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모멘텀] ‘밥 한끼에 병원 건립 착착’ 김정주의 아름다운 유산

정보기술(IT)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룹니다. CSR의 지속 선순환을 위해 진정성과 특색이 있는 사회공헌을 조명합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창간 8주년 기획기사 취지인 비즈니스 영역에서 ‘결정적 순간’을 확장해 CSR의 모멘트(순간)를 넘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모멘텀(동력)이 된 사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게임 업계 맏형’ 넥슨의 사회공헌 한 축인 ‘어린이 의료 지원 사업’은 작은 우연과 인연이 겹쳤고 여기에 기부에 기부가 더해지고, 창업자의 과감한 결단이 씨앗이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 CSR 활동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어린이 재활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 IT를 넘어 산업 전 분야에도 비슷한 CSR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2년 2월, ‘바람의 나라’로 떠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이러한 CSR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어린이재활치료병원 건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200억 한끼 식사’ 일화는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넥슨 사옥에서 사회공헌팀 <사진 오른쪽부터> 최연진 팀장과 정수연 부팀장을 만나 당시 현장에서 직접 듣고 겪었던 얘기를 전해 들었다.

넥슨 사회공헌팀 최연진 팀장(오른쪽), 정수연 부팀장 (사진=넥슨)

“(현재 푸르메재단 상임대표인) 백경학 상임이사님이 독일 방문연구원으로 계실 때, 영국 여행을 하다가 아내 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셨죠.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휠체어를 타게 되시는 큰 일이 있었는데, 그 사고를 당하고 나서 유럽 선진국의 높은 수준의 재활 치료를 경험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하셨다가 재활 치료가 열악한 것을 알게 되신 거죠. 병원에 가면 2~3개월씩 기다려야 하고 다른 환자분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시고 ‘우리가 이런 병원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해서 병원 설립을 위한 푸르메재단을 만들기 위해 사고 보험금 10억원을 출연하신 거죠.”

“이후 넥슨과 연결고리가 된 분이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인 쿼드디멘션스의 이철재 대표님입니다. 이 회사를 넥슨에 매각한 뒤 생긴 10억원을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하신 거예요. 이 분도 유학을 가셨다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입고 휠체어를 타고 계셨는데, 집 근처에 푸르메재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좋은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돼서 기부를 하신 거죠. 관련 기사를 김정주 창업주께서 보시고 어떤 곳인지 도움을 줄 일이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어하셨습니다. 사모님인 유정현 (넥슨 지주사 NXC) 이사님과 함께 재단을 직접 방문하고 백경학 이사님을 만나게 됩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자료사진)

고 김정주 창업자는 백 이사와 만난 자리에서 1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그는 또 “임직원들과 같이 찾아와 봉사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까지 푸르메 재단과 끈끈한 인연이 이어지게 된다. 당시 푸르메재단은 재활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치과를 가도 치료를 못하는 상황이 있었죠. 그래서 치과 위주로 작은 센터를 오픈할 시점이었는데, 그 센터의 건립 기금으로 10억원을 기부하셨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센터에 직접 가서 어린이를 위한 인테리어도 하고 휴게 공간도 꾸며주고 어린이날에 파티를 열고, 크리스마스때 가서 공연도 했었습니다.”

당초 푸르메재단의 설립 목표는 재활 센터가 아닌 병원 건립이었으나, 예상보다 큰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 상임대표인 백경학 재단 이사가 김정주 창업자를 전적으로 신뢰했는지, 그에게 통 큰 기부를 제안했다. 무려 200억원이다. 그때가 2013년 5월이다.

“저희는 그 현장에 없었습니다. 그때 김정주 창업주께서 제주도 자택에 백경학 이사 부부를 초대해서 식사하는 자리에 (백 이사가) 그렇게 제안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그렇게 큰 기부 결정은 이전에 없던 일이었죠. 회사에도 설득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김 창업자는 두 달 뒤인 2013년 7월, 푸르메재단에 200억 기부를 확정하고 넥슨 전사적으로 재활병원 건립에 힘을 보탠다. 그로부터 4년여 준비를 거쳐 2016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를 위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했다. 넥슨은 개원 이후에도 매년 운영비를 보태는 중이다.

“병원 설립 과정에 넥슨도 동참했습니다. 병원에 보육시설의 따뜻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하셔서 ‘넥슨스페이스(사내 어린이집)’를 지었던 팀이 병원 설계 초기부터 기획 방향을 잡을 때 계속 참여를 했죠. 매주 설계 미팅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개원할 때까지 깊게 인볼브(참여)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기자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간담회에 참석해 다소 놀라면서 취재했던 기억이 있다. 딱딱한 분위기의 병원은 온데간데없고 뛰어놀고 싶은 보육시설로 볼만했다. 각진 모서리 없이 둥글둥글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의자부터 치료 시설까지 모든 게 어린이의 눈높이와 키를 맞춰 설계했다. 특히 치과 치료 의자는 아예 새로 설계해 만들었다.

“장애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장애 아이들은 치과 치료받을 때도 마취를 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을 다 감안해서 어린이용으로 새로 설계해서 넣었죠. 건축법도 장애 어린이를 위한 기준이 훨씬 높습니다. 디자인 팀도 병원 로고부터 인테리어의 사인물 하나 만드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직접 가서 보면서 회의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때 공사비가 총 400억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480억 정도로 늘었거든요. 저희가 200억을 기부했고, 나머지 부분도 모금할 수 있게 저희가 홍보 마케팅에서도 많이 도왔던 것 같습니다. 게임 유저들도 동참하는 기부 캠페인도 하고 기부 콘서트도 다섯 번 정도 한 같아요. 재단에 ‘션’ 홍보대사가 있어요. 그 분과 마라톤도 같이 하고요.(웃음)”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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