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세탁기와 세탁건조기의 차이

TV를 제외하고, 올해 삼성과 LG가 CES에서 가장 힘줘서 설명한 제품은 ‘세탁건조기’였다. 기존의 드럼세탁기처럼 제품 한 대로 세탁과 건조를 모두 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드럼세탁기의 건조 기능과는 방식이 다르다.

드럼세탁기의 건조 기능은 열풍 건조 방식이다. 세탁기 내에 거대한 헤어드라이어를 틀어서 발생하는 열로 옷감을 말리는 기능이다.

지금까지 건조기가 별도로 존재했던 이유는 이 열풍 건조 방식이 효율이 떨어지고 옷감을 많이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열풍 건조 방식은 습기가 가득한 공기가 되면 이 공기를 내뿜고 다시 열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먼지를 걸러낼 수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워시타워 혹은 독립 건조기는 이같은 문제를 히트펌프 방식으로 극복한 제품이다. 히트 펌프는 열을 아래에서 위로 퍼 올린다는 의미다. 열역학 제 2법칙에 의해 열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다. 히트펌프는 반대로 낮은 곳에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에어컨을 반대로 적용하면 온열기나 건조기의 원리가 된다(출처=LG에어컨시스템)

즉, 히트펌프를 통하면 폐쇄화로 내에서 냉매를 압축하거나 증발시킬 수 있다. 냉매를 증발시킬 때 나오는 냉열을 활용하는 것이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냉열기인데, 거기다 응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열까지 활용하면 히트펌프가 된다. 열풍 건조와 다르게 공기를 직접 집어넣었다 빼는 게 아니라 드럼 주변으로 순환시키므로 공기를 계속해서 재활용하게 되며, 별도의 덕트가 필요하지 않다.

쉽게 말하면 냉장고나 에어컨의 반대 원리로, 냉매를 압축해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가 배관으로 이동하며 건조기를 달구고, 달궈진 건조기에서 발생한 수증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현존하는 건조기들이 쓰는 방식이다. 에어컨이 제습과 냉방을 동시에 한다면, 건조기는 온열과 제습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건조기가 별도로 존재했던 이유는 히트펌프 부품 크기가 세탁기 하나에 넣을 정도로 컸기 때문인데, 삼성과 LG 모두 히트 펌프 모듈 소형화에 성공하며 세탁건조기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는 모두 히트펌프 방식(기존 건조기 방식)으로 옷감을 말리지만, 세부 원리는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는 히트펌프와 열풍 건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다. 열풍 건조에서 발생하는 옷감 손상 문제는 최대 60도를 넘지 않게 하면서 해결했고,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해 겨울철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고 99분만에 세탁과 건조를 모두 끝낼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의 방식은 기존의 인버터 히트펌프를 그대로 쓴다. 따라서 세탁과 건조까지 끝내는 데 2시간이 소요되지만, 옷감이 손상될 가능성이 삼성 제품보다 적으며, 하부 공간에 4kg 수준의 미니 세탁기도 넣었다.

두 제품은 용량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워시타워와 동일한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세탁 용량 25kg, 건조 용량 15kg을 구현했다. LG전자의 세탁 용량은 25kg으로 동일하지만 건조 용량은 13kg이다.

아쉬운 점은 두 제품 모두 고급형 라인업이라는 것인데, LG와 삼성 모두 일반형 모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세탁건조기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은 가사노동에서 약간 더 해방되게 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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