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곰돌이 푸가 보여주는 ‘다정한 리더십’의 힘

“지난 수십년에 걸쳐 많은 리더가 (여러 경영 관련) 책 속의 이론과 경영 트렌드에 현혹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최신 경영 이론을 시도해 보는 데는 많은 관심을 두면서 정작 경영하는 데 진짜 기본이 되는 것에는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있거든요.”

바지 안 입고 돌아다니고, 꿀단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곰인 줄만 알았던 ‘푸’가 초판으로만 7만5000부가 팔리고, 30년간 경영과 리더십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의 주인공이었다니. 다정한 푸가 죽고 못사는 꿀을 따는 모험의 과정에서 경영자가 가져야 하는 리더십의 기본을 가져온 책이 국내 번역됐다.

이 책은 실패한 경영 사례로 시작한다. 실패 사례는 도처에 널렸다. 예컨대 리콜이 결정된 자동차라거나 치안이 안 좋은 거리와 같은 것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은, 그래서 목적과 달리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 대표적 실패 사례다. 저자는 “리더는 복잡하고 정교한 경영 관리 방식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보다 리더가 해야하는 여섯 가지 일들을 실천하고 향상시키는 것, 즉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화 곰돌이 푸가 어떻게 리더십을 위한 조언을 줄 수 있을까?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이 책이 밝힌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첫 번째 원칙은 ‘목표 설정’이다. 곰돌이 푸는 어느날 떡갈나무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았다. 푸가 살아온 모든 경험에 의하면, 저 윙윙 소리는 벌이 내는 것이고, 벌이 있는 곳엔 뭐가 있다? 꿀이 있다. 꿀을 얻기 위해 더 높이, 높이 올라갔으나 나뭇가지는 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뚝 떨어져 버렸다. 푸도 같이. 푸는 이때 깨닫는다. 꿀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내 손에 얻어내기 위해선, 꿀을 함께 따 낼 동료가 필요하다.

목표설정에서 시작한 리더십의 원칙은 조직화/ 동기부여/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 의사소통/ 측정과 분석으로 이어진다. 푸가 목표에 맞춤한 동료를 선택해 꿀을 얻기 위한 나은 도구를 찾아 내고, 나무 위까지 안전하게 올랐다가 목표한 만큼 꿀을 얻어낸 후 땅으로 돌아오는 이 단순한 스토리에서 리더십의 원칙이 쉽게 그려진다.

그런데 푸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지점을 깨닫는다. 이러한 원칙들은 모두 ‘무엇(what)’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푸는 말한다.

“제가 어려워하는 건 ‘어떻게(How)’인데 말이죠”

푸의 여정은, 리더십의 원칙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로 이어진다. 의외로 푸가 친구들과 겪는 여러 일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어서, 푸가 이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해결하는지가 읽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조직 내 의사 소통의 중요성이다.

“숲에서 만나기로 한 어느 이방인이 약속에 나타나지 않자, 푸는 피글렛, 티거와 함께 그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푸는 친구들에게 각각 흩어져서 이방인을 찾아보자고 하고, 그를 찾으면 점심시간 전에 다시 만났던 장소로 모이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모인 푸는 피글렛과 티거를 보고 이방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티거는 이방인을 찾았다고 말한다. 푸가 그럼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묻자 티거는 이방인을 찾으라고만 말했지, 함께 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반문한다. 결국 이들은 이방인을 만나게 되고, 이방인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그 원칙들을 알려준다. 이처럼 모든 원칙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적절한 상황과 모험을 활용해 설명하기 때문에 누구나 원칙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출판사 요약본)”

경영해 본 분들이라면 읽으면서 속이 터질 에피소드다. 아니, 목표한 사람을 찾았으면 당연히 데려와야지! 이걸 일일이 내가 말하고 지시해야해? 그런데 의외로,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당연해 보이는 것조차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일이 잘 굴러가는 경우가 많다.

다정함의 힘은 이때 나온다. 조직원을 다그치고 비난해봐야 무엇이 이뤄지겠나. 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험을 이끌어가면서, 강압적이거나 권위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상대방의 성과를 인정한다. 칭찬하며 친절히 대한다. 자신이 한 실수, 또는 지시 오류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푸가 숲의 친구들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정한 리더십은 말이 쉽지, 사실 실천하기는 어렵다. 속이 터지는 일이고,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곰도 하는데! 곰돌이 푸가 ‘어떻게’ 동료들을 ‘다정한 리더십’으로 이끌어 ‘매우 중요한 곰(VIB)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겠다.

<곰돌이 푸의 다정한 리더십>, 로저 앨런 지음, 김정희 옮김, 드림셀러 펴냄. 2024년 7월 발간.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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