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아시아에서 나온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애피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이 지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세일즈포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기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애피어는 주목해 볼만한 기업이다. 아시아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만에서 시작한 애피어는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 유럽, 미국에 걸쳐 17개 도시에 지사를 운영한다.
애피어는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기술을 제공하는 AI 기반의 마테크(Marketing+Tech) 기업이다. AI 기반 풀 퍼널(Full Funnel)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10년 이상 AI를 연구했던 치한 위 박사가 엔지니어링과 면역학을 전공한 룸메이트들과 함께 애피어를 공동 설립했다.
애피어라는 이름은 ‘AI’와 ‘Happier’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AI를 ROI(투자대비성과)로 전환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AI 기술이 주류가 아니었던 시기에 회사 이름에 AI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애피어의 AI 기술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애피어의 창업자들은 스탠포드와 하버드 실험실에서 AI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AI 기술이 향후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고, 노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애피어는 지능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기업이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는데, 그 실현의 첫 번째 단계가 디지털 마케팅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전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456억 4천만달러(약 328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마테크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4.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성형 AI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혁신 기술을 넘어 비즈니스 필수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현재 생성형 AI는 전 세계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연평균 29.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2년까지 8배 성장할 전망이다.
애피어는 설립 10년이 안 된 지난 202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매출인 약 264억 엔(약 235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수치로, 양적 확대와 전략적인 성장을 모두 이뤄냈다. 지역적으로 사업을 넓히는 것은 물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성장했다. 현재 애피어는 동북아시아에서 입지가 튼튼하며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아시아 외 지역에서도 빠르게 자리잡았다.
애피어는 자사의 기업 문화가 현재의 성장을 이끄는 기반이라고 자랑한다. 전 세계 17개 도시에 나눠져 있는 애피어 지사에는 25개국 이상 출신의 700명 넘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아시아 기반 기업에서 이처럼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나이, 성별, 국적보다 능력을 최우선시 하는 애피어의 조직 문화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유치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와 같은 프로그램도 애피어의 개방적 기업문화를 보여준다. 이는 CEO에게 익명으로 무엇이든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회사의 방향성, 복지, 커리어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자리에서 나오며, 여기서 나오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치한 유 애피어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는 “애피어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소프트웨어 지능화를 통해 AI를 ROI로 전환한다’라는 미션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애피어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AI 마케팅 솔루션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소비재, 금융 서비스(BSFI, Banking, financial services and insurance),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애피어 코리아의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는 등 한국 시장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사무실은 다채로운 색상을 통해 에너지와 활기가 가득한 분위기를 담아냈다“면서 “의사결정형 AI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캠페인 자동화와 개인화, 구매 전환 최적화, 고객 예측 및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등 다양한 솔루션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