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암과 싸우는 AI 기술

암 정복은 인류의 숙제 중 하나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암 정복에 나서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루닛, 뷰노, 셀바스AI, 제이엘케이, 코어라인소프트와 같은 곳들이 있는데요. 암 조기진단 AI 기술을 기반으로, 코스닥에 기업공개를 한 상장사들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영상 파일 안에서 암 세포를 발견·조기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부터 신약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하는 곳까지, 이 회사들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암과 싸우고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진단의 영역

가장 많은 곳이 뛰어든 영역입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엑스레이(X-ray) 사진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이 많은 편입니다. 해마다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하면서 촬영한 흉부 사진이 많은데, 이 말은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뜻도 됩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주로 폐암, 유방암 검진에 AI를 활용하는 조기진단 기술이 활발히 생겨나고 있는데요. 흉부 사진을 학습한 AI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해내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예컨대, 의료AI 기업 루닛의 ‘인사이트 CXR’이란 솔루션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폐 결절, 섬유화, 석회화를 포함한 10가지 흉부 질환을 검출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솔루션입니다.

이 솔루션은 대용량 폐 사진을 기반으로 암 판독을 진행합니다. 먼저 폐 전체 사진을 확대한 후,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구분하고요. 두 세포를 다른 색깔로 표시한 후, 이를 토대로 암세포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분석해 의료진이 수술을 할 지 항암 치료를 진행할 지 판단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금 현재 AI는 의사의 판단을 돕는 ‘보조’의 역할로 잘 쓰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의사가 잡아내지 못한 병변도 AI에 의해 발견되곤 합니다.

정확도는 얼마나 올라왔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2023년 4월에,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곽세현 교수팀(곽세현·이은혜 교수, 영상의학과 신현주 교수)이 AI 기반 흉부 방사선 영상 분석의 임상적 효용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출처=용인세브란스병원. 사진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가 촬영한 흉부 방사선 영상(또는 이미지)이 서버로 전송되면, AI 기반 분석 솔루션이 이 영상·이미지를 분석해 이상 소견에 대한 정보가 나타날 경우 이를 알려주고 의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도록 합니다.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 사이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적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폐암 절제 수술을 받은 조기 폐암 환자 중 약 17.3%가 AI 기반 흉부 방사선 영상 분석을 통해 우연히 폐암 병변을 발견한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환자들은 폐가 아닌 다른 장기의 수술 전 검사 또는 호흡기 증세 없이 호흡기‧알레르기내과가 아닌 다른 과에 내원해 실시한 기본 검사로 흉부 방사선을 촬영한 경우였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61.5%의 환자는 촬영 당일 이상 소견에 대해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았으며, 53.8%의 환자는 폐 절제술 후 최종 1기 폐암으로 진단받았다고 합니다. 폐암의 경과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조기 진단율이 전체의 2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낮기 때문인데, AI 기반 흉부 방사선 영상 분석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이 연구 결과가 보여준 것이죠.

최근에는 꽤 많은 병원에서 의료 AI 회사들과 손잡고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로 병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임상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에는 라이프시맨틱스라는 회사에서  피부암 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캐노피엠디 SCAI’의 확증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캐노피엠디 SC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주관하는 닥터앤서 2.0 사업을 통해 개발했는데요.

피부암 의심 환자의 피부 병변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피부암 여부를 감별하는 기술입니다.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영남대학교병원 등 임상시험에 협력한 병원에서 수집된 피부암 의심환자의 피부종양 이미지 6500건을 학습 및 분석한 결과, 진단 정확도 80.9%를 기록해 모든 지표에서 임상적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글로벌로 나가는 곳도 생겼죠. 최근에 가장 큰 소식을 가져온 곳은 루닛. 미국의 ‘볼파라’라는 유방암 검진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볼파라는 미국 현지에서 유방센터를 운영하며 유방밀도 계산 등을 통해 암 위험 평가에 중점을 둔 AI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인데요, 루닛은 볼파라를 거점 삼아 미국에 자사 암 판독 기술인 루닛 인사이트 등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미국 유방암 검진 플랫폼 품은 루닛, 무엇을 얻었나]

검진의 영역에서 기술기업들의 꿈은 큽니다. 루닛의 서범석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8월 발표한 회사의 중장기 로드맵에서 “모든 암을 조기 검진할 수 있는 전신 MRI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신 MRI는 기존 영상진단 방식에 비해 높은 검출률과 낮은 위양성률을 보이고 있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어 암 검진을 위한 넥스트 솔루션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 착안했죠.

치료의 영역

AI로 암세포를 발견하는 검진의 영역은 그래도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온 기술인데요. 이제는 기술 기업들이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의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환자에 맞춤한 면역항암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맞춤형 치료를 제안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곳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AI 기술을 쓰고 있기도 하죠.

앞서 언급한 회사 루닛은 항암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AI로 예측하는 ‘루닛 스코프’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형질을 AI를 통해 분석해 환자에 맞춤한 면역항암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맞춤형 치료를 제안하는 것이죠. 루닛은 스코프라는 도구를 통해 세포의 존재 분포(Ontological distribution)를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값비싼 면역 항암제가 특정 환자한테 잘 들을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겠다는 건데요.

면역세포가 암 세포 주변에 있어야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의사가 세포 슬라이드를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 슬라이드 하나의 이미지가 10만바이트가 될 정도로 매우 크므로, 사람이 모두 확인해 분석하기 어렵고, 그래서 이런 부분을 딥러닝 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루닛 스코프고요.

2024년 5월에는 그래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루닛이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2024 미국임상종양학회(이하 ASCO 2024)’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성과 7편을 발표했는데요.

주요 연구 중 하나가 항암치료표적 중 가장 잘 알려진 HER2(인간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 초저발현(Ultra-low) 유방암 환자군 분류에 대한 것입니다.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HER2 음성으로 분류된 유방암 환자 401명의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한 결과, 기존 방법으로 HER2 점수가 0인 환자의 23.6%가 HER2 초저발현군으로 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게 어려운데요. 쉽게 결론만 말하자면,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에 HER2 음성으로 분류돼 표적치료를 받지 못했던 유방암 환자를 AI를 통해 초저발현으로 세분화해 치료 대상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죠.

아울러 딥러닝 기반 흉부 CT 영상 분석을 통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결과도 주목할만 합니다. 환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학습한 AI 모델이 치료 반응군으로 예측한 환자의 치료 실패 후 다른 치료로 전환될 위험성과 사망 위험도가 모두 각각 42% 감소했고 중앙생존기간(Median OS)도 중앙 16.5개월로 비반응군의 7.6개월에 비해 2배 이상 길었다는 내용입니다.

또 한 군데. 암 세포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암 세포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겠죠. 그래야 목표한 곳으로 정확히 약물을 주입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포트래이는 지난 인공지능 공간전사체 기술을 활용, 신약 개발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안과의사 출신이 주목한 새로운 암 치료 기술]

위에 붙인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핵산의 일종인 리보핵산(RNA, 전사체)이 분포된 공간 개념의 데이터인 ‘공간전사체’를 통해서 암 세포를 찾아내는 기술을 만드는 회삽니다. RNA의 위치와 조합을 통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세포의 유무와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긴데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솔루션을 만들고 있고요. 주로 폐암 같은 덩어리 암(고형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위주로 개발을 하고, 이 방면에서 국내외 병원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주요 의료AI 기술 회사

다음은 최근 알게 된 동료, 챗GPT-4o가 “암과 싸우는 국내 주요 의료AI 기술 회사를 정리해달라”는 요구에 응답한 내용입니다. 틀린 내용은 없는지, 제가 2차로 확인했습니다.

1. 뷰노(VUNO)
주요 기술 및 제품: VUNO Med®-LungCT AI, VUNO Med®-BoneAge 등 다양한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
특징: 의료 영상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딥러닝 기반 기술을 제공.

2. 루닛(Lunit)
주요 기술 및 제품: Lunit INSIGHT, Lunit SCOPE 등.
특징: 흉부 X-ray와 유방암 검진을 위한 AI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 최근에는 암 조직 분석을 통한 예후 예측 기술도 개발.

3. 셀바스 AI(Selvas AI)
주요 기술 및 제품: Selvy AI™.
특징: 음성 인식 및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 진단 지원 시스템 개발. 전자의무기록(EMR) 분석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예측.

4. 제이엘케이(JLK)
주요 기술 및 제품: AIHuB™, JLK Insight™ 등.
특징: 뇌, 폐, 간, 유방 등 다양한 암의 진단을 위한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 제공. 암의 조기 진단과 정확한 분석을 목표로 함.

5. 메디트(Medit)
주요 기술 및 제품: 3D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
특징: 치과 및 의료 분야에서 3D 스캐닝 기술을 통해 암 치료 계획 및 수술 지원.

6. 딥노이드(Deepnoid)
주요 기술 및 제품: DeepCancer™ 등.
특징: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암 진단 및 치료에 활용. AI 기반 암 진단 소프트웨어를 제공.

7. 헬스커넥트(HealthConnect)
주요 기술 및 제품: 헬스케어 플랫폼.
특징: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암 치료 솔루션 개발.

8. 쓰리빅스(3BIGS)
주요 기술 및 제품: 유전체 분석 기반 맞춤형 치료 솔루션.
특징: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여 암 치료를 위한 맞춤형 약물 및 치료법을 제안.

9. 라이프시맨틱스(LifeSemantics)
주요 기술 및 제품: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특징: 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건강 관리 및 치료 계획을 지원.

10. 씨젠(Seegene)
주요 기술 및 제품: 분자진단 기술.
특징: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의 조기 진단 및 예후 예측. 다중 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한 암 진단 키트 개발.

11. 인피니트헬스케어(Infinitt Healthcare)
주요 기술 및 제품: 의료 영상 저장 및 관리 시스템(PACS).
특징: AI 기반의 의료 영상 분석을 통해 암 진단을 지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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