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릴 듯 말 듯, 스타트업 채용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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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당근·토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스타트업(혹은 IT기업)은 채용 시장에서 인기 있는 직장 중 하나가 됐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몸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때 스타트업 취업과 이직이 활발했다. 스타트업도 이에 부응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이랬던 스타트업 채용 시장이 고꾸라진 것은 지난해. 경기침체와 투자위축으로 다수 스타트업이 긴축 기조에 돌입하면서 인력을 감축하고 채용 문을 닫았다. 올해 스타트업의 채용 계획은 주로 기업 규모에 따라 나뉜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곳)은 대규모 채용에 나선 반면, 규모가 작은 곳은 꼭 필요한 직군만 뽑거나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채용 분위기가 인력감축 위주였던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인재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에 따르면, 올 4월 스타트업의 채용 건수는 4774건으로 투자 호황이었던 2022년보다 약 42% 줄었다. 다만, 합격 건수는 1052건으로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데이터=원티드랩

스타트업의 채용 건수가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에는 적자가 나더라도 몸집을 불려 성장하는 것이 통용됐다. 이때 말하는 몸집 부풀리기는 사업 확장의 의미가 있지만 인력 증원도 해당된다. 그러나 금리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 투자 위축이 이어지면서 스타트업에게 손익분기점(BEP) 달성이라는 숙제가 떨어졌고, 이를 위해 스타트업은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 임원(C레벨) 해고 바람이 분 이유다. 

이준 원티드랩 채용사업부문장은 “채용 시장은 경기지표와 같이 움직인다”며 “(최근 2년 간 흐름을 보면) 예전보다 채용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어떨까? 올 4월 기준으로 합격자 수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일시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 부문장은 “원티드랩의 통계를 살펴보면,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채용 지표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변수가 많아 연말까지 채용 시장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부격차 벌어지는 스타트업 채용

기업 규모와 채용 규모도 비례한다. 규모가 큰 곳은 대규모 상시 채용에 나섰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마켓, 컬리,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등은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토스의 경우 매년 신규 채용으로 인한 임직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직원 수(계열사 제외)는 2021년 621명, 2022년 849명, 2023명 941명으로 늘었다. 현재 토스는 약 73개 직군에서 채용 중이다. 

당근마켓도 서비스 확장으로 인해 꾸준히 인력 충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업과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어 인재영입이 중요한 과제”라며 “작년에 경기가 안 좋았지만 인원감축 등을 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신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인력 채용이 주를 이룬다. 자비스앤빌런즈와 한국신용데이터, 뱅크샐러드 등은 신규 서비스를 위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한 직군을 상시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사업 확장을 하면서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최근 사업 확장에 따라 활발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스타트업의 채용은 여전히 경력직 위주에 머물러있다. 경력직 수요는 경기침체로 더욱 심해졌다. 업무습득에 시간이 필요한 신입 두 명을 뽑는 것보다 업무에 능숙한 경력직 한 명을 뽑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준 부문장은 “스타트업 업계가 호황일 때는 경력직을 뽑고 싶어도 신입, 저연차의 유입이 많았고 나름대로 이들의 육성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소위 말하는 2인분을 해낼 수 있는 경력 한 명을 채용하는 것이 스타트업 입장에선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연봉의 몇 배를 주던 ‘개발자 모시기’는 수그러들었다. 한때 유니콘 기업 사이에서 개발자 모시기 경쟁 바람이 불었으나 지금은 거품이 빠졌다는 것이 채용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거나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는 경우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 올해는 별다른 채용 계획이 없는 곳도 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한 스타트업은 긴축 기조로 지난해 상반기 전체 인력의 30%를 감원했고, 그 해 중반 또 다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스타트업 관계자는 “작년부터 (안팎으로) 경영 효율화와 실적을 강조하고 있어 현재는 대규모 추가 채용 계획이 없다”며 “공석이 생기면 채용을 진행하는 형태로, 현재는 BEP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채용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은 기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일명 ‘버티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준 부문장은 “유니콘이나 최근에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은 인력 채용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은 인재 밀도를 높여서 지금 시기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생성형AI로 필요한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이나 기초 코딩 등은 이미 생성형AI에게 맡기고 해당 직군을 해고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우 생성형AI의 등장으로, 회사의 디자이너와 주니어급 개발자를 정리했다. 

이준 부문장은 “총 직원 수가 10명이 안 되는 스타트업이 경기침체로 인해 타격을 받아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생성형AI로 필요한 직무를 할당하는 곳도 있다”며 “앞으로 기업규모에 가리지 않고 생성형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움직임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중할수록 어려운 채용 여정 

공채로 대규모 인력을 한 번에 뽑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의 채용 과정은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조금은 독특한 구석도 있다. 취업 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면접만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다. 규모가 큰 곳일수록 최종 면접 단계까지 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채용 과정이 짧게는 1~2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채용 전 지원자를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원자는 팀장급, 경영진, 동료 면접을 각각 봐야 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기업 입장에서 회사와 맞는 인재인지, 지원자 입장에서 자신과 맞는 회사인지 상호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회사도 지원자도 (채용 과정을 통해) 서로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로, 회사는 지원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인지 위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언니는 올해 약 6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과정에서 인터뷰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발 직군에 한해서는 코드 리뷰나 코딩 등의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토스는 스타트업 사이에서 채용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다. 토스의 채용 과정은 크게 서류전형, 직무면접, 문화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직무에 따라 코딩 데스트, SQL테스트 등 사전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는 높은 인재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각 직군에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 경험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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