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티메프 사태’ 막아라, 선불업자 깐깐해진다
지난 2021년 머지사태는 커머스와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머지포인트는 이용자들에게 여러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 상품권을 대규모 할인판매 한 뒤, 가맹점을 대폭 축소하며 포인트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사태 발생 후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 머지포인트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았으며, 각종 포인트와 상품권 또한 법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런 악몽이 재현될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티몬(티몬+티메프) 사태로, 티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판매자(셀러)들의 정산 대금을 기업 인수 등에 남용면서 셀러들에게 정산을 해주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티메프에서 구매한 상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맴돌고 있다.
이런 사태를 재발하기 위한 법안이 다음달 15일 시행된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각종 포인트와 상품권 등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전금업자로 등록, 포인트 등을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한다. 또 가맹점을 축소할 경우 사용자에게 이를 미리 알려야 하며 환불 규정을 마련해 공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포인트, 상품권 등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취급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선불업)’ 요건이 깐깐해진다. 이전에는 일정 가맹점 수를 보유한 경우 등록을 면제해줬으나, 앞으로는 가맹점을 한 곳만 보유하더라도 등록을 해야 한다. 사실상 선불업을 하는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 되는 셈이다. 목적은 소비자 보호에 있다.
-선불업자 요건, 깐깐해진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선불업자는 재무건전성 요건(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 200% 이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선불전자지급수단의 할인 발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머지포인트가 포인트를 대량 할인 판매한 뒤 가맹점을 축소한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금법 개정안에는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축소하거나 이용조건을 바꾸려면 최소 7일 전 이를 공지하는 등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명시했다. 선불업자가 갑작스레 가맹점 수를 줄인 것은 머지사태가 발생한 대표적 원인으로 재발을 막기 위한 취지다.
개정 후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포인트 외에도 전자식으로 바꾼 종이 상품권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단순 온라인 상품권으로 분류되던 것도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선불업 등록 대상에 속한다.
-선불충전금, 기업 마음대로 못 쓴다
머지사태 뿐만 아니라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도 기업이 선불충전금 등을 마음대로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선불충전금 관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다음달 15일 시행되는 전금법 개정안에는 머지사태처럼 기업이 선불충전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생겼다.
기존에는 선불충전금 관리 규율이 따로 없었다면, 개정안 시행 이후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 5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불충전금관리기관에 맡겨야 한다. 주목할 점은 전용 기관에 맡겨진 선불충전금은 압류, 가압류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불충전금의 주인인 사용자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 선불업자가 매각되거나 파산되어도 사용자들에게 보상을 주기 위한 의도다.
-소액후불결제, 제도권 안착
아울러, 소액후불결제 업무가 규제에 편입됐다. 중저신용자, 씬파일러를 위한 소액후불결제는 사용자 신용을 바탕으로 최대 30만원까지 신용카드처럼 후불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에서 주로 하고 있다.
소액후불결제업을 하기 위해 기업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규제샌드박스를 지정 받아야 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최대 5년(2년+2년+1년 유예) 동안 법 외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유예 기간이 끝난 후에는 기존 법에 저촉되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오는 9월 시행되는 전금법 개정안에는 소액후불결제업의 법적 요건을 마련해 제도권에 포함시켰다.
소액후불결제업자는 자본금 50억원, 전문인력과 물적시설 보유,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율 180% 이내 등 법이 마련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소액후불결제의 이용한도는 기존과 같이 이용자별 최대 30만원이다.
소액후불결제업자에 대한 금지 조항도 있다. 사용자에게 이자를 받을 수 없으며,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