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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이 본]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이슈, 반달리즘을 들어 보셨나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로봇택시 반달리즘 사건사고들

(사진= 웨이모 방화사건 현장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 소방서 공식 SNS)

지난 2월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군중들이 웨이모 로보택시에 그래피티를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로 창문을 깨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차량 내부에 던진 폭죽이 화재로 이어져 로봇택시는 결국 전소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직까지 가해자들의 자율주행차 파괴와 방화에 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자율주행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반감을 상징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인간의 파괴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7월 자동차 반대주의 단체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Safe Street Rebel)’이 크루즈 로봇택시 보닛 위에 콘을 올려 놓아 주행을 정지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고, 2023년 9월 일요일 늦은 밤엔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성이 곡괭이 형태의 망치로 크루즈 로봇택시 루프에 장착된 라이다 센서와 차장 등을 파괴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용의자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이미 도주한 후였다.

샌프란시스크와 함께 자율주행차가 다수 운행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다수 보고 되었다. 로봇택시와 자율주행 셔틀에 돌을 던지거나 고의적인 타이어 파손, 도로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 안전운전자에게 PVC 파이프를 흔드는 등, 2017~2018년 사이에 자율주행차를 파손하려거나 위협하는 상황이 약 20여 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22구경 리볼버 권총으로 자율주행차를 위협해 체포된 남성은 ‘자율주행차를 경멸한다’며 2018년 3월 우버 차량에 의한 여성보행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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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가 작동 오류로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예도 있다. 2023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웃랜드 뮤직 페스티벌(Outside Lands Music Festival) 개최 첫날 행사지 주변에는 최소 6대 크루즈 로봇택시가 도로중앙에 정차되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크루즈 측은 무선연결 문제라고 언급했으나, 시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에서도 자율주행차 서비스 확장을 주정부가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했으며, 일자리 문제를 의식한 캘리포니아 택시 노조, 소방노조, 교통국 등에서도 자율주행차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최근 자율주행차에 대한 수용성에 대한 논의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상황이다.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단어를 들어 보셨나요?

위와 같은 자율주행 사건을 다루는 해외 언론 기사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바로 ‘반달리즘’이다.

캐임브리지 사전(Cambridge Dictionary)에 따르면 반달리즘은 ‘타인 소유의 재산을 고의로 파손하는 범죄(the crime of intentionally damaging property belonging to other people)’,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는 ‘공공 또는 사유 재산의 고의적 또는 악의적 파괴 또는 훼손(willful or malicious destruction or defacement of public or private property)’으로 정의하고 있다. 종합하면 ‘공공재와 타인 소유 재산의 고의적 파손 행위’를 의미한다.

어원은 프랑스혁명이 진행 중이던 1794년 혁명 군중이 가톨릭 교회 건물과 예술품을 파괴하고 약탈한 행위를 프랑스 주교 앙리 그레구아르가 5세기 게르만 부족의 하나인 반달족의 로마 약탈에 비유한 것이다. 이제는 단어 자체가 일반명사화 되었을 만큼 반달리즘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반달리즘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 웹사이트를 손상하는 해킹, 디도스 공격 등을 디지털, 혹은 사이버 반달리즘으로 부른다. 업계에서는 각종 보안기술 개발 등을 통해 대응하고 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로봇분야도 예외는 없다. 휴머노이드와 휴머노이드, 사족로봇 등이 개발 영상이 공개될 때 마다 거의 빠짐 없이 빠지는 인간의 행동이 있다. 바로 로봇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다. 대부분의 로봇은 비틀거릴 뿐 넘어지지 않는다. 로봇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테스트하거나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반면 로봇 반달리즘이란 해석과 논란도 끊임 없이 지속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 반달리즘 대상은 자율주행차만은 아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반달리즘은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다. 전동킥보드는 공유서비스가 시작된 2017년 부터 주차 규제와 규칙, 총량제 등이 실시되기 시작한 2019년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방화, 높은 곳에서의 고의 낙하, 호수나 바다에 투척 등에 의한 파손, 낙서와 페인팅 등이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프랑스 플레인 코뮌의 벨콤, 영국 에든버러 지역의 저스트잇, 미국의 살렘 등 공유자전거 역시 고의 파손과 도난 등에 의한 과도한 비용 지출 등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무분별한 업체 물량 경쟁으로 ‘공유 자전거의 무덤’으로 불리던 중국에서도 하천, 도랑, 공터 등에 버려진 공유자전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볼 수 있었던 버려졌거나 파손 된 공유 자전거, 차두원, 2017년 선전시

전동킥보드와 공유자전거는 주차 및 운행 규제 정비, 서비스 운영기업들의 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장치 강화, 파손을 줄이기 위한 차체 견고성 강화 및 에어리스 타이어 사용, 관리 강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해 파손과 반달리즘 행위는 대폭 감소했다.

전동킥보드 반달리즘 행위 사진과 영상을 모아 놓은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birdgraveyard)

우버가 진출 국가의 제도를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던 시기인 2015년 프랑스에서는 우버 진출에 반대하는 파리 택시기사들이 우버 차량을 뒤집거나 창문을 파손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율배송로봇을 대상으로 한 반달리즘도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학과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실외 배송로봇을 밟고 차거나 혹은 강제로 개폐구를 개방해 운반 중인 물건을 훔쳐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봇 최대 업체인 스타쉽은 로봇의 수상 방지를 위해 로봇을 막으려는 사람을 회피하거나,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고를 발생하며, 로봇을 보호하고 파손자를 식별하는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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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전동킥보드 파손 및 연못 등에 투척된 사례나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했었고,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2023년 전체 운영대수 10퍼센트인 4500여대가 폐기 되고 27만 여건의 정비가 진행되었다.

대부분 문제의 원인은 반납장소가 아닌 길거리나 외진 곳에 자전거를 방치하면서 정상적 회수 및 관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시설공단은 따른이 정비 협업을 위한 80여 개소 ‘따릉이포’를 최근 모집하기도 했다.

그 동안 규제샌드박스와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일부 서비스가 진행되었고 2023년 11월 17일 지능형 로봇 개발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서비스 법적 근거가 마련된 실외 배송로봇에 대해 아직은 알려진 반달리즘 사례는 아직 없는 듯 하다. 자율주행차 역시 시범운행지구를 중심으로 고정노선 형태로 운행되고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특이한 관련 사례는 보고된 적은 없다.

자율주행차 반달리즘, 예방 대책은 없을까?

반달리즘은 범죄 중 하나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러나 새롭게 도로에 등장한 모빌리티, 특히 아직까지 자리 잡지 못한 자율주행차는 하나의 새로운 반달리즘 범죄 대상으로 등장했다. 참고할 것은 우버와 같은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서비스, 공유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규제 정비와 기업의 노력으로 반달리즘 범죄 횟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잦은 교통 방해 행위와 크루즈 사고 등으로 사회적 수용성 이슈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반달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는 듯 하다. 2023년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115대가 1451만1146km, 지구 362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주행하는 등 우리나라와 달리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상이다. 그 동안 인간의 일자리와 안전 이슈가 세계적으로 논의되었지만 뚜렷한 이해 당사자들 간 합의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성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높은 허들이기도 하다.

최근 벌어진 웨이모와 크루즈 로보택시 방화 및 파손 사건은 모두 안전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차량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운전자가 탑승했다면 범인의 행위에 대응해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웨이모와 크루즈는 로봇택시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웨이모는 비상등을 점멸하는 데 그쳤고, 크루즈도 별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은 듯하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로보택시 업체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운행하는 두 기업에는 극단적 자율주행차 반달리즘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반면 단순 절도 사건에 대해선 적절히 대응한 사례도 있다. 웨이모 로보택시 방화 사건 직후인 3월 4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웨이모 로보택시 절도 미수 시도 사건이 발생했다. 33세 남성은 도착지에 도착한 승객이 내린 직후 로보택시에 탑승해 로보택시를 D(Drive) 모드로 전환했지만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었다. 웨이모 방화와 크루즈 파괴 사건과 달리 웨이모 담당자가 원격으로 차량 하차를 지시했으나 따르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범인은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최근 발생한 웨이모와 크루즈 방화 및 파손 사건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고 원인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달리즘이 아니라 단순 범죄행위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웨이모 방화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대형 행사 가운데 하나인 차이나타운 구정행사로 오후 9시 수천명의 군중이 모여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시간에 진입한 로보택시가 경로 예측 및 플래닝 이슈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웨이모가 캘리포니아 교통당국(California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제출한 주행환경조건(Operatonal Desing Domain)을 보면, 정의된 주행가능한 지역, 도로조건, 시간, 속도 등에는 위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수의 군중이 집결한 환경에 대응은 미흡했다. 굳이 인간 운전자도 운전하기 힘든 군집밀도가 높은 시점과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정차 등으로 다른 차량과 시민의 이동을 막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자율주행차에 대한 반감도 반달리즘의 하나로 예상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친근한 차량 외관 디자인, 크루즈의 2022년 임팩트 리포트(Impact Report) 발간과 블로그 등을 통한 자율주행차의 긍정적인 측면 부각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현재까지 완전한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로봇택시의 경우 보다 스마트한 공존법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 로봇택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기존 주행환경조건 외에 군집밀도 등 예상가능한 돌발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주행환경조건 기준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도 해당 상황에 대한 대응 프로토콜을 필수적으로 설계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제도화 대상이 아닌 기업 별 주행거리, 제어권 전환횟수, 교통사고 정보 등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자율주행차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지자체 등에서 효과적 기업 선정을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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