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랩 ‘잔디’ : 죽음의 시장서 살아남은 자

협업툴 소프트웨어 ‘잔디’를 공급하는 토스랩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1월 창립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흑자를 거둔 것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9년 만이다.

‘겨우 1개월 흑자를 거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그 다음달에 또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B2B SaaS(Software as a Service) 비즈니스는 특성상 매출이 한 번 발생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팔고 끝나는 라이선스가 아니라 매달 갱신하는 구독(Subscription)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다음달이면 이번달의 고객에 새로운 고객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이번달까지 잔디로 커뮤니케이션하던 기업이 갑자기 다음달부터 슬랙으로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B2B 스타트업 토스랩은 이제 생존의 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혁명이 일어난 이후 협업툴 시장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치열한 영역 중 하나였다. 글로벌 대기업, 글로벌 스타트업, 국내 대기업, 국내 스타트업이 모두 뛰어든 흔치 않은 영역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고,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시장에 붐이 일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됐고, 거품이 사라진 이후 지난 1~2년간은 죽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협업툴 업체가 여럿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토스랩의 월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듯 싶다. 토스랩 김대현 대표(=사진)로부터 ‘잔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월간 흑자 기록,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비결은 무엇인가요?

지난 2년은 시장이 좀 움츠러든 시기였습니다. 저희도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신규 고객을 모시기 위한 노력보다는, 기존 고객이 잔디를 통해 좀 더 효용을 크게 느낄 수 있도록 리텐션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더 깊게 가져가면서 고객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고객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저희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적으로 업무 효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 주안점을 뒀고, 목표 자체를 ‘이익’에 두고 비즈니스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월 기준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저희 고객은 85% 이상이 연 단위 과금을 선택하고 있고, 매년 반복 결제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월 흑자가 분기나 반기, 연간으로 이어질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B2B 스타트업 중에 흑자를 기록하는 회사는 많지 않죠?

제가 100% 전수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100% SaaS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 중에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는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선도적인 업적을 남기지 않았나 합니다.

 흑자의 비결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뭐가 있을까요?

흑자의 비결은 두 가지죠. 매출이 있어야 하고 비용이 계속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요. B2B SaaS 영역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안착시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시간이 걸려도 안착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희는 좀 안착을 잘 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개발에 투자를 하고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점에서는 비용이 고정되더라도 매출이 계속 올라갈 수 있는 형태로 잘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인데 내부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인원을 두 배로 늘리면 매출이나 일의 속도가 두 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그랬던 거 같아요.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제는 비용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기를 반복하면서 효율성을 찾았습니다.

한 투자자에게 들은 말입니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회사가 근근이 먹고 사는 상태가 가장 최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흑자전환이 긍정적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수지타산만 맞고 성장성이 낮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정적 상황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스타트업의 본질은 투자를 통해서 고성장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 자체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요. 이럴 때 성장만 추구해서는 오히려 모든 투자자의 기회가 정말 영영 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익이 나는 회사 위주로 좋은 투자를 받고 있어요.

투자를 통해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공식은 여전히 유효한데요. 저희가 그냥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흑자전환을 했다기 보다는, 시장의 기회를 보고 충분히 그 기회를 기다릴 수 있을 정도의 끈기를 가질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협업 시장이 글로벌 대기업, 스타트업, 국내 대기업, 국내 스타트업 모두 뛰어든 치열한 영역인데, 이 시장에서 현재 잔디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나요?

자동차의 예를 들면 차의 규모마다 이용층이 다르잖아요. 이 시장도 비슷합니다. 시장에서 저희는 IT를 비롯해 제조나 유통과 같은 비IT 산업을 모두 포괄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고객군이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SMB(중견중소업체) 중심으로 탄탄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잔디가 경쟁 서비스에 비해 기능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는 일단 사용성이죠. UI/UX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한국, 대만, 일본의 사용자들은 굉장히 편하게 느낍니다. 예를 들어 북미권의 서비스는 아시아의 문화를 반영하는 게 우선순위가 낮거든요.

예를 들어 조직도나 관리자의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해외 서비스는 수평적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조직도나 관리감독 기능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비용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외 서비스는 저희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합니다. 환율 리스크 같은 것도 있고요.

서포트도 차이점입니다. 해외 서비스를 사용하면 장애나 에러 상황에 실시간으로 지원받기가 어려워요. 저희는 장애 상황이 아니어도 이용자들이 기능적으로 궁금해 한다거나, 잔디 활용법 직원 교육 같은 걸 지원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IT부서가 이런 툴 도입을 주도하는데, IT부서 입장에서는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게 훨씬 안심이 되겠죠.

요즘은 협업 툴 시장이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결재 솔루션에 협업 기능이 포함되기도 하고, 더존비즈온 같은 회사를 보면 ERP(전사적자원관리)에 전자결재, 협업 등을 모두 통합해서 제공해서 서비스하기도 합니다

네, 맞는데요. 그런 니즈는 분명히 있는데 그 출발점을 좀 잘 잡아야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회계 툴 회사가 협업까지 할 때, 직원이 100명이든 500명이든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인원은 회사에서 재무팀이거든요. 2명에서 10명 사이죠. 거기서부터 회사 전체로 확산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실제 소통의 관점으로 침투가 되면 전원이 일단 협업 툴을 쓰게 되거든요. 솔루션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전직원이 사용하면서 요구사항을 말씀해주실 때 저희가 필요한 기능을 더 빠르게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더 있습니다.

저희는 고객들의 통합 솔루션 요구를 긴밀한 제휴로 풀고 있습니다.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연동하면 고객들은 경험의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잔디를 사용하면서 쉽게 전자결재까지 이용할 수 있죠. 다양한 회사들과 제휴와 연동을 통해가지고 계속 가치를 높여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객 경험이 끊기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제품적으로, 기술적으로 통합이 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 바에야 제휴 대신 잔디에서 그런 기능을 개발해 넣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각 서비스들이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더라도 비즈니스 로직에 대한 이해와 뒷단의 다양한 예외처리,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효율성 관점으로 볼 때는 자체 개발보다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각 영역에서 좀 잘하는 플레이어들과 협업을 해보는 것이 처음에는 좀 더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들과의 제휴를 준비하고 있나요?

전자결재와 제휴를 맺었고, 재무 영역도 있고 인사관리 영역도 있고, 내부 프로세스 통제를 하는 곳 등 다양한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는 커뮤니케이션 툴로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자들이 저희와 연동하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직원들 출장을 예약하는 서비스라든지 항공 티켓 예매 등등 굉장히 많은 사업자들이 사실 저희를 찾고 계세요.

아까 대만, 일본에 대한 언급을 하셨는데 해외 비즈니스 상황은 어떤가요?

저희가 아직 해외에 많은 리소스를 쓰고 있지는 않은데 시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만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연 기준 흑자는 넘어서서 자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성장률도 한국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현재 채널 파트너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 개의 채널 파트너랑 하고 있는데, 이 채널 파트너도 앞으로 점차 확대를 한다면 더 많은 파이프라인이 생기겠구나, 라고 기대를 하는 시장입니다. 저희가 리소스가 좀더 확보되면 일본도 직접적으로 가서 해볼 만한 충분히 큰 소프트웨어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잔디의 강점을 설명하실 때 해외 서비스보다 ‘서포트’가 우월하다고 하셨는데, 해외 시장에서는 또 이게 강점이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만 같은 경우도 현지 인력으로 팀을 구성해서 하고 있고, 일본 같은 경우도 저희 채널 파트너가 단순 세일즈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 관리까지 로그를 줘서 그 역할에 대한 협의까지 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이 현재 잔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현재는 한 10% 정도 되는데 앞으로 더 강화하고 싶습니다.

잔디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아직까지는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인거 같아요. 협업 툴 분야의 경쟁사도 중요하지만, 사실 지금도 10개 회사 중에 7~8개 회사는 협업 툴보다 카톡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시장에서는 텔레그램이 경쟁사입니다.

공공기관은 지금 잔디를 못 쓰죠? 다른 국내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공공기관에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 않나요? (기자 주 : 잔디의 서버는 AWS 클라우드 상에 올라가 있는데, AWS는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받지 않아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용하지 않는다)

네, 저희가 다른 인프라에 올리면 형식상으로는 쓰실 수 있고, 저희도 기술적으로 그거를 이미 준비는 해서 제공하는 거는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공공부문은 협업툴을 사용해 기록으로 남기기보다는 조용히 업무를 진행하시는 걸 선호하는 거 같습니다. 전화나 텔레그램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비자용 메신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기업이 잔디와 같은 전문 협업 툴을 사용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나요?

사용자와 관리자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공과 사의 구분이 필요하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보안이 필요합니다. 카카오톡을 쓰다가 직원이 퇴사를 하면 그 내용은 그 직원도 다 갖고 있는 거잖아요. 잔디 같은 경우는 관리자가 차단하면 퇴사한 직원은 더 이상 회사 정보에 접근할 수 없거든요. 직원이 어떤 정보에 접근했는지 알 수도 있고요.

하나의 마일스톤을 달성하셨는데, 앞으로는 어느 부분에 힘을 줄 예정이신가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게도 AI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AI는 어떤 모습일지 연구하고 있는데, 올해 내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협업툴은 조직원끼리 대화하고 파일 주고받고 이런 용도인데, AI는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요?

좀 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누구는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너무 핵심만 이야기하다 보니 상상력을 동원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런 것들을 AI가 짚어내고 핵심 전달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만져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문서 파일 같은 경우도 다운로드해서 보기 전에 핵심내용을 AI가 전달을 해준다든지 하는 활용법을 찾고 있습니다.

모델을 직접 만드실 건 아니죠?

맞습니다. 저희가 직접 모델을 개발하지는 않고요. 기존의 모델과 저희 서비스를 접목시킬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지금 지속가능성은 만들었으니까,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시장이 관심 갖고 환호할 만한 것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확대일 수도 있고, AI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카톡해”처럼 카톡이 일반명사처럼 가고 있는 것처럼, 업무할 때는 잔디가 일반명사가 돼서 “이거 잔디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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