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되살린 마를린 먼로, 괜찮을까?
AI 기술의 발전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꾸 고민을 안겨 줍니다. AI가 기존의 윤리나 도덕, 법체계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자꾸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리나 법은 변화가 느린데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오스틴에서 개최된 SXSW 행사에서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AI로 만들어진 마를린 먼로가 영상에 등장했습니다. 마를린 먼로와 닮은 사람도 아니고, 흉내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마를린 먼로 그 자체입니다.
이 ‘디지털 마를린’은 GPT 3.5로 구동되는 디지털 아바타 챗봇입니다. 먼로의 모습으로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용자는 실제 마를린 먼로와 영상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를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로 이용자를 표정이나 말투를 인식하고 분석해 그에 따른 반응을 생성합니다. 먼로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마를린’은 소울 머신(Soul Machines)이라는 AI 회사와 어센틱 브랜드 그룹(ABG)과의 협업으로 태어났습니다. ABG는 먼로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초상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울 머신의 CEO인 그렉 크로스는 “디지털 마를린은 매력적인 대화와 감성 지능을 통해 상징적인 성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생물학적 AI”이라며 “그것은 향수 그 이상이며, 몰입형 상호작용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연예인을 AI로 되살리는 프로젝트는 ‘디지털 마를린’이 처음은 아닙니다. 워너 뮤직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 영화를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AI가 생성한 피아프의 목소리로 내레이션됩니다. 피아프의 실제 음성과 이미지, 라비앙로즈 등 그녀의 노래들이 학습 데이터로 활용됐습니다. 1997년 사망한 배우 제임스 스튜어드의 목소리는 수면 및 명상 앱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마를린 먼로는 1962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에디트 피아프도 사망한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부모님 전 세대의 유명 배우나 가수를 다시 그 때 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팬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과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세상을 떠나서도 잊혀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옳은가, 라는 의문은 남겨집니다. 초상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초상을 생성할 권리까지 가지는 것인지도 논란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