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의료 파업 끝나면 다시 축소될까봐 두렵다”

“왜 이제서야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는지 모르겠다. 의료 파업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코로나19 때처럼 또 다시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의료 파업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한 가운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준 것은 반길 일이나 서비스 육성 취지가 아닌 의료 파업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와 인터뷰한 비대면 진료 A업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확대가 의료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의료 파업이라는 흐름에 맞춰 이뤄진 것이 애석하다”며 “사실상 의료 파업이 없었다면 이번처럼 쉽게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B업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 갈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효용가치가 높은 서비스인데, 정부가 마치 의료계를 혼쭐내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이렇게 쉽게 해줄 줄 몰랐다”며 허탈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12월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됐다. 이후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낮아지면서 초진, 약 배송 금지 등 조건이 붙으며 서비스가 축소됐다. 업계의 서비스 확대 촉구에 당국은 지난해 12월 휴일·야간에 초진 환자 허용, 섬·벽지 환자와 거동 불편자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해줬으나 업계에선 팬데믹 대비 서비스 이용 가능 범위가 축소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는 의료파업으로 초진 허용,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상태다.

문제는 서비스가 또 다시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는 의료 파업 문제가 해결되면 팬데믹 종료 때처럼 서비스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허용으로 서비스 이용 건수가 늘면서 업계는 인프라 구축 등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축소될 경우 투자 비용이 손해로 바뀌고, 산업 육성을 위한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회(원산협) 공동회장은 “제도가 사회 환경에 따라 변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현상 유지만으로 벅차다”며 “제도가 바뀌면 그동안의 투자가 매몰 비용이 되는 만큼 업계는 선제적으로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이번 비대면 진료 서비스 확대를 계기로, 서비스 실효성을 체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례로, 비대면 서비스 전면 허용 이후 서비스 이용 수가 늘었다. 원산협에 따르면, 당국이 서비스를 확대한 지난달 23일 이후 약 13일간 비대면 진료 신청 건수(3사 합산)가 5만75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비스 확대를 한 날 직전의 13일(2만8538건)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이슬 회장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잘 작동된다는 것을 각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서비스가 다시 축소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규제 개선은 차치하더라도, 또 다시 서비스를 규제해 업계를 교란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의료 파업 사태가 해결이 되어 다시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업계에 희망고문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업계에서 당국의 기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