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넥슨 마비노기 ‘갓경훈’을 만났다
지난해부터 게임업계에 한파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예년엔 경기방어주로 불렸던 게임주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존 게임의 하향 안정화 추세에 신작 지연 이슈가 겹쳐 상당수 기업이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분위기가 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큰 거 한방 나올 수 있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넥슨 간판게임 ‘마비노기’ 민경훈 디렉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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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십 수년간 꽤 많은 국내 오프라인 게임 행사를 접하면서 웬만한 행사는 무덤덤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행사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넥슨 ‘마비노기’ 19주년 행사에서다. ‘밀레시안’이라 불리는 마비노기 게이머들의 환호에 게임 디렉터(총괄)가 감정에 복받쳤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사진>다. 현장에서 갓경훈이란 함성이 연신 터졌다.
다음해 20주년 잠실 잔디공원 행사에서 갓경훈 디렉터는 행사장 입구에서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비노기 행사를 가면, 해당 게임 특유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역시나 20주년 행사장 분위기도 시종일관 훈훈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 넥슨 사옥을 방문해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의 고민과 향후 게임 방향성을 물었다. 그에게서 여타 개발자에게서 볼 수 있는 옹고집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기자에게 밀레시안의, 밀레시안에 의한, 밀레시안을 위한 마비노기를 설파했다.
“(최신 엔진 교체 관련해) 라이브 본부 전체에서 모든 게임들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저희도 서비스를 어떻게 연속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고민을 아무리 해봐도 지금 다른 3D MMORPG가 굉장히 많잖아요. 모바일게임들도 PC에 준하는 퀄리티를 가진 게임도 굉장히 많고요. 그래서 이대로 라면 20년이 된 엔진으로서는 경쟁하기 좀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엔진 교체밖에 답이 없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걸 토대로 경영진을 설득시켰죠.”
“(최신 개발 현황 관련해) 20주년 쇼케이스 발표 이후 한달 밖에 안 지난 상황이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웃음) 그때 발표를 하고 리소스를 보여드리고 나니까 개발이 너무 지지부진한 거 아니냐라는 의견도 좀 있었죠. 이용자들께선 급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제 기본적으로는 배경에 대한 포팅은 다 끝났습니다. 게임이라는 게 기본 토대를 만들고 나서 거기서부터 리소스가 됐던 콘텐츠가 됐던 계속 양산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거든요. 지금 그런 구조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고, 이 구조를 만드는 단계가 지금 거의 마무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좀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거 같고요. 그렇지만 또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아무래도 공개를 해드렸을 때 (이용자들이) 매번 만족스럽지는 못할 수도 있을 같습니다.”
“(인재 채용 관련) 지금도 뽑고 있고, 더 뽑아야 합니다. 일단 마비노기를 기본적으로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게임 자체를 계속 변화시키면서 조직과 개발 프로세스도 마찬가지로 내부적인 변화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변화를 잘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성향이 좋죠. 서로 대화가 되는 사람을 원합니다. 예전엔 제너럴리스트(두루두루 잘하는 사람)를 원했다면, 지금은 전문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조직 형태로 계속 구성하고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10대분들, 20대 초반분들이 뭘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계시는지 신규 유저분들 유입 시도 측면에서도 다양한 분들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마비노기 담당 인력은 200여명이다. 지원 인력을 합한 수치이나, 업계 전반으로 봤을 땐 적지 않은 인력이다. 이 중 언리얼 개발 담당은 40명선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민 디렉터는 엔진 교체를 발표한 뒤 상당수 밀레시안들이 마비노기에 복귀해 게임을 즐긴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최근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아쉬운 목소리도 가감 없이 전했다.
“(점성술사 업데이트 반응 관련) 유저분들이 원하시는 다른 콘텐츠가 있었죠. ‘아르카나 재능’이라고 저희가 고민을 많이 한 부분입니다. 상위 성장 재능이다보니 투입이 되려면 거기에 맞는 플레이그라운드가 필요하잖아요. 지금은 좀 더 유저분들이 성장하고 확장한 다음에 플레이그라운드가 마련되고 그 이후에 상위 성장 재능이 업데이트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 봤습니다.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볼 땐 점성술사 재능이 활약하기 전입니다. 아직 2차 업데이트(8월 13일 예정)도 남아 있고요. (업데이트에) 익숙해지면 기능적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경험을 하시게 될 것 같고요. 긍정적 반응을 하시는 분들이 늘어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좀 더 노력을 해야죠.”
“(신규·복귀 이용자를 위한 장치 관련) 저희가 계속 보강을 하고 있고요. 여름과 겨울에 진행하는 프리시즌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때 새로 오신 분들이 성장을 좀 빠르게 할 수 있게끔 보조해 드리는 그런 장치가 되게 많거든요. 그런 장치를 풍부하게 마련했습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개선을 해야 할 부분들이 많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계셔서 귀담아듣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오신 분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보조 장치 마련도 좀 더 마련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서 계속 디벨롭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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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비노기 레벨 분포는 누적 200만을 넘겨 달려가는 이른바 고인물 이용자들과 이제 막 시작하거나 복귀한 이용자들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등 넓게 퍼져 있다. 오히려 중위 레벨 분포가 얇다고 불 수 있다. 이들을 모두 만족하는 업데이트 방향성을 잡고 있다.
“오래된 게임의 숙명이라는 게 있습니다. 워낙 자유도가 높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계속 개발을 하고 있다 보니까 힐링되는 모습도 치열하게 전투하는 모습도 있고 유저분들이 다양한 취향을 갖고 계세요. 그 취향들을 마비노기 안에서 다 발휘를 하고 계시고요. 스토리 퀘스트만 하시거나 NPC를 만나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전투로 계속 성장하고 계속 스펙업을 하는 것에 몰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취향을 놓치지 않고 다 만들어내고 개선하는 게 저희의 지금 방향성입니다.”
“(지역별 밀레시안 특성 관련) 북미는 오프라인 행사를 좀 찾아봐도 텐션이 훨씬 더 높습니다. 본인이 즐기고 서로 교류하는 것을 보면 활기찬 모습이 있죠. 일본의 경우 되게 차분하면서도 마비노기를 엄청나게 사랑하신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게임 캐릭터) 부츠 같은 걸 가방에 엄청나게 많이 달고 다니시거나 스스로 만들어가지고 어떻게든 교류하고 나눠 주시려고 한다거나 이런 모습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과도 많이 닮아 있고요. 대만도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죠. 전세계 공통입니다.”
마비노기 개발에 AI를 활용하려는 고민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단 게임 데이터를 쌓아 개발에 활용하기 쉽게 만들거나 개발 공정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AI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아트 리소스나 이런 부분들은 창작의 영역으로 AI를 전혀 쓰지 않고 있고요. 그 외의 영역에서 좀 더 빠른 개발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이 어떤 게 있을지를 지금 연구하고 이제 도입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밀레시안 분들이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중에 하나가 NPC들의 어떤 성격들, 설정들이거든요. 그런 설정에 입각해 AI가 답변을 해줄지 그 정도까지 학습시킬 수 있을지 아직 연구를 못한 부분인데요. 저희도 궁금한 영역입니다.”
마비노기는 커플을 이어주는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남성 비율이 높은 게임판에서 남녀 비율이 50대 50대 정도인 흔치 않은 게임이다.
“(게임 내 결혼 소식 관련)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월마다 두 자리 숫자가 꾸준히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학생 때 시작하셨던 분들이 이제 결혼을 하기 시작한 측면도 좀 있는 거 같고요.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비노기 게임 자체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보니까 비슷한 취향의 유저분들이 만나면 잘 통하는 것도 있는 거 같고요. 제 뇌피셜(추측)입니다.(웃음). 실제로 아기와 같이 오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마비노기 티를 직접 만드셔서 부부와 아이가 같이 입고 오시기도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되게 뿌듯하고 잘해야겠다는 위기감도 느끼고요.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밀레시안에게) 매번 하는 말이기는 한데, 개발팀이 진짜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개발팀이 진행하는 업데이트가 됐던 어떤 액션들이 잘 와닿지 않거나 혹은 저희가 부족했기 때문에 재미가 덜하거나 이런 결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책을 많이 해주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비노기를 들려주시는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발팀의 행보가 약간 좀 미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저희가 좀 믿고 기다려 주시면서 계속해서 좋은 말씀 좋은 의견들 주시면 꼭 진심으로 보답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