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막혔던 부분을 풀겠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소개합니다.
개인사업자는 대표적인 씬파일러(금융이력이 적은 사람들)에 해당한다. 기업과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는 재무제표, 대출 이력, 보유 자산 등 기준이 많다. 반면,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 매일 발생하는 매출의 지표를 알기 어려울 뿐더러, 사업 자체가 경기의 흐름에 비교적 더 예민해 신용을 예측하거나 평가하기 까다롭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있다. 사업장 면적당 매출, 혹은 임대료당 매출은 해당 사업장이 장사를 잘 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식당의 경우 점심이나 저녁시간이 아니더라도 장사가 잘 되는지, 단골 고객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다양한 지표로 사업장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매출 데이터만 가지고 개인사업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잘게 쪼개거나 합쳐 개인사업자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곳이 있다. 올해로 설립 4년차를 맞은 한국평가정보는 개인사업자를 전업으로 하는 국내 유일 신용평가사(CB)다. 모회사는 자영업자 영업장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로, 초기 신용평가모형 구축을 위해 협업하기도 했다. 주요 주주로는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DGB대구은행, IBK기업은행이 있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 신규 고객군으로 개인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사업자는 그동안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이자수익 사업에 중점을 둬 온 금융권에게 새로운 고객군이다. 게다가 대안신용평가모형이 발달하면서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점도 금융권이 개인사업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평가정보는 이러한 시장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일 김상우 한국평가정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평가정보는 어떤 곳?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평가 컨설팅, 신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자회사이며, 신용평가업 설립 요건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SGI서울보증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2024년 3월, 대구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신용데이터로부터 5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개인사업자 전업 CB사는 국내에 처음이라고
그렇다. 한국평가정보는 지난 2021년 6월, 약 17~18년 만에 전업CB사로서 허가를 받아 출범했다.
CB사 요건이 까다롭지 않나
CB사는 단순히 “사업을 해볼까”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법에 따라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데이터 분석이나 신용정보를 다뤘던 인력 1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주주요건으로는 금융사의 지분이 50% 이상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평가정보의 주요 주주로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에 이어 최근 DGB대구은행,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CB업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법인을 설립하고 허가 받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왜 우리에게 개인사업자 CB라는 라이선스를 줘야 하는지”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당시 기존 CB사에서도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 대한 일부를 커버하고 있었던 데다가, 이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답하고 입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평가정보가 데이터를 풀어낸 과정, 분석한 결과 등을 가지고 기존 CB사와 다른 점을 강조하고 설득해 허가를 받았다.
개인사업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업은 그동안 데이터가 부재해 고도화되지 못했다. 개인사업자는 개인이기도하면서, 사업장 기준으로는 기업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때 사업장 기준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영업을 잘하는지 평가가 어렵고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개인사업자들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데 대출을 받는 시점에서 그 해에 신고가 안됐다면 작년 소득세를 기준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평가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이렇듯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는 적시성이 어려운데다가 부가세 정보라서 (대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누락됐다.
한국평가정보의 경우 8개 카드사 매출과 모회사인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이 시장을 바꿔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캐시노트는 경영관리 서비스로 매장의 매출과 비용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들이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봤다.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했는데, 신용평가 시 주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나?
개인사업자를 평가하는 맥락은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성장을 잘 하고 있는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 기타 불안 요소는 없는지 등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매출, 직전년도 대비 이번 분기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매출과 매입 비중을 고려해 영업이익이 날 수 있는지 등이다.
미시적으로도 들여다 본다. 일반적인 식당은 점심때 사람이 몰리다가 오후에는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저녁이 되면 다시 사람이 많아진다. 반면 맛집은 (시간대와 상관없이) 테이블 회전이 계속해서 이뤄진다. 한국평가정보는 하루 매출 중 두시에서 다섯시 사이의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본다. 이 비중이 높은 외식사업장은 기본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곳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장의 다양한 데이터를 쪼개서 들여다보고 신용평가를 한다.
최근 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는지?
개인사업자는 금융권에서 중요한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신뢰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심한 고객군으로 인식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했는데, 이제는 (이들에 대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 시장은 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금 논의 중인 금융기관도 이를 염두하고 신용평가모형을 도입, 시장이 열렸을 때 빠르게 선점하려고 한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은 대외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맞지만, 개인사업자 포용 레퍼런스가 확실해지면 시장은 빠르게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입한 곳은 어디인지?
현재 고객사로는 주주사인 카카오뱅크와 SGI서울보증이 개인사업자 대출 시 한국평가정보의 신용평가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사업자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연계투자금융업에서 자사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캐피탈, 저축은행 등과 논의를 하고 있다.
카드사 등도 개인사업자 CB업을 겸하고 있는데 한국평가정보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한국평가정보는 신용카드사를 통한 단순 매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매출을 정교하게 판단한다. 홈택스에서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불러와 정교하게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역 인근의 2~3평 규모의 카페와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카페의 월 매출이 3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매출 기준으로 봤을 때 두 사업장의 신용평가가 비슷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효율을 보면 2~3평 규모의 카페가 임대료, 인건비, 부대비용 등의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즉 면적당 매출, 임대료당 매출, 종업원당 매출 등의 데이터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자영업자 외에 건설업, 제조업, 유통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의 주 매출처는 신용카드가 아닐뿐더러 심지어 결제 단말기가 없는 곳이 많다. 결국 세금계산서나 홈택스로 매출을 봐야 한다. 한국평가정보는 홈택스 정보를 기반으로 세금계산서, 매출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대부분의 개인사업자를 커버할 수 있다.
즉, 경쟁사들은 신용카드 가맹 기반의 생활밀접 업종에 국한이 되어 있다면, 자사는 커버할 수 있는 고객군의 영역이 넓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팬데믹은 종료됐지만 그 영향으로 휴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이를 예측할 순 없나?
사업장의 휴폐업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형을 개발했다. 최근 5년간 개인사업자의 폐업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분석해보면 폐업 전에 나타나는 신호가 있다. 매입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휴폐업을 예측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신용평가모형에 휴폐업 데이터도 함께 들어가 정교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자영업자 고객을 다수 보유한 만큼 협업 시 시너지가 날 것 같다. 현재 모회사와 어떤 협업을 하고 있는지?
사업 초기 한국신용데이터와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을 했다. 지금은 캐시노트에서 신용평가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에 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진단해준다. 이 경우 정책자금 수령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모회사가 인터넷은행업에 도전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계획한대로 진행이 된다면 신용평가 모형을 공급할 수 있다.
지금 회사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주는 컨설팅이 있다.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해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 적용해준다. 금융사가 신용정보를 조회할 때마다 발생하는 데이터 수수료가 수익모델 중 하나다.
또 다른 주요 사업 영역은 신용등급 확인서 서비스다. 개인사업자나 법인사업자의 경우 조달청 공공입찰 과정에서 신용등급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을 해야 한다. 이때 개인사업자의 신용등급 확인서를 발급,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 3월 해당 사업 매출이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느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업영역 중 하나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사업자 정보 조회업을 추가할 계획이 있다. 자사 플랫폼에서 개인사업자 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최근 투자유치를 받았던데,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CB업은 데이터 싸움이다. 데이터를 누가 잘 다루는지 중요한 만큼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투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업데이트
앞으로 한국평가정보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