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타이어에 ‘뇌’를 달면 얻게 되는 생각 외의 이득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던 이유건 씨는 ‘타이어를 AI로 혁신하겠다’는 스타트업 ‘반프’를 투자 검토하다가, 이 솔루션이 정말로 시장에 먹힐지 확인하려 직접 영업을 뛰어보기로 했다. 반프의 솔루션을 들고 미국 도처에 있는 예상 클라이언트를 만나본 결과, 확신했다. 이건 된다. 지난해 6월, 이유건 씨가 사업총괄로 반프에 합류하게 된 계기다.

반프가 뭘 하는 회사길래 이 총괄은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회사소개]
반프는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부착, 실시간으로 타이어와 노면 상태를 파악하는 ‘타이어 실시간 프로파일 시스템’을 만든다. 적절한 시기에 타이어를 교체하면 연비를 개선할 수 있고, 노면 정보 데이터를 확보해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유성한 대표를 비롯해 전선 전문가 출신들이 지난 2020년 창업, 국내외 기술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선 공략하는 시장은 미국 물류 기업이다. 화물트럭이 일반 승용차보다 타이어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투자유치]
지금까지 하나증권, 아이비케이기업은행,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65억원 이상(프리A)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유건 총괄은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술이 지난 10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반프가 타이어 안전을 위한 스탠다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자신감인데, 근거는 회사가 보유한 기술이다. 센서가 타이어에 탁 달라붙어서 실시간으로 대량의 정보를 서버에 전송할 수 있어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이어 상태와 노면 상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배터리 수명이 길어야 한다. 배터리 때문에 타이어를 자주 갈 수 없는 노릇이라서다. 반프는 이 문제를, 센서를 무선 충전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30cm 이상 떨어져 있는 차량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끌어오는 것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 반프가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유건 총괄의 설명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이유건 총괄과의 대화를 아래 정리했다.

이유건 반프 사업총괄. 회사에서 사업기획과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해결 포인트 1. 기술적인 문제

회사 편집 회의에서 ‘반프’를 인터뷰한다니까, ‘타이어 마모를 알기 위해서 뭐 AI 기술까지 써야하느냐, 그냥 때 되면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더라

(웃음)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신다.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타이어 상태를 알기 위해서 그간 기사님들은 어떻게 했을까? 망치로 타이어를 두들겨봐야 했다. 지금까지 타이어 마모를 실시간으로 아는 방법은 (차에서) 내려서 타이어를 실측하거나, 아니면 머신을 쓰는 방법 밖에 없었다. 기존에도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TPMS)’은 있었으나, 이 역시 공기압이나 온도만 체크가 가능해 한계가 있다.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이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이고, 기존 TPMS와 같은 센서들의 발전도 10년 동안 제자리에 있었단 것이다.

우리는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붙여 정보를 확인하려 한다. 즉, 타이어에 ‘뇌’를 심는 방식으로 ‘지능형 타이어’를 만들어 그간 타이어 시장이 가져왔던 고민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뇌’를 달아야 할 만큼, 타이어가 중요한가?

트럭 시장에서 주요 교통사고 원인이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가 50% 정도로 가장 많다. 졸음운전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다음, 두번째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이 타이어와 관련한 이슈다. 무려 30%다. 타이어 펑크 같은 경우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5~10% 비중으로 블랙 아이스와 같은 도로 환경 문제로 교통 사고가 일어난다.

지금까지 대부분 차량의 안전을 강화하고 자율주행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라이더나 레이더, CCTV 카메라와 같은 기술에 집중해 있었다. 세이프티(안전) 솔루션이 차량 자체나 운전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선 있었지만, 타이어와 관련해서는 여태 없었다. 시도는 많았지만, 실제로 타이어를 디지털화 시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던 거다.

앞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왜 그런가?

일단, 반프가 타이어에 부착하는 것은 3축 가속도 센서 기반의 ‘아이센서’다. 아이센서를 통해서 타이어 공기압과 온도는 물론, 타이어 마모도나 혹은 도로 상태와 같은 실시간 정보를 무선통신을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한다. 이때 센서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는 도로에 뚫려 있는 포트홀의 깊이 같은 것도 들어간다. 이런 정보들이 쌓이면 내비게이션을 통해서 이용자에 “전방에 어떠한 포트홀이 있으니 주의하라” 같은 실시간 정보도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센서에 전력을 어떻게 공급하느냐”는 것이다. 센서에 충분한 전원 공급이 안 되면, 데이터 전송에 걸림돌이 생긴다. 그래서 코인 배터리를 비롯해 유선, 유도방식, RF방식, 진동자 방식 등 여러 솔루션이 나왔지만 모두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유선의 경우 타이어가 회전하면서 충전선이 파손되는 문제가 생긴다. 무선주파수(RF) 방식은 타이어가 보내는 대량의 데이터를 뒷받침 하지 못할 정도로 전력에 한계가 있다. 코인 배터리는 용량이 너무 작아서 타이어의 센서를 지속 교체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에는 센서를 무선 충전하고, 대용량의 정보를 무선으로 클라우드에 보낼 수 있는 모듈이 필요하다. 반프가 가진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무선 전용 모듈인 ‘스마트 프로파일러’다. 차량 배터리와 연결이 되는 솔루션으로, 고속 회전하는 타이어의 내면에 부착한 센서에 무선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차량 배터리와 연결되어 있고, 전력 소모는 블랙박스보다 적다. 30cm 이상 떨어져 있는 차체와 타이어의 거리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반프의 핵심 기술이다.

반프가 풀려는 문제들. 현재 1과 2국면에 집중하고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3국면의 문제까지 모두 포괄하려 한다.

반프는 어떻게 이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나?

창업팀이 대기업 중앙연구소 출신들이다. 가진 기술을 어디에 접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타이어에 전력을 무선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타이어의 디지털화를 성공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해결 포인트 2. 경제적인 문제

타이어의 디지털화를 통해 타이어 상태를 알 수 있게 되면 적절한 시점에 교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차주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야 기술을 도입할 것 아닌가?

현재 반프는 미국에서 통상 트럭 당 월 20달러(현재 환율 1336원 기준, 약 2만6700원)의 서비스 비용을 받는다. 8시간 운행하는 트럭 기준으로 투자수익률(ROI)이 3.5배 정도 나온다고 파악하고 있다. 연비도 15~20% 정도 개선된다.

근거는 무엇인가?

타이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저항(구름 저항) 같은 경우, 1도가 틀어지면 연비가 4~5% 정도 깨진다. 승용차 같은 경우는 휠이 틀어지면 그냥 사선으로 조금 더 잡으면 되겠지만, 트럭 같은 경우는 뒤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어 그 차이가 크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15% 정도 연비가 개선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금 더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해달라

물류 회사는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씩 거의 365일 트럭을 운행한다. 평균적으로는 1년에 한 번 타이어를 간다. 트럭과 트레일러를 합쳐서 통상적인 물류 트럭에 18개의 타이어가 들어간다. 그 뜻은, 1년에 트럭 한 대 당 들어가는 타이어 비용만 1200만원 정도 된다는 뜻이다. 되게 비싸지 않나?

그런데 자율주행으로 가면 지금보다 트럭 운행 시간이 2.5배는 늘어날 것이고, 타이어 교체 주기도 짧아진다. 제대로 타이어 관리가 안 되면 사고 위험도 늘어난다. 그래서 만대, 10만대씩 화물 트럭을 가진 곳들은 어떻게 하면 타이어 수명을 늘릴 수 있을지, 연비 개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궁극적으로 그게 운영비를 줄이는 방법이라서다. 이런 부분에서 반프가 좋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일반 승용차보다는 화물 시장에서 반프의 기술에 관심을 가지겠다

그렇다. 또,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관심을 갖는 기술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올텐데 그렇게 되면 24시간 차량 운행이 가능해지고, 미래 타이어 스트레스 역시 더 증가할 거다. 그런 부분을 해결할 안전 솔루션을 우리가 제시하려는 거다.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다. 스타트업들이 통상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먼저 확보한 후 글로벌 진출을 많이 하는데, 그와는 다른 전략인데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큰 물류 트럭 회사를 타깃하는 것이 회사 성장을 생각하거나 규모 있는 매출 측면에서 더 타당하다고 봤다. 특히 미국에 먼저 집중하는 것은 규모 있는 물류 회사가 많아서다. 월마트가 자체 보유하고 활용하는 트럭이 1만대에서 2만대 정도 된다. 트럭 시장 자체가 우리나라 GDP의 70% 수준일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런데 물류 생태계는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 수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반프는 미국과 동시에 유럽, 중국, 인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들이 더 많이 쌓이면 추가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정말 풀고자 하는 것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웃음). 일단은 아직 센서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샤시’ 상태를 알고 싶다.

샤시 데이터까지 확보하게 될 경우 어떤 측면에서 안전을 더 담보할 수 있나?

아직은 샤시 데이터를 읽어보지 못한 상태라 장담하긴 어렵지만, 샤시 정보까지 알게 되면 타이어 전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더 안전한 주행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샤시 정보를 가져오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반프는 자율주행의 마지막 퍼즐이 되고 싶다. 안전 운전을 위한 1세대 기술이 안전벨트였고, 2세대가 에어백이었다면, 3세대는 반프의 타이어가 안전을 위한 스탠다드가 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반프가 한국회사로서, 실제로 달러를 많이 벌어오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게 목표이기도 하다.

업데이트

앞으로 반프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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