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이 본] 2024 베이징 오토쇼 키워드 3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적극적 해외 진출, BYD 승용차 국내 진출 가시화, 2024년 베이징 오토쇼에서 전시된 중국 전기차들에 대한 높은 관심 등 최근 중국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 중국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진출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고 중국산 기술과 부품 탑재 커넥티드카 규제를 검토하는 등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경계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중국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어느 정도 잠식할 수 있을지는 물론이고, 실제 기술수준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리버스 조인트 벤처(Revere Joint Venture) 형태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중국 기술에 대한 러브콜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중국 전기차 기술발전과 시장전략은 자동차 업계 판도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체와 전문가들은 ‘위기상황’ 혹은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조심스런 관망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를 넘어 품질과 사용자 경험 수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 등을 반영해 이번 ‘차두원이 본’에서는 이미 언론에 다수 소개된 신차와 기술 소개를 넘어 중국 전기차와 전략을 접하면서 떠오른 키워드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사용자 경험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이다. 사용자 경험을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니오는 사용자경험 정의 차량(UX-Defined Vehicle)의 개념을 2023년 9월 소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니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커플링을 강조하고, 자체 운전자지원시스템인 NOP(Navigate on Pilot+)를 개발해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사용자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테슬라를 능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즉 자체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프리미엄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지 않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으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장기주의(长期主义)를 표명하고 있다.
니오 하우스(Nio House), 니오 스페이스(Nio Space), 니오 허브(Nio Hub) 등 온라인 가상매장의 반대 개념인 실제 매장(Bricks and mortar) 운영을 통해 고객·차량 오너를 위한 휴식과 쇼핑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잠재 구매자와 오너들에게 다양한 굿즈와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체 스마트폰 출시로 차와 폰의 결합을 통한 UI/UX 통합, 인공지능 스피커 노미(Nomi)와 니오 유저들 만이 사용하고 있는 니오 라디오(Nio Radio)를 통해 소비자 목소리를 수집한다.
사용자 경험 체계는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 수집/집계 → 사용자 경험팀의 관련 기능 개발 → 우선 순위 평가 → 연구개발(R&D)팀 이관 → 추가 테스트 → 최종 승인 → 출시 과정을 거친다. 우선순위는 특정 개인 선호도가 아닌, 내비게이션과 같이 운전 및 주행에 대한 내용을 우선순위로 기본기능에 충실하게 개선하고 있다. 이른바 니오 라이프(Nio Life)다.
사용자경험은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산호세, 영국 런던과 함께 독일 베를린을 핵심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 거점은 사용자경험 정의차량 전담조직과 인재 유치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정의차량, 오프라인 중심의 사용자 경험의 강조는 니오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대부분 업체들의 전략은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인에이블러(enabler)로 다양한 기능을 통해 자사 에코시스템에 고객을 종속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리라이프(Geely Life) 등 니오를 모방한 오프라인 매장의 고급화는 중국 업체들 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업체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온오프라인 경험의 결합을 강조함을 알 수 있다.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사용자경험(UX)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특히 중국 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브랜드 차별화 전략,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를 능가하기 위한 전략이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업체들이 과감히 사용자경험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시작했고,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에 약했던 점을 고려해 IT와 인공지능 업체와의 협업에 나섰다. 또, 유럽 등 해외 연구개발센터 운영의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리버스 조인트 벤처 (Reverse Joint Venture)
중국과 해외 완성차 제조사들간의 리버스 조인트벤처가 전기차 업계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한 외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투자와 파트너십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는 아래와 같다.
[ 대표적인 해외 완성차 업체와 중국기업들 간의 리버스 조인트벤처 및 협력 사례 ]

1994년 중국정부는 자동차공업산업정책을 발표하면서 완성차 제조사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시장개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2018년 친환경차, 2020년 상용차 지분 제한을 폐지했고, 2021년 ‘2021년 외상투자 진입 특별관리 조치’를 통해 2022년 부터 승용차 부문의 지분 제한을 완전 폐지했다.
2019년 외국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테슬라가 중국 현지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것도 이러한 규제완화 덕분이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의 자국산 자동차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기반에 깔려있으며, 관련 정책들의 결과로 리버스 조인트 벤처가 확산되고 있다.

모방자의 딜레마 (Imitator’s Dilemma)
모방과 혁신은 연구개발 집약적 산업의 기술개발과 시장우위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접근 방식이다. 업계마다 비난 받는 카피캣은 존재하며, 벤치마킹은 중요한 혁신의 도구로 인정받는다. 산업과 기업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모방전략은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후발주자가 혁신을 주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모방해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는 현상을 언급하는 ‘패스트 팔로우어의 이익(Fast Follower or Second-Mover Advantage)’은 산업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용어다.
관련 연구문헌도 다수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퍼스트무버의 평균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실패율은 47%이며, 후발기업은 실패율이 8%로 낮고 평균시장 점유율도 28%로 선도기업과 비교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모방전략을 선택한 후발기업은 퍼스트무버와 비교해 시장과 기술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에 투자 결정을 더욱 쉽게 하는 경향도 볼 수 있고,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더 잘 유인하고 경제적 이익도 높은 케이스도 존재한다.
이렇듯 모방자가 원래의 혁신가를 능가하는 케이스를 ‘혁신가의 모방 딜레마(Innovator’s Imitation Dilemma)’라고 부른다. 많은 노력 끝에 혁신을 탄생시켰지만 종종 경쟁사 혹은 후발주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모방전략을 적용하는 기업은 선도기업이 이미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확보해 고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익에 한계가 있으며, 모방전략이 혁신성과를 감소시켜 성과에 영향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다소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모방에도 유형이 있다. 그대로 베낀다는 개념의 순수 모방(Pure Imitation)과 창의적 모방(Creative Imit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중국 우한공대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순수 모방 전략을 선택하면 위험을 회피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해 시장 우위에 접근이 가능해 경쟁사를 따라 잡을 수 있고, 경쟁사의 선도 제품을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것으로 목표로 창의적 모방전략에 성공하면 장기 목표 달성이 가능해 고객에게 새로운 기능과 제품 업데이트를 통해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 Huatao Peng, et. al, Does an Imitation Strategy Promote Long-Term Firm Growth in a Dynamic Environment? A Meta-Analysis, Organizational Psychology, Vol. 12, 2021.)
중국 전기차는 창조적 모방을 통해 최고의 전기차 업체인 모방자의 딜레마를 경험하게 할 수 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물론 아직도 짝퉁 논란은 있다. 2024년 4월 개최된 베이징모터쇼에는 중국의 빅4 자동차 제조사인 둥펑모터스가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유사한 콘셉트카를 전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이른 바 ‘짝퉁 중국차’라 불린 것들과는 다르게 보인다. 더 나아가 이 콘셉트카는 어떻게 진화될 것인가란 의문도 들게 한다.

그렇다면 원래 혁신기업은 모방의 딜레마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당연히 후발주자 도전에 대응한 연속적인 혁신을 달성해야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러한 현상들은 라이드 셰어링, 동영상 플랫폼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전기차를 원인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일반적인 혁신 사이클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을까?

[참고문헌]
Casper Kessels, The State of UX Design of Chinese Car Brands, The Turn Signal, July, 2020.
Huatao Peng, Chen Zhou, Bert M. Sadowski, Tingshu Sun, Does an Imitation Strategy Promote Long-Term Firm Growth in a Dynamic Environment? A Meta-Analysis, Organizational Psychology, Vol. 12, 2021.
Jason P. Davis, Vikas A. Aggarwal, Knowledge mobilization in the face of imitation: Microfoundations of knowledge aggregation and firm-level innova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Volume 41, Issue 11 p. 1983-2014, June, 2020.
Nio User-Experience-Defined Vehicles, Nio official Youtube, 2023. 9.
Pony.ai’s JV with Toyota to spur robotaxi development, ChinaDaily, 2024. 4. 28.
[컨퍼런스 안내]
◈ 2025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일시 : 2025년 2월 18일 오후 12:30~17:30
장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ST Center (과학기술컨벤션센터) 지하 1층 대회의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