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AI 잘 쓰면 임상에서 희생되는 동물도 줄일 수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세계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줄여가는 추세지만, 아직은 완전한 대체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정확한 시험 결과를 얻어 시험에 투입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는 과도기를 거쳐야겠죠. 동물실험의 정확도가 올라가면,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줄어들고 또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는 확률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액트노바는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과 생명공학을 연구한 김대건 대표가 창업한 회삽니다. 임상시험의 실패율을 낮추려면 그 전단계에서 약의 효과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영역을 인공지능 기술로 풀어낼 수 있다고 판단해 창업했죠. 약을 투입한 동물의 행동을 대조군과 비교, 실제로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정밀히 분석해내는 기술을 만듭니다.
액트노바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김대건 대표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김 대표는 “동물실험의 정확도를 높이면 신약개발 전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임상 자체의 성공확률도 높일 수 있다”면서 “기술을 통해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행동을 정밀히 관찰하는 식으로 실험에 투입되는 동물의 수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소개]
액트노바는 동물 행동 시험 분야에 인공지능 SaaS 솔루션인 ‘액트버스(Actverse)’를 개발한다. 인공지능 기술과 웹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치매나 파킨슨병 등의 뇌질환 신약 개발 중 주로 수행되는 동물 모델의 행동 증상 시험을 분석하는 것. 기존 제품으로는 정량화 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행동을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구체화하고, 육안으로 직접 기록하던 증상 진단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자동화 제품을 만든다.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와 생명공학 박사 후 연구원(연구 교수)을 거친 김대건 대표가 2019년 창업.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이오 도메인에 융합했을 때 굉장히 새로운 연구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 창업했다.[투자유치]
2022년에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고, 최근 33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신약 개발에서 액트노바가 집중하는 것은 어느 단계인가?
신약 소재가 될 물질을 선정, 조합하고 나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전에, ‘전 임상 단계’가 있다. 여기서 안전성과 약효가 통과되어야 각 단계의 임상시험을 할 수 있고, 임상시험이 완료되어야 국내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 심판을 내리는 프로세스다.
그 중에서 액트노바가 집중하는 것은 전임상(비임상) 단계다. 과거에는 전임상 동물실험 단계를 주로 단순히 안전성만 보고 넘어가는 규제적인 단계로 취급했다. 그렇지만 요즘 임상 비용이 점차 올라가는 데다 신약이 계속 실패를 하다 보니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약물에 대한 효과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동물실험 단계에서의 약물에 대한 개념검증을 조금 더 심도 있게 하자는 것이 최근 업계 트렌드다.
전임상 단계에서 더 확실한 결과를 얻으면 임상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확연히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건가?
그렇다. 그 배경에는 업계의 수요도 있지만,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도 있다. 유전학 기술이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징 기술 같은 것의 수준이 올라오면서 사람이 가진 실제 질병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동물 모델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한 모델을 통해서 동물이 신약 물질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난 후 증상이 완화되는지를 정밀하게 볼 수 있다면, 여기에서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빠른 페이스로 걸러낼 수 있다. 제대로 걸러진 약물만 임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실패할 것 같은 약물은 임상에 안 들어가기 때문에 임상 자체의 성공 확률 역시 좀 더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신약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단계가 임상인가? 비중은 얼마나 되나?
그렇다. 거의 80% 이상이다. 임상에 드는 비용은 질환 마다 모두 달라 추산하기 어렵지만, 네이처에게재 됐던 리포트에 따르면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제대로 된 품질(quality)의 실험을 한 이후에 임상으로 넘어가게 될 경우 임상 성공의 확률이 10~20% 정도 올라가더라는 보고가 있다.
전임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액트노바가 가진 기술은 어떤 것인가?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비디오나 이미지 안에서 특징점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영상 처리 기술이 기반이다. 구체적 타깃으로는, 주로 쥐와 같은 동물의 바디 포인트를 정밀하게 검출하고, 이미지 상에서 이 쥐들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에 대한 골격 정보를 정량화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파킨슨 질환과 같은 것이 얼마나 완화가 됐는지 등의 증상 추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특히 뇌질환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암이나 종양은 정지된 사진을 확인해 의사들이 수초, 또는 1분 내외로 질환 여부나 정도를 판별할 수 있다. 그런데 행동 증상 같은 경우는 사진을 찍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갑작스런 발작이나 기억상실, 조현병과 같은 착란 등은 복잡한 행동 증상인데, 동적이고 간헐적이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환자를 열두시간 씩 지켜보다가, 그 시간 중 몇 번이나 발작이 왔는지 카운팅을 하는 등으로 분석과 평가가 이뤄져 왔다. 이런 행동을 분석해 진단을 내리는 걸 돕는 회사는 아직 없다. 액트노바는 이런 행동 진단을 인간에 앞서 동물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루닛과 같은 기업은 폐나 유방 사진을 통해 종양을 발견한다. 말씀하신 대로, 액트노바는 동물의 동적인 행동을 분석하기 때문에 같은 영상 분석이라도 기술적인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루닛과 같은 회사에서는 CT 사진 한 장에서 특징(feature)을 한 번 뽑아내면 되지만, 우리는 움직이는 동영상이다 보니까 그 동영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이미지 프레임에 대해서 특징을 다 뽑아야 한다. 또 이 특징이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찾아내야 하므로, 시간 축에 대한 차원이 추가 되는 것도 다른 부분이다.
AI가 특징을 잡아내고 판독하기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 분석은 앞서 잘 없었기 때문에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비지도 학습을 하고 있다. 인간이 처음부터 기준을 구분 지어 놓고 AI가 판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특징을 가진 데이터끼리 군집화하고 차이가 나는 데이터는 멀리 떨어트려 놓는 방식으로 AI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클러스터링 기법이다. 동물행동시험은 분야도 다양하고 기준도 모두 다르므로 학습을 데이터가 스스로 하도록 아예 맡겨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데이터 간의 차이를 비지도학습으로 진행하고, 그 차이를 최종적으로 사람이 선택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있다.
비지도 학습을 위한 데이터는 어떤 건가?
보통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 실험을 할 때 넣는 데이터다. 대조군과 약물군을 모두 포함한다. 주로 쥐 실험이 많은데, 아픈 쥐와 잘 움직이는 쥐, 그리고 아픈데 약을 먹은 쥐 등 총 세 개 그룹을 넣어 실험을 한다. 우리가 하는 역할은 그 세 종류의 비디오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약물 투입 전후로 해당 쥐 그룹이 어떤 그룹의 쥐들과 행동이 가까워졌는지, 약을 먹었을 때 정상군에 더 가까워졌는지 여부”등과 관련한 데이터 결과를 내주는 것이다. 그러면 연구자들이 그 데이터를 보고 최종적인 결과를 낸다.
현재 액트노바의 솔루션이 제약회사에 어느 정도 공급되어 있나? 또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나?
초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연구장비를 만들었다. 특정한 공간에 쥐를 넣고, 그 쥐의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여러대 달린 챔버와, 이 쥐들의 골격 위치 좌표를 정량화하고 3차원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운영 소프트웨어의 결합 모델이었다. 이런 제품을 국내외 학교, 기업 등에 판매를 한 실적이 있다.
그런데 글로벌 진출을 빠르게 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결합 모델보다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모델인 SaaS 형태 웹앱이 제격이라고 판단을 했다.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은 ‘액트버스’라고 불리는 SaaS 형태 솔루션으로, 하드웨어가 없다. 세계 각지에 있는 연구원들이 자신의 카메라를 포함,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을 포집하는데 그 영상 파일을 우리 웹페이지에 업로드해 분석 겨로가를 받아볼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지금 준비 중에 있다.
사람의 임상시험에 대한 준비도 하나?
그렇다. 다만, 사람 임상시험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있어 바로 (본격적인 서비스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부분을 궁극적으로 목표 삼고 있다.
어떤 규제가 있나?
통상 CT 같은 사진은 대중화가 되어 있고 의료 수가도 책정이 되어 있어 촬영을 많이 하지만, 환자의 행동 영상 같은 경우는 영상을 쉽게 촬영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지금도 행동 검사는 대부분 육안으로 하고 있다.
임상 단계에서 동물실험은 중요하지만, 동물복지 차원에서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크다
그렇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동물실험을 줄인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우리 미션 역시 최소의 희생, 최고의 분석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신약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환자의 희생은 물론, 희생되는 동물의 개체 수 역시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간 우리가 개발했던 기술로도 희생되는 동물 개체 수를 줄였다고 본다. 기존에 그런 기술이 없었을 때는 100마리, 200마리를 투입해 동물 실험을 했다면, 기술을 통해서 한 마리 한 마리 정밀 관찰을 하는 식으로 실험을 진행해 10마리 이내 투입되는 동물 수를 줄여 결과를 도출한 케이스들이 있다. 우리도 똑같이 동물 실험 수가 줄었으면 하는 마음과 미션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이해를 해달라.
기술이 고도화가 되면 동물 임상이 없는 단계로도 갈 수 있을까?
그렇다. 먼 미래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각 약물이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지 인풋과 아웃풋 데이터를 잘 모아 놓는다면 인공지능 모델로 분석해 약물이 효과를 낼 지 여부에 대한 확률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액트노바가 그 과도기를 도울 수 있는 역할을 일부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뇌질환 다음으로 보는 행동 분석의 영역이 있나?
다양한 행동질환에 대한 실험을 많이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절염이 있다. 행동 증상이 동반된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실험을 확장하려 한다. 또, 일반 약물 중에서도 고통 점수를 많이 보고 있다. 약물이나 주사를 맞았을 때 너무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고통 증상에 대한 스코어링도 돌물 실험에서 어느 정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역시 확장될 분위기가 많이 있다.
유사한 기술을 가진 다른 경쟁자는 없나?
해외, 특히 매국이나 네덜란드 등에 행동 분석을 위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고 시장도 5000억원 규모로 크지만 대체로 노후화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도 10년, 20년 전에 나온 것들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편리한 사용자환경(UX), SaaS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예전의 불편하고 어려운 제품을 쓰는 데 허들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사용성과,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라는 측면을 본다면 액트노바가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큰 규모의 제약회사는 미국이나 유럽에 주로 있지 않나. 그런 곳들과는 어떻게 협업하려 하나? 글로벌 진출 계획이 궁금하다
현지 기업에도 한인 과학자가 있고, 또 치매나 파킨슨병과 관련한 약물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몇몇 제약회사와 약물 개발에 액트노바 제품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와 고려를 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가장 큰 숙제는 사업 지속성을 위한 고객 확보다. 누가 많이 쓰고 있느냐, 시장에서 고객을 얼마만큼 확보했느냐라는 지표가 중요하더라. 올해 목표는 글로벌의 많은 동물실험 연구자분들에게 액트노바의 제품을 좀 더 많이 알려서, 많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고객 데이터를 레버리지 삼아 다음 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업데이트
앞으로 액트노바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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