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애플 급나누기가 앞으로 더 심해질 이유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앞으로 벌어질 애플의 급나누기 대전쟁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발표된 지 2주가 지났는데요. 애플 전용 AI죠. 그런데 이 애플 인텔리전스가 적용되는 기기는 한정돼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아이폰 15 프로·프로 맥스만 지원하고요. PC에서는 애플 실리콘, 그러니까 M1에서 M4까지 모두 지원합니다. 여러분 그런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왜 작년 제품인 아이폰 15 프로는 겨우 되고, 3년 전에 나온 M1는 지원하는지.
실제로 AI 가속기, NPU, 애플에서는 뉴럴 엔진이라고 부르죠. AI를 주로 담당하는 부품의 성능은 M1는 11TOPS, 아이폰 15에 탑재되는 A16바이오닉 NPU 성능은 17TOPS입니다. TOPS는 Trillion Operation Per Second의 약자고요. 초당 몇조회의 연산을 할 수 있느냐를 말하는 지표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아이폰 15 일반 시리즈, 그리고 아이폰 14 프로 시리즈의 AI 성능이 M1 프로세서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애플 제품을 주로 유출하는 사람, 팁스터라고 부르는데요. 중국계 팁스터 밍치 궈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중국 부품 업체와 커넥션이 있어서 굵직한 유출을 많이 터뜨리는 분인데요. 이분이 “애플 인텔리전스 차별 적용은 D램 때문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D램은 여러분이 흔히 아시는 램이죠. 이게 PC는 기본적으로 많이 들어가고요. M1 프로세서는 8GB가 기본이죠. 스마트폰에서도 안드로이드에서는 고사양 램이 흔합니다. 16GB를 탑재한 제품이 많죠.
그런데 여러분, 애플의 장점이 뭡니까. 제품과 OS를 동시에 만드는 겁니다. 이러면 제품에 맞춰서 극한의 최적화가 가능해지죠. 물론 램이 크면 더 좋겠지만 안 커도 성능을 내는 게 애플 제품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A16 바이오닉의 램은 6GB예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갤럭시 S23·S24의 8GB보다 적고요. M1의 기본 8GB보다도 적죠. 그런데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에 탑재된 A17 프로의 램은? 8GB입니다.
밍치 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 인텔리전스의 변수 크기는 3B, 30억개 수준으로 예상되고요. 구글의 sLLM인 제미나이 나노의 1.8B, 18억개보다는 조금 큽니다. 제미나이 나노는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갤럭시 AI에 쓰이고 있죠.
애플 LLM은 30억개니까 갤럭시 AI보다는 조금 더 큰 셈인데, 이 정도를 압축해서 활용하려면 0.7~1.5GB의 램이 항상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최대 1.5GB의 램을 빼고 스마트폰용 램에서 계산해야 된다는 거예요. A16 바이오닉 기준으로는 1.5GB를 빼고 나면 4.5GB가 남는데, 요즘 카메라나 게임 같은 거 하나만 켜도 3GB를 훅 써버리거든요. 렌즈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보통 방치형 게임 같은 거 게임만 하지 않고 유튜브 같이 보면서 하시죠? 그러면 남는 램이 없는 겁니다. 만약 애플이 언어 모델 크기를 조금 줄였으면 가능했을 것도 같은데요. 애플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신규 제품 수요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죠. 과거 제품에도 AI를 적용해주고 있는 삼성과는 가는 길이 다릅니다. 애플이 누굽니까. 급나누기의 달인이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 LLM이 7B, 70억개 매개 변수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어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시리가 조금 더 많은 대답을 해줄 수 있고, 통역이나 라이브 캡션 같은 신기능이 들어갈 겁니다. 근데 아이폰 15 프로로도 이걸 구동을 못 하게 만들 거예요. 애플이니까요. 그럼 신기능이 나올 때마다 아이폰 16 프로를 사야 되고, 거기서 변수가 더 커지면 아이폰 17 프로를 사야 되고 매년 이렇게 되는 겁니다. 애플이 LLM을 직접 만든다고 할 때 굳이?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LLM을 직접 만드니까 애플다운 아주 편리한 서비스가 나온 게 장점이고요. 단점은, 신기능의 온디바이스 구동을 위해서는 계속 새 제품을 사야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변수 크기를 계속 키우면 그렇게 될 거예요. 물론 애플이 이렇게 나오면 삼성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삼성은 AI 폰 1억대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고요. 램도 8GB로 무난하기 때문에 애플처럼 악독하게는 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난 뒤에 정말 애플이 정말 애플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애플은 하드웨어 문제가 없는데도 급나누기를 몇번 했었죠. 그런데 AI는 NPU나 D램 성능에 제약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애플이 직접 LLM을 만들어서 사용성을 끌어 올리면서, 동시에 신기술을 신제품에만 탑재할 수 있는 묘수가 나온 거죠. 어느 천재가 이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멋지다 애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애플이 만약에 매년 온디바이스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LLM 크기를 계속 키운다-하면 정말 전에 없던 스마트폰 AI 혁신이 매년 등장할 겁니다. 나중에 아이폰은 터치 조작이 아니라 말로 조작하는 폰이 될 거예요. ‘그녀’가 오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인터넷 연결 없이.
나쁘게 생각하면, 이게 맛 들이면 못 빠져나온다는 문제가 있겠죠. 해결책은 하납니다. 삼성이 잘해야 돼요. 저는 두 회사 중에 어떤 회사를 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독점이 되는 건 결국 우리 소비자한테 별로 좋지 않거든요. 삼성, 힘내라. 물론 애플도 힘내시고요.
자, 오늘 제 예측, 부디 실제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아이폰 AI, 한국말로도 쓸 수 있는 날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