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시장 개방한 일본, 진출하는 한국

일본이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이른바 ‘라인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은 일본을 가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 성장성을 생각한다면 글로벌 진출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본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우리보다 시장 규모가 커 국내 스타트업에게 주요 해외진출 국가로 꼽힌다.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수요에 맞춰 정부도 스타트업의 지원책을 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일본 당국과 공동 펀드를 만드는가하면, 액셀러레이팅 등을 위한 스타트업 센터를 개소했다. 중기부는 지난 10일 일본 현지에서 ‘한일 벤처 스타트업 투자서밋 2024’을 열고, 한일 공동 펀드를 만든다고 밝혔다. 한일 공동펀드는 총 1억달러의 규모로 한국 모태펀드(500만달러), 일본 정보투자기관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 민간 투자자 등이 출자한다. 

같은 날, 중기부는 도쿄 현지에 진출한 우리 스타트업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액셀러레이팅, 투자유치 네트워킹 활동 등을 지원하는 ‘K-창업기업 사무소(스타트업센터) 도쿄’를 개소했다. 중기부의 국내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은 외교부 출신의 오영주 장관이 취임하면서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기조가 맞물리며 일본 진출 수요가 늘었다. 

14일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통화한 김석동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벤처투자과사무관은 “일본 정부에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해외 스타트업을 받아들이고 육성을 하겠다는 기조가 있다”며 “일본은 지리적, 시간적 여건 등을 보면 (해외진출하기) 가장 편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영주 장관 취임 이후 중기부는 국내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위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 대비 단시간에 서비스를 현지화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큰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N번째 창업에도 매번 일본으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일본 사업 경험이 있는데다가, 우리나라보다 시장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 창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진출했다. 물론 일본 기업을 공략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본 시장 특성상, 고객사 사례(레퍼런스)가 없으면 서비스 공급을 위한 첫 계약을 맺기가 어렵다. 반대로,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의 굵직한 고객사 한 곳과 계약을 맺으면, 이후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은 처음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 올거나이즈 측의 설명이다.

현재는 일본의 금융사, 통신사, 제조사 등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매출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나오는 만큼, 올거나이즈는 일본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2025년을 목표로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간기업(B2B) 서비스형인터넷(SaaS)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매출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고, 고객 수도 많아 일본 증시 상장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서비스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했다. 최시원, 김재홍 공동대표가 글로벌 기업을 염두하고 채널코퍼레이션을 창업한 만큼, 일본 진출은 출범 초기 이뤄졌다. 일본을 선택한 것은 두 대표가 창업하기 전 일본 사업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의 일본 사업 성과는 지표로 나오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25%가 일본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잠재적인 시장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도 일본에 진출했다. 힐링페이퍼는 지난 2019년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강남언니의 후기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뤄진 결정이다.

강남언니는 서비스 현지화를 위해 일본법인 직원들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구성했고, 지난 2020년 경쟁 서비스인 ‘루코모’를 인수했다. 현재 강남언니의 일본사업은 월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연간기준 일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약 80억원이다. 회사 측은 일본의 잠재시장을 한국의 세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버킷플레이스와 업스테이지는 일본으로 향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서비스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와 집을 꾸미는 문화 등이 비슷한 점을 보고 첫 해외진출 국가로 일본을 결정, 지난 2022년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

업스테이지는 거대언어모델(LLM) 솔라의 일본어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회사가 영어 다음으로 일본어를 선택한 것은 언어학적으로 한국어와 유사하다는 점과, 데이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일본어 데이터가 많아 고품질 언어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 지원 언어로 일본어를 추가하기로 했다”며 “일본어가 한국어와 언어학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고, 데이터 처리에 있어서도 수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보다 규제가 완화 됐다는 점에서 일본 진출을 하는 곳도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하는 닥터나우는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열어줬다. 현재 일본에서 비대면 진료, 약 배송 등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 종료 이후 서비스를 금지 했다가 지난해 12월 재진 환자 대상, 약 배송 금지 등의 제한적인 조건에서 서비스를 열어줬다. 서비스의 핵심인 약 배송 금지는 대한약사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료부터 약 배송까지 전체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인 만큼, 닥터나우는 일본 시장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 회사는 현재 일본법인 설립, 서비스를 위한 행정적인 준비를 마친 상태로, 빠르면 다음달 일본판 닥터나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라인 사태를 보면서 일본 진출을 우려하지는 않을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 사안을 주의 깊게 보면서도 아직은 “덩치가 작아서” 큰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는다는 답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 닥터나우 측 관계자는 “라인은 일본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거버넌스에 가깝다”면서 “아직은 스타트업이 영세하므로 (라인 사태가) 체감되거나 와닿는 우려 포인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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