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잠실 찢었다…’마비노기 20주년’ 밀레시안 대축제

궂은 날씨에도 마비노기 전국 팬들 집결
조기 매진 입장권 7000명 외 누구나 무료 입장
피크닉과 음악 페스티벌, 다양한 먹거리 즐기는 축제
게임사와 게이머 간 관계서 모범적 표본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파로 대성황을 이뤘다. 넥슨이 마련한 ‘마비노기 20주년 판타지 파티’가 열렸다. 조기 매진된 사전 입장권 구매자 7000명 외에 현장에서도 마비노기 팬(밀레시안이라 지칭)들을 받았다. 누구나 무료 입장이 가능한 축제로 운영했다.

20주년 파티 현장을 가보니 날씨가 궂고 땅이 진흙으로 변해 질퍽하는 와중에도 밀레시안들의 얼굴에는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면서 점차 오프라인 행사다운 활기가 넘쳐났다. 지난 20년의 추억을 되짚고 새로운 스토리 챕터 업데이트를 공개하는 자리로, 다들 기대감이 큰 표정이었다.

밀레시안들은 드넓은 잔디마당에 넥슨이 증정한 돗자리를 펼쳐 피크닉을 즐기거나, 주변 부스를 돌아다니며 이벤트에 참가하는 등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2시부터 진행한 판타지 파티 중간에 인디 밴드 5개팀을 초청해 두 시간 여 공연을 진행했다. 밴드 페스티벌이나 록 페스티벌과도 같은 재미도 있었다. 여느 게임 행사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마비노기 20주년 판타지 파티는 사실 넥슨이 아니면 시도하기 쉽지 않은 행사다. 개최 규모를 떠나 촘촘한 부스 구성과 현장 프로그램 마련, 밴드 섭외, 게임과 연계한 기발한 먹거리 부스, 몇 명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대규모 진행 요원 등 웬만한 오프라인 행사를 한두 번 준비해서는 나올 수 없는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개최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마비노기가 넥슨의 주요 지식재산(IP)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장수 게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매출과 영업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 정도 규모의 오프라인 행사는 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6월 고양 킨텍스에 마련한 마비노기 19주년 파티도 여느 게임과 비교하면 대규모 축제였다.

그런데 마비노기 20주년 파티는 더욱더 커졌다. 이 대목에서 넥슨을 두번 세번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경영진과 개발진의 굳은 의지, 넥슨이 꾸준히 지켜온 게임 커뮤니티와의 약속, 그만큼 게임을 즐기고 호응해주는 팬들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행사다.

지난해 19주년 파티에서 그동안 만들고 축적해온 콘텐츠를 다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도 최신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를 알려 ‘갓경훈(민경훈)’이라 불린 마비노기 디렉터는 올해 행사 현장에선 아예 입구에서부터 밀레시안들을 맞으며 소통을 이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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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디렉터는 비가 내리다 그쳐 흐린 가운데 불쾌지수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이자, 현장에서 아이스크림 1만여개를 공수해 밀레시안들에게 증정했다. 오후 7시부터 20주년 쇼케이스를 시작해 옛 추억을 되짚는 와중에 조촐했던 1주년 파티를 언급하자, 그 당시 파티 참가자가 현장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20년 찐팬을 인증하자 넥슨 캐시를 현장에서 증정했다. 10주년 파티 참가자를 거론하자, 여기저기서 수많은 밀레시안들이 손을 드는 통에 넥슨 캐시 중정이 불가할 정도였다.

이후 7년 만의 전투 재능 ‘점성술사’ 업데이트를 공개하자, 대규모 환호성이 터졌다. 이후 조그마한 변화에도 호응이 잇따랐다. 행사 현장에서 이를 발표하는 민 디렉터의 감격한 표정과 궂은 날씨에도 마비노기에 무한 애정을 보인 밀레시안들을 보며 게임사와 게이머의 관계는 이런 게 모범적인 표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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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