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KISIA 회장 “일본 보안 시장, 돈독한 파트너십과 협력이 성공 열쇠”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많은 한국 기업이 열도의 문을 두드렸지만, 좀처럼 활짝 열리지 않는 모습에 고배를 마신 기업도 부지기수다. 보안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자국 솔루션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제품과 대결해야 하는 탓에 높은 기술력에 비해 성과는 크게 두드러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기류가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고, 오랜 기간 다진 신뢰관계로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24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 IT 위크 스프링’에서 우리나라 보안 기술을 일본 시장에 널리 전파했다.
도쿄 빅사이트에서 만난 조영철 KISIA 회장(파이오링크 대표)은 바쁜 일정에 숨 돌릴 틈 없다면서도 밝은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조영철 회장에게 우리나라 보안 기업의 일본 진출 전망과 앞으로의 과제, KISIA의 지원 계획을 물었다.
일본은 우리 보안 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또 성공을 위한 조언을 제시해본다면.
일본 시장은 외국 기업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며 폐쇄적인 성격이라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통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단기간에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반대로 한번 진출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지속적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 우리 기업들의 수요가 큰 시장이다.
일본은 특히 솔루션 유지보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다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빠른 서비스에 대해 신뢰가 높은 편이다. 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재팬 IT 위크 현장에서 확인한 일본 시장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실제 만나본 일본 관계자들은 우리 제품의 완성도나 성숙도는 확실히 높다고 한다. 다만 세일즈 파트너십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협력관계를 이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몇 해 전부터 일본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이버 보안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선 한국 기업은 고객 맞춤형 소프트웨어(SW) 서비스로 일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다.
KISIA는 이번 재팬 IT 위크에서 한국 공동관을 꾸렸다. 가온브로드밴드를 비롯해 ▲스틸리언 ▲이글루코퍼레이션 ▲인정보 ▲파이오링크 ▲펜타시큐리티 ▲엠클라우독까지 7개사가 KISIA를 통해 부스 설치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KISIA는 개막 이전인 23일에는 현지 바이어들과 한·일 정보보호 교류회를 열어 우리 보안 기업들의 사업 피칭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해외 시장 공략에서는 기업 인지도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데.
앞으로는 얼라이언스(Alliance) 체계 구축이 중요할 것 같다.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해외 유명 보안 박람회에 공동 부스를 꾸린다거나 테마별로 묶어서 소개하는 방안 등 방식은 여러가지다.
이번 재팬 IT 위크에서 한국 공동관을 꾸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KISIA 부스에 각 전시 업체에 대한 홍보자료를 담은 디렉토리 북을 만들어 비치했고, 23일 정보보호 교류회에 참석한 일본 바이어들의 한국관 방문도 독려했다.
KISIA 회장 취임 당시 후방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빌드업’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 시장 진출에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파트너 발굴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좋은 솔루션을 소개하는 것도 좋겠지만 현지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고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많은 파트너사 풀을 마련해 소개하고 자체적인 (일본) 시장 풀을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KISIA는 지난해 8월 ‘정보보호 일본 진출 협의체’를 발족시킨 바 있다. 협의체는 ▲일본 정보보호 유관기관 협업 ▲진출기업간 레퍼런스 공유 ▲일본 현지 수출지원 행사 개최 ▲연례 성과 공유회 운영 등을 통해 다방면적 상호 협력 추진을 예고했었다.
추후 일본 진출 협의체 활동을 강화하고 추후에는 해외 진출 협의회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기업 고유의 핵심 기밀까지 공유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반드시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나눠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서로 간의 협력은 무척 중요할 것으로 본다. 보안은 규제 산업이다. 규제가 발효되거나 변동되는 시점, 그에 필요한 보안 솔루션이 나오고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면 기회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 외에도 KISIA 차원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계획은?
해외진출에 필요한 전주기적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초보 기업을 위한 마케팅비용지원과 가트너 등 유명 테크리포트 등재 컨설팅 지원, 해외인증 취득 지원, 바이어 교류 행사 참여 지원 등 전주기적인 진출 지원을 촘촘히 진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업 수주든 글로벌 기업의 투자든 어떤 성과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K-보안 수출 원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도쿄(일본)=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