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거래소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가상자산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다. 여러 사건사고로 인해 시장을 신뢰하지 않거나, 거래소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자산을 온전히 맡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거래소가 이용자들의 출금을 막거나 시세조종을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거래소는 고객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며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등을 할 수 없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는 이러한 의무를 지게 됐다.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가 꼭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담았다. 이번 법 시행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이용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강화되는 동시에 업계의 신뢰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뭔데?
지난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크게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가상자산 시장,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제재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는 다양한 의무를 지게 됐다. 먼저, 거래소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보호해야 한다. 기존에 이러한 의무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명시됐으나, 예치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은 나와있지 않았다.
이번 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넣어둔 돈(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때 거래소 사업자는 예치금을 은행에 맡겨야 한다.
또 사업자는 이용자의 일정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한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비율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80% 이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거래소가 한화 100만원 가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8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해킹, 전산장애 등의 사고로 인한 탈취, 유출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한 취지다.
거래소는 가상자산에 대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해당 법에 따라, 거래소는 콜드월렛에 저장된 가상자산을 제외한,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5% 이상에 해당되는 금액을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또 그에 맞는 준비금(원화 거래소의 경우 최소 30억원 이상,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최소 5억원 이상)을 마련해 해킹, 전산장애 등의 사고로부터 이용자의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
거래소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하거나 부정거래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거래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꾸준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거래소가 해당 법을 잘 지켰는지 감독하고, 업무와 재산 상황 등을 검사한다. 만약 법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거래소는 영업정지, 시정명령, 고발,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왜 시행됐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법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3월 2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과 거래소에 대한 제도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사업을 하기 위해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자금세탁 방지, 예치금 분리 보관 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 다만, 일각에선 특금법으로만 가상자산 업계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특금법이 거래소 규제 중심의 법으로 이용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지난해 6월 30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 7월 19일 시행됐다.
금융위는 “특금법이 개정되면서 각종 규제장치가 마련됐으나, 자금세탁방지 중심의 규제체계로는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이용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이던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 19건을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 중심으로 통합, 조정해 대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와 업계에 미칠 영향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거래소 입장에서 규제는 커지지만 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제도권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용자 입장에선 거래소에 맡긴 자산을 보호할 수 있어 거래소를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거래소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해도 수사기관의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법 시행으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가 마련되면서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용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고객 재산 분리보관, 가상자산에 대한 보험 가입 등이 법에 명시되면서 고객의 자산 보호를 우선 목적으로 삼았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용자 입장에선 거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도 시장의 신뢰성, 투명성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반길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에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1단계 법안에 해당된다. 향후 만들어질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의 발행 자격요건과 공시 의무,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 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실명계정 발급제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2단계 입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사안부터 입법화하는 1.5단계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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