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으로 큰 식신 “시즌2는 데이터로 돈 벌겠다”
맛집 앱, 모바일 식권 서비스로 알려진 식신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예컨대, 이런 거다.
“우리 회사에는 음식점 정보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다. 이걸 잘만 다루면 분명 재미있는 사업 모델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방법을 찾았다. 식신의 핵심 자산인 장소, 특히 음식점 데이터(POI)에 성격이 다른 외부 데이터를 섞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킥보드를 타는 이들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 앱을 켰을 때 지도 주변으로 동네 맛집이 뜨면 어떨까? 원래는 킥보드 배차 신청할 때만 앱을 켰던 이들이, 나중에는 맛집을 찾기 위해서 킥보드 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더 많은 이들이 킥보드 앱을 이용하길 원하는 회사에서는, 이용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콘텐츠 활용을 위해서 충분히 지갑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또 이런 예도 있다. 식신은 전국 음식점의 650만개 메뉴를 확보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된 음식점 메뉴 데이터를 이렇게 많이 확보한 곳은 국내에는 아마도 드물거다. 이 메뉴 데이터는 수시로 바뀌는데, ‘요즘 유행하는 메뉴나 식자재’ 같은 걸 빨리 파악할 수 있다면 전국의 프랜차이즈, 식자재 제공 업체 같은 곳들에서 줄 서서 정보를 달라고 하진 않을까?
식신이 생각해 낸 ‘데이터로 돈 버는 법’이다. 식신은 연내, 음식점 정보와 외부 데이터를 섞어 기업에 판매하는 구독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품 개발을 위해 그간 만나온 여러 회사들도 식신의 시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식신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 안병익 대표와 최병준 부장(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식신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에게서 지난 넉 달 간,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해 밟아온 과정을 들었다. 다음은 안병익 대표와 최병준 대표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고민의 출발점
“우리는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식신은 이전에 국책 과제 ‘데이터 댐’ 사업에 참여했다. 음식점 정보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데이터를 생산했고, 현재도 그 결과물을 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처음 기대와는 달리 데이터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진 않았다. 아까웠고, 접근 방향을 달리 해야 하는 필요를 느꼈다.
식신이 가진 데이터는 무엇인가
맛집 앱을 가지고 있고,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하는 식신은 POI데이터(장소), 특히 음식점 정보에서 만큼은 남들에 앞서 있다. 그런데 기존처럼 매장 연락처나 한 줄 소개와 같은 기본 속성값만으로는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보유하고 있는 리뷰, 블로그 등 수억 건의 데이터에서 맛에 대한 평가를 찾고, 시즌 영향을 받는 테마성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텐데. 왜? 그런 콘텐츠는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찾는 만큼 트래픽을 몰아올테니까.
그렇지만 이게 쉽지 않다. 사람 손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한다. 매거진 콘텐츠를 만들 때는 에디터가 관련 데이터를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내야 했다. “가을 전어”라는 키워드가 지금 인기라면, 에디터가 그에 맞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조회해서 수집을 하고, 리서치 한 후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작성되는 콘텐츠는 많아야 하루에 한 두개. 효율이 떨어졌다.
지금은 뭐가 달라졌나?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이다. 챗GPT는 많이들 들어봤을 텐데, 무지막지하게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이란 게 등장했다. LLM을 활용하면서, 식신이 보유한 수억건의 데이터에서 특정 키워드와 관련한 콘텐츠를 보다 쉽게 필터링 할 수 있을 거라 보였다.
예컨대 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니까. 전어가 들어간 메뉴, 전어 메뉴를 포함한 매장을 모두 필터링해서 이 데이터를 엮은 테마 시즌성 콘텐츠를 빨리, 많이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루에 수백, 수천건의 콘텐츠 작성도 가능하다. 메타 데이터가 다양하게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전문가와의 상담
그럼 뭘 해야 하나? 데이터를 잘 다루는, 전문가와의 상담이다. 최병철 서비스사업본부 팀장은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만나 “로컬에서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핸들링하는데 겪는 불편함”을 논의했다.
마침, AWS는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과 배포 플랫폼인 ‘베드록’을 내놓은 상황이다. 베드록을 내놓은 AWS는 제품을 알리기 위한 방안의 일종으로 개발 인력과 솔루션 사용 비용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최 팀장은 AWS 개발자들과 “데이터 크기, 데이터를 로드할 때 걸리는 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넉달에 걸쳐 ‘외식 메타 인덱스’를 구축했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기존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해 보였는데. 요즘에는 베드록과 같은 LLM 서비스를 활용해서 개발팀을 최소화하면서 사업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솔루션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업팀이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최 팀장은 매력적으로 느꼈다.
외식 메타 인덱스 구축을 위해 도입한 솔루션
식신은 데이터 클라우드는 스노우플레이크 기반으로 구축하고, 메타 데이터 추출이나 데이터 처리 부분은 AWS의 생성AI 서비스 베드록을 기본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보유 데이터에서 메타 데이터를 추출하고 처리할 때 소네트 3.5모델을 사용한다. 식신이 보유하고 있는 수천만 건 데이터에서 맥락적인 키워드를 하나 뽑기 위해서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때 모델의 성능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저사양 모델로는 하이쿠와 같은 것이 있지만, 최근에는 고사양 모델에 적용해 만든 소네트를 써야 원하는 품질의 메타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 그래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나
외식 메타 인덱스를 정확히 말하자면 ‘인프라 플랫폼’이다. 이 자체가 프로덕트는 아니고, 이걸 기반으로 주력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 제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콘텐츠를 만들 때 쓰는 마케팅 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외식 분석 데이터다.
우선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에 대한 설명부터. 이름은 ‘위젯 랭킹 서비스’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인기 있는 것의 랭킹을 집계해서 기업의 사이트나 키오스크 등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강남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궁금한 사람들은 콘텐츠를 한 번 더 읽어보게 될 것이고, 그 자체로 강남역 1번 출구 앞 편의점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킨다. 편의점의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다음, 더 큰 돈이 될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외식 분석 데이터‘다. 식신이 가장 많이 가진 것이 외식, 음식 관련 데이터인데, 여러 F&F 기업이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프랜차이즈 상권을 분석할 때 쓰일 수 있다. 식자재 업체도 해당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만한 곳이다. “요즘에는 이런 트렌드 메뉴가 잘 나간다, 이런 트렌드의 메뉴에는 이런 식자재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런 식자재를 우리가 공급해주겠다”는 것은 음식점이나 가맹점이 충분히 환영할 만한 정보다.
식신은 두 서비스 모두 구독 모델로 판매를 준비 중이다. 발매일은 오는 10월에서 11월로 예상한다. 올해 수도권을 대상으로 먼저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 정도에 전국권 확장을 계획한다. 동시에 해외 맛집 역시, 저희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해당 데이터까지 위젯 랭킹 서비스에 포함될 수 있도록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기종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 분석했나
수억 건 쌓여 있는 블로그나 리뷰에서, 정말로 내가 필요로 하는, 의미와 맥락을 가진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추출한 데이터를 식신이 보유한 매장 정보나 메뉴 정보 등과 짝(매핑) 짓는다. 그런 다음, 추가적으로 제휴된 이기종 데이터와 블랜딩을 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거나, 혹은 분석 데이터를 구축을 한다. 이게 식신이 강조하는 핵심 기술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특성 데이터를 뽑아 매핑하고, 고객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최 팀장은 “이게 외국 기업 팔란티어의 데이터 비전인데, 나중에 알았다. 아, 이렇게 큰 회사가 우리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다는 걸. 반가웠다”면서 웃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고객이 정말 선호할 것인지, 재미있어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 있은 후, 기술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키 값으로 가지고 식신이 보유한 POI 데이터를 결합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최 팀장은 조언한다.
예를 든다면? 강남역 주변의 맛집 정보에 킥보드 이용 정보를 결합하는 식이다. 킥보드 업체가 가진 배차데이터를 맛집의 위치 정보와 결합하고, 이런 솔루션을 킥보드 업체의 홈페이지에 임베디드 시켜주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용자들이 킥보드 서비스에 들어와 배차 정보만 보면 재미가 없는데, 맛집 정보를 같이 보여주면 거길 가기 위해서 킥보드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식신은 이렇게 킥보드 업체가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스노우플레이크 기반으로 API 데이터까지 함께 구독 플랜을 짰다. 이런 식으로 이기종 데이터를 결합 했을 때는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최 팀장은 강조했다.
식신이 새 서비스로 기대하는 것
“우리나라 식품 연관 산업이 굉장히 크다. 560조원 규모인데, 여기에는 식당이나 식자재 공급 회사, 식자재를 만들고 가공하는 회사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이런 산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이 많이 팔릴 것이냐’ 즉, ‘수요 예측’이다. 외식에서 어떤 식자재가 앞으로 많이 팔릴지, 어떤 트렌드로 갈 것인지에 따라서 공급자와 생산자의 결정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데이터를 우리 프로덕트가 좀 더 정확하게 뽑아내 줄 수 있다.”
안병익 식신 대표의 말이다. 식신은 올해 첫 반기 흑자를 냈다. 분위기를 탔다. 내년엔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말은,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더 큰 캐시카우가 필요해졌단 뜻이다. 위젯 랭킹 서비스와 외식 분석 데이터는 식신이 기대하는 새로운 먹거리다.
“식신이 보유한 메뉴 데이터가 600만건 정도가 된다. 매장별로 대략 10개씩이다. 기존에는 그 개별 메뉴를 트렌드화할 수 있는 데가 없었다. 예를 들어서, 요거트 아이스크림 집이나 카페에서 팔고 있는 세부 메뉴를 갖고 트렌드를 보게 되면, 요즘 잘 나가는 메뉴가 무엇인지 캐치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식음료 기업이 이런 니즈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제 파악을 했다. 그래서, 분석 서비스가 나오는 배경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이번엔 최병준 서비스사업본부 팀장의 이야기다. 식음료 업계에서 식신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믿음의 근거다. 특히, 외식 분석 데이터의 경우 이미 CJ프레시웨이나 동원푸드 같은 큰 규모의 식음료 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식신 측의 설명이다.
식신은 무엇에 더 도전하나
현재 자동차 기업, 편의점 등과도 해볼만한 일들이 있어 제안을 넣어 놓은 상태다. 편의점의 경우,메뉴 데이터를 가지고 각 지점의 인기 메뉴 랭킹을 공개하면 그 자체로 편의점은 매출 증진을 꾀할 수 있고, 식신은 위젯 서비스 판매로 인한 데이터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게 왜 재미있는 일이냐면, 아직까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메뉴가 온라인 상으로 외부에 공개된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 스노우플레이크가 프랜차이즈 리테일 업체를 고객사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 제휴 부분을 함께 풀기 위한 방안을 찾아볼 수 있는 파트너다.
아울러, 해외 진출도 노린다. 현재 식신이 맛집 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지역은 99개국 276개 도시. 외국어 서비스로 발전을 시킨다면, “아니 네이버 맛집을 찾아갔더니 한국인만 있더라” 현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로컬 데이터를 많이 가진 현지 서비스 업체와 협업이 중요하다. 스노우플레이크가 협업하는 현지 기업의 데이터를 식신의 플랫폼과 결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식신의 캐치프레이즈는 ‘레스토랑의 모든 것’이다.”
안병익 대표의 말이다. 식신은 오는 2027년까지 1조원 거래를 목표로 두고 성장 중이다. 주력사업인 모바일 식권의 거래액이 지난해 1400억원 정도다. 올해는 18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고객사만 1000개에, 직장인 24만명, 가맹점 5만개가 쓰는 서비스다. 여기에 식신이라는 맛집 플랫폼이 있다. 여기에 식당 정보가 있고, 이 모든 것을 추후에는 통합시키려고 한다.
결국에는? 빅테크나 거대 포털이 다 장악하는 시장에서 ‘맛집’이라는 영역만큼은 지켜내보겠다는 포부가 있다. “네이버가 아무리 잘해도, 외식은 좀 어렵다”를 알려주고, 지금 만들고 있는 데이터 서비스를 “실제로 살아서 잘 작동하는 솔루션”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야망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결국 ‘검색에서 (이용자가 만족할 정보를 찾을 수 있게)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맛집을 찾는 니즈가 아주 단순하진 않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걸 제대로 줄 수 있는 서비스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는 그쪽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거다. 정말로 소비자가 찾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줄 수 있는 쪽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지켜 보면 알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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