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 운영사는 왜 CTO를 뽑았나(feat. 핸디즈)

우리가 여행지에서 호텔에 방문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호텔에 입장하면 프론트에 가서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방을 달라고 요청한다. 호텔 직원은 컴퓨터를 보면서 무언가 작업을 한다.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비어 있는 방에 예약자를 배치하는 과정이다. 방이 정해지면 키카드도 등록한다.

만약 직원의 컴퓨터 예약자 목록에 내 이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분명히 야놀자나 아고다와 같은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는데, 호텔 컴퓨터에 내 이름이 없다면? 또는 예약자 명단에는 있는데 호텔에 빈 방이 없다면? 아마 이 여행은 엉망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별거 아닌 거 같은 이 과정은 호텔의 핵심 업무라고 볼 수 있다.

호텔의 예약을 관리하고 객실을 배정한 후 결제나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IT 시스템을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라고 부른다. 요즘 호텔 중 PMS 없이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대부분 전문 PMS 개발업체로부터 시스템을 구매해 사용한다.

PMS를 공급하는 IT 회사는 국내외 다양하다. 야놀자와 같은 온라인여행사가 PMS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시중의 다양한 PMS 중 적당한 시스템을 골라서 구입해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굳이 PMS를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호텔 업체가 있다. 도심 레지던스형 호텔 브랜드 ‘어반스테이’를 운영하는 핸디즈다. 핸디즈는 전국 20여개 지점에서 2700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회사로, 숙박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핸디즈가 PMS를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이유는 PMS가 고객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핸디즈 내부에는 PMS 개발 등을 위한 기술 조직이 있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성 CTO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핸디즈가 굳이 왜 PMS를 직접 만들고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는지 이종성 CTO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종성 CTO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한 네이트온 메신저의 서버 개발의 맡아온 핵심 개발자로, 이후 네이버, NC소프트, 카카오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IT 전문가다.

기술기업에서 개발 경력을 쌓은 이 CTO는 이후 스타트업 투자 및 자문을 하던 과정에서 핸디즈의 정승호 대표를 만나 함께 하게 됐다. 그는 기술과 멀어 보이는 전통 산업을 기술로 혁신하고 싶은 마음에서 핸디즈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핸디즈 이종성 CTO

국내 유수의 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기술자가 왜 IT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호텔회사에 입사를 했나요?

전통산업이 IT를 이용해서 혁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잖아요. 호텔 산업도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았어요. 그런데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대표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기에 오면 기술을 실체적으로 비즈니스에 접목을 시킬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CTO로 부임한 후 PMS를 직접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상용 솔루션을 사서 쓰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편하지 않을까요?

제가 왔을 때 원래는 외부 솔루션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외부 솔루션을 계속 사용하다가는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사실상 대부분의 프로세스가 엑셀로 진행되고 있었거든요. 뭔가 요청이 들어오면 엑셀에 표시해두는 방식으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사람이 개입해야 프로세스가 진행됐어요.

예를 들어 고객이 야놀자나 이런 데서 예약을 하면 담당 직원이 그 예약 내용을 보고 현장 직원에게 전화를 걸거나 슬랙 메신저를 통해서 예약 내용을 알려줘요. 이런 식으로 업무가 수동으로 진행됐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자동화가 안 되어 있는 거죠.

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가 있잖아요. 수동으로 하면 예약 날짜가 잘못 전달되거나 금액이 잘못 입력될 수 있어요. 고객이 호텔에 왔는데 예약이 안 되어 있으면 큰일 나죠.

또 저희가 좀 특이한 호텔이라서 저희만이 필요로 하는 기능이 좀 있는데, 상용 솔루션은 이같은 요구사항이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TO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PMS 개발인가요?

처음에는 당장 우리가 필요한 기능부터 만들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개발팀도 없었고 개발자는 저 혼자였거든요. 한명씩 인원이 늘어서 개발조직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럴듯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못했고 필요한 기능만 개발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기능은 어떤 거였나요?

앞에서 언급한 예약관리 기능이었어요. 야놀자 같은 곳에서 예약이 완료되면, 저희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동되게 하는 기능이요. 이후 엑셀로 관리하는 것들을 시스템에 내재화했고, 도어락 키관리 같은 기능도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능 한두 개 개발했는데, 현재는 메뉴가 20~30개 됩니다.

필요한 기능부터 하나씩 개발하다 보니 장점이 있어요. 지금 저희 PMS에는 저희가 필요한 기능만 들어있습니다. 상용 솔루션에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도 포함돼서 복잡하죠.

지금도 PMS만 만드시나요?

아니요. PMS가 어느 정도 된 이후에는 판매도 내재화 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전까지 저희가 야놀자나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만 판매를 하고 예약을 받았는데요, 자체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어반스테이 앱’이 그렇게 만들게 된 앱입니다.

호텔 앱이나 홈페이지는 안내 사진 정도 있는 거 아닌가요? 어반스테이 앱은 다른 점이 있나요?

저희 앱도 다른 호텔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별점은 있습니다. 저희 앱에서 식당 같은 부대시설도 예약할 수 있고요, 고객은 야놀자 같은 OTA에서 예약한 내용을 저희 앱에서도 볼 수 있어요. 원래 고객이 OTA에서 구매를 하면 그건 단순한 예약 정보이지 저희 호텔의 서비스 정보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야놀자에서 예약을 했어도 저희 앱에서 수건을 더 갖다 달라고 한다거나 어메니티 신청을 하거나 할 수 있습니다. 늦은 체크아웃을 원한다면, 프론트에 전화를 걸지 않고 앱 내에서 신청하고 추가 이용료를 결제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앱에서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또 어떤 걸 개발하셨나요?

저희는 객실 소유주들이 다양하게 계십니다. 저희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호텔 서비스를 위탁운영관리하는 회사죠. 그래서 객실 소유주에게 매달 정산을 해줘야 합니다. 객실 소유주가 정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오너스 데스크라는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고객경험 혁신을 위해 기술을 내재화 한다고 하셨는데, 어반스테이 고객의 경험이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게스트가 호텔에 도착하시면 프론트로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보통 호텔 프론트 데스크 앞에 고객이 줄을 쫙 서 계시잖아요. 저희는 그런 과정이 필요없습니다. 호텔에 들어오시면 곧바로 객실로 가시면 됩니다. 저희가 알림톡이나 앱을 통해서 예약하신 당일에 체크인 객실정보를 배정해 드리고, 비밀번호를 알려 드립니다. 곧바로 객실로 가셔서 비밀번호 입력하고 입실하시면 됩니다.

CTO님은 지금까지 다닌 모든 회사가 대부분의 임직원이 IT전문가로 구성된 회사들 아니었습니까?  호텔의 경우 다른 종사자들은 IT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을 텐데요. 보통의 CEO들은 IT를 비용부서로 생각하고 조직과 예산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아닙니다. 기술을 잘 활용하면 서비스 운영의 효율성이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개발조직의 한정된 리소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고민이죠. 현업에서는 기술이 내재화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시고, 다양한 요청이 너무 많아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술이 새로 도입되는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게 되잖아요. 다른 기업은 그 과정에서 현업과의 마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문제는 없나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만들었으니 무조건 사용하라고 강압하는 방식도 아니고, 무조건 만들어 달라고 강요하는 방식도 아닙니다. 서로 상대의 가치를 아니까 현업과 긴밀하게 소통해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희 회사의 문화이기도 합니다.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PMS가 있는데, 직접 개발한 시스템이 이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나요?

아직 사실 미약합니다. 다만 저희는 저희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능만 만들거든요. 기존 상용 솔루션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필요없는 기능이나 맞지 않는 기능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각 호텔마다 상황은 다르니까 다른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 호스트 10개를 운영하는 운영자가 기존 상용 솔루션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핸디즈만 가진 특수한 기능이 있나요?

아마 저희만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독특한 기능들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어락 제어나, 가격 변동을 자동으로 하는 스마트 프라이싱, 소유주 정산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걸 다 내재화하는 경우는 저희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운영하면서 수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효율성 사례가 있다면?

수치로 말하기는 쉽지 않은데, 저희 호텔 한 지점에 운영인력이 5.5명인가 6명인가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 체크아웃 업무는 하지 않으니까 여러 명이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죠. 또 저희는 수익을 소유주들과 분배하기 때문에 정산이 중요한데, 시스템이 없을 때는 정산 전 5일 정도는 밤샘 근무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화 되어 있죠. 스마트 프라이싱이 개발된 이후에는 가격조정도 현장에서 쉽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걸 만들어갈 계획인가요?

계속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는 부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업무라도 각 부서별로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사업 쪽에서 보는 뷰, 마케팅에서 보는 뷰, 운영에서 보는 뷰가 다릅니다. 그런데 각 사업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모두 담으면,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보여지거든요. 각자가 필요한 정보만 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약 관리라는 업무를 마케팅이 바라볼 때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만 보면 됩니다. 운영은 운영을 위한 정보만 보면 되죠. 이런 걸 깔끔하게 맞춤형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솔루션이지만, 더 발전하면 상업적으로 판매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계획도 있나요?

솔루션을 더 고도화 한다면 기능 단위로 독립적으로 모듈화해서 SaaS 형태로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만약 판매를 한다면 모듈 별로 판매가 가능할 겁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도어락이 필요한 호텔도 있고 있고, 키오스크가 있어서 필요 없는 호텔도 있겠죠? 스마트 도어락 모듈만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건 엔지니어로서의 저의 희망이고,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과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든 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고 싶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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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7월 16일 (화) 14:00 ~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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