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테크인 “기업용 IT 시장도 카카오스럽게”
최근 <디케이테크인>이라는 회사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일부를 양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워크’ ‘카카오 I’ 등의 서비스를 물적분할했는데, 디케이테크인이 이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디케이테크인은 어떤 회사?
디케이테크인(D.K Tech人)은 카카오의 IT서비스 자회사다. 삼성 그룹의 삼성SDS나 LG 그룹의 LG CNS와 같은 역할을 카카오 그룹에서 한다. 디케이는 다음(D)과 카카오(K)를 의미한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던 2015년 디케이테크인의 역사도 시작됐며, 현재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적자 규모가 컸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업과 인력을 덜어낸 덕분에 한층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반대로 디케이테크인은 무거워졌다. 운영할 서비스도 늘었고, 인력도 증가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무거운 짐(?)이었던 사업을 이어받은 디케이테크인, 괜찮은 걸까?
지난 2일 경기도 판교 디케이테크인 사무실에서 이원주 대표를 만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을 이어받은 이유가 궁금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못 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카카오 자회사 중에 제일 힘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숙제를 떠안은 것일까.
이 대표는 “우리가 사업 인수 의향서를 먼저 제출했다”며 “(인수는) 자발적”이라고 밝혔다. 억지로 계열사의 적자 사업을 떠안은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나에게 팔라”고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재편은 사업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상 중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분야에 투자가 진행되다보니 재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사업을 재편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분할은) 클라우드에 집중하기 위한 의사결정일 뿐, 나머지 사업이 가능성이 낮거나 손실이 커서는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던 ▲카카오워크(협업) ▲카카오 i(음성인식) ▲카카오 i 커넥트 센터(컨택센터) ▲카카오 i 커넥트 올웨이즈(고객관리) ▲카카오 i 커넥트 톡(챗봇) ▲카카오 i 커넥트 메시지(메시징) 등 6개의 서비스를 이어받았다.
이 대표는 기존에 디케이테크인이 진행해 왔던 사업과 이번에 이어받은 사업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를 들어 디케이테크인은 그룹웨어 구축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는데, 기존의 그룹웨어와 카카오워크가 통합되면 협업과 전자결재 등 업무 솔루션을 통합한 업무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실제로 더존비즈온 등 국내 그룹웨어 시장을 이끄는 회사들도 그룹웨어와 협업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과거 카카오워크는 시장 점유율이 8%정도였는데, 저희의 그룹웨어와 통합하면 15~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기존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디케이테크인은 밀접한 관계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디케이테크인은 이 플랫폼을 고객의 니즈에 맞게 전달했다. 기업용 IT 제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과의 통합 작업이 필요한데, 디케이테크인이 이를 수행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AI 챗봇 서비스인 ‘카카오 i 커넥트 톡’으로 AI 챗봇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할 때, 고객의 기존 시스템 및 데이터와 연결시키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디케이테크인이었다.
이 대표는 “기존에도 저희 인력의 25% 정도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저희는 고객에게 딜리버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디케이테크인이 새롭게 인수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구축한 경험도 많다는 의미다. 고객사 입장에서 보면 두 회사로부터 나누어 제공받았던 서비스를 한 회사를 통해 받으니 오히려 편리할 수 있다.
디케이테크인 입장에서 보면 매출 구조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수주한 사업의 시스템 통합을 디케이테크인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그룹 내 내부자 거래로 잡힌다. 대기업 집단의 경우 내부 거래가 많으면 공시해야 하고 비중이 과도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디케이테크인이 직접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때문에 내부 거래 비중이 줄어든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반 프로젝트도 사실상 외부 사업이었지만 내부 거래로 인식됐다”면서 “2026년에는 전체 매출의 70%가 외부 거래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업 인수가 재무적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기존의 IT아웃소싱이나 시스템 통합 매출에 신규 사업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계산했을 때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이 넘고 영업이익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통합(SI)는 IT업계에서는 3D 직종으로 평가받아왔다. 다른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일이다보니 ‘을’의 지위일 수밖에 없고,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라는 브랜드와는 SI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카카오가 하는 SI는 다를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