모두 금지 인공지능 자체 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정치질서와 사법질서의 골간을 흔들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되거나 활용될 때 어떤 수단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맹목이며, 무책임한 입법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종합적으로 금지되는 인공지능, 그리고 고위험 인공지능과 관련돼서 여러 가지 이해 당사자들이 부과해야 될 의무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와 관련해서 최경진 가천대 교수(인공지능법학회장)는 “금지와 관련해서 시스템을 금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AI 자체를 금지하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시스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금지하면 우리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GPAI(범용인공지능)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문제가 생기므로, 금지를 하더라도 특정 업무나 행위에 기반한 금지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안전 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는 “AI와 관련한 위험들이 지금 실질적인 위험이라기보다는 가상 위험을 가지고 규제에 관한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위험,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 기능이 부족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미국과 영국 주도로 안전 연구소를 설립, 실증적 연구를 추진하자는 아젠다가 세팅되었으므로 우리나라도 빠르게 연구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의 인공지능 기술과, 이 기술의대한 이해도도 중요하다. 공청회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참여했던 전문가 위원들이 “(의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모두 달라서,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까다로웠다”는 의견을 서로 주고 받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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