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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1000곳 카페·호텔 찾아다니며 ‘최적의 온도’를 찾아낸 사람들

한 여름 영화관이나 카페, 사무실에서는 때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계절에 맞게 반팔을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툼한 기모 소재의 집업을 입은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달라 같은 날씨라도 누군가는 추위를, 누군가는 더위를 느끼기 마련이다. 

건물 에너지 운영관리 스타트업 씨드앤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최현웅 씨드앤 대표는 에너지연구 회사 재직 시절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저마다 다른 두께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매일 기후위기와 에너지 연구에 몰두했는데, 그동안 해왔던 연구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2015년, 그가 씨드앤을 창업한 이유다.

최 대표는 창업 후 약 7~8년 동안 제품 개발과 고도화에만 매진했다. 창업 이유이자 그가 해결하고 싶었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같은 건물이더라도 거주용, 상업용에 따라 최적의 온도는 달라졌다.

카페냐 사무실이냐 등 업종은 물론이고, 평수나 구조, 층고 높이 등 각종 변수에 따라서도 최적 온도는 달랐다. 외부 요인도 내부 온도에 영향을 미친다. 온도, 습도, 날씨, 계절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약 8년간 최 대표는 공동창업자인 홍원진 부대표와 함께 헬스장, 카페, 사무실, 호텔 등을 돌아다니며 약 1000여 개 장소의 온도 데이터베이스(DB)를 쌓았다. 그 결과, ‘최적의 온도’를 찾는 법을 알아냈다.  

씨드앤의 건물 에너지 운영관리 서비스 ‘리프’는 원하는 공간에 센서를 부착해 해당 공간의 온도와 습도, 공기질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에 부착된 콘트롤러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건물에도 리프가 설치되어 있어, 대화 도중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켜졌다. 지난달 25일 최현웅 씨드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씨드앤은 어떤 회사?

2015년 출범한 씨드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건물 에너지 운영관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원하는 공간에 센서를 부착하면 적정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콘트롤러에 명령을 내린다. 콘트롤러는 냉난방 기기, 제습기 등을 조절한다. 지난 2021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약 5억원의 프리A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후 팁스(Tips) 지원금을 받았고, 지난해 2월 추가 투자 유치를 해 현재 누적 투자금은 22억원 이상이다. 

최현웅 씨드앤 대표

씨드앤은 어떤 회사?

씨드앤, 스타트업이라기엔 나이(?)가 있는 것 같다.

씨드앤은 스타트업이라기엔 연차가 있다. 올해 5월이면 10년차를 맞는다. 건물 에너지라는 보수적인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시장 확장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어떤 일이 성장의 계기가 됐나

그전까지는 지금처럼 ESG(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이 보편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기업들 사이에서 ESG와 기후위기 등이 화두가 됐다. 2021년 8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첫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이 시작됐다. 에스원,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연구개발(R&D)을 진행했고, 그 이후부터 사업이 커지기 시작했다. 

에너지 운영관리 서비스 시장은 대중들에게 생소할 것 같다. 이 시장을 주목한 계기가 있나?

건축공학을 전공해서 건축 설비에 관심이 많았다. 전공을 살려 시공사에 몸을 담기도 했었는데, 맞지 않아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님이 건물 에너지 연구를 제안해주셔서 에너지 연구회사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에너지에 흥미를 가지며 연구를 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갈증이 생겼다. 직접 연구한 것을 토대로 현실에 개선점을 고민하던 찰나, 사무실과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한 여름에 왜 후드 집업을 입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냉난방기기에 따른 실내 온도)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씨드앤의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건물 냉난방기 조절을 위한 센서와 콘트롤러가 있다. 센서는 지상으로부터 약 150cm 위의 높이에 부착되어 공간의 환경을 학습한다. 열의 흐름, 사용패턴, 바깥 날씨, 실내 온도 등을 예측, 분석한 뒤 어떻게 하면 쾌적하고 최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을지 계산한다. 센서가 수집한 공기질, 온도 등의 측정값을 서버로 보내면 도출값에 따라 콘트롤러가 동작을 한다.

씨드앤 슬로건은 ‘온도관리 습관의 변화’다. 사람은 온도, 에너지, 공기질, 바깥 날씨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적정 실내 온도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반면 기계는 이를 정확하게 잡아내고 예측이 가능하다. 머신러닝으로 온도, 풍량 등을 조절해 최적의 환경과 에너지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상황 별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떻게 다른가?

상황 별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중에서도 해가 뜬 날, 흐린 날, 조금 흐린 날이 있다. 또 습도가 높은 날부터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등 실외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장소라고 하더라도, 주방이나 홀과 손님들이 있는 곳의 온도차가 있다. 주방의 경우 냉난방기를 안 켰을 때의 온도와 켰을 때의 온도는 크게 7~8도 가까이 나는 경우도 있다.

카페가 추운 이유가 주방이나 바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온도를 관리해서 그렇다. 직원들은 열이 나는 주방기기 앞에서 움직이니까 상대적으로 더 더울 수밖에 없다. 반면, 손님들은 자리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위를 느낄 수 있다.

말씀하신 대로,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달라 최적의 온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씨드앤에 세운 ‘최적’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쾌적도를 찾으려면 사람들은 주로 경험을 떠올린다. 냉난방기로 인해 추웠거나 혹은 더웠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쾌적도라는 기준이 빡빡하진 않다. 과거 공공기관에서 적정 실내온도를 권장했었는데, 확산되지 못했던 것이 쾌적 범위를 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실내온도를 20도에서 26도를 권장한다고 하면, 냉난방기 시설을 연중 이 온도에 맞춰놓고 틀어놓으면 된다. 그러나, 모두에게 23도나 24도의 환경이 쾌적하지 않다.

그래서 쾌적도라는 기준을 찾기 위해 미국 난방냉동공조학회(ASHRAE)에 있는 표준을 활용하기도 했다. ASHRAE는 냉난방 공조 업계에 국제표준화기구와 같은 공신력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결국 실제 필드에 나가 직접 사람들이 ‘쾌적 맵’을 만들었다. 실내 공간부터 층고 등의 환경을 고려해 냉난방기의 풍량과 외부온도가 어느 수준일 때 실내온도가 오르거나 떨어지고, 특정 습도에서 쾌적함을 느끼는지 몇 년간 수집했다. 고객사 매장에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일일이 온도를 물어보며 쾌적 맵을 만들었다.

쾌적 맵은 사용자들의 체감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인가?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온도가 괜찮다고 하면 그 데이터를 쌓았고, 이를 통해 상황별 일정 범주를 만들었다. 데이터를 쌓기까지 약 7~8년이 걸린 이유가 1000곳의 현장 데이터가 필요했다. 헬스장, 카페, 사무실 등의 데이터베이스가 용도별로 쌓여있다.

센서를 지상 150cm에 부착하는 이유가 있나?

여러 위치에서 실험을 해봤다. 지상 50cm, 80cm 등 10cm 간격으로 센서를 부착해봤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체감온도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구간대가 150cm 안팎이었다. 보통 사람의 앉은 키에서 목 정도 오는 높이다. 사람의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구간대가 목에서 가슴 사이다. 추울 때 목도리만 해도 따뜻해지는 이유다.

연식이 오래된 냉난방도 연동이 되는지?

가장 오래된 냉난방 기기의 경우 24년 전 모델까지 연동이 가능했다. 24년 전 모델도 프로토콜이 있으면 적용이 가능하다.

냉방기기에 부착된 시드앤의 리프 콘트롤러

건물 에너지 관리가 중요한 이유

ESG와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시장은 보수적이고, 결국 타 산업 대비 시장의 수요가 클 것 같진 않다. 실제 시장 수요는 얼마나 되나?

확실히 한국이 해외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후테크 투자가 대부분 펀드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기후테크 분야 기술도 많이 발달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후테크를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사에서도 메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 

건물 에너지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은 건물이다. 대부분의 탄소가 건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에서 쓰는 설비 중 50~60%는 설비 공조 시스템, 다른 말로 냉난방 시스템이다. 씨드앤이 1차 타겟으로 건물 에너지 관리 부문 중 냉난방을 선택한 이유다. 

건물 에너지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우리나라는 30년 이상 된 노후화된 건물이 전체 중 약 70~80% 정도 된다. 오래된 건물은 중앙 공조기가 설치가 되어있지만 작동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사람에 비유하면, 중앙 공조기가 혈관에 해당된다. 심장은 이식받을 수 있지만 혈관은 그렇지 못하다. 건물도 똑같다. 중앙 공조기를 비롯한 냉난방 설비를 다 갈아 엎으려면 십억원 단위의 돈을 들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비용을 들여 시공할 건물주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술을 하기 시작했다. 조명 스위치를 바꾸는 등 엣지 단을 디지털 트윈화하면서 건물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국 시장성으로 따졌을 때 빌딩 IoT가 커지고 있다. 씨드앤은 지능형사물인터넷(AIoT), 빌딩IoT 사업을 하고 있다. 

씨드앤의 미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

회사별로 결제를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 일시불, 연납 등 다양한 구독 형태다. 디바이스 값은 받지 않고 서비스 구독료만 받는 형태다.

주고객사는 어디인가?

산업군으로 보면 로드샵, 프랜차이즈, 소상공인 등이다. 오피스, 건물 등도 도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공장 등의 수요가 생기고 있다. 사실상 냉난방기가 설치된 곳은 대상지다.

경쟁사가 있다면?

저희도 찾고 있는데 국내는 파악이 어렵다. 보통 파트너사에서 서비스 도입을 위해 경쟁 입찰을 붙이곤 하는데, 투자사에서도 경쟁사를 못 찾고 있다. 글로벌의 경우 캐나다 기업 ‘브레인박스AI’가 있다. 마찬가지로 중앙공조기를 AI화하는 솔루션을 공급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사는 쾌적 맵에 따라 실내 온도가 조절된다면, 브레인박스AI는 사용자의 관리 습관을 학습해 온도조절을 한다.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지?

지금 일본과 대만을 주축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산업과 관련해 글로벌하게 움직이고 있는 회사 중 하나가 미쓰비시다. 미쓰비시를 통해 기술,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로, 미쓰비시가 일본,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한 상태다. 1년간 해외 실증을 통해 기술검증을 마쳤고, 올해는 현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 확대 계획이 있나?

냉난방 시스템 외에 건물 단위로 에너지 관리 요소를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조명, 콘센트, 배전반 등을 관리할 계획이다. 결국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종합 솔루션이다. 전에는 자사를 건물 냉난방 자동관리 서비스라고 소개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건물 자동 관리 솔루션, 에너지 자동 관리 솔루션이라고 소개한다. 

10주년을 앞두고 있다고. 그날 무엇을 할 계획인가?

오는 5월 21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직원들과 소주 한 잔 할 것 같다. (웃음)

업데이트
앞으로 씨드앤과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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