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 만들면서 부업도? 한달 천하 우려 끝낼 채용공고 보니
포켓페어, 신입부터 임원까지 전 직군 공개채용
‘부업 가능’도 명시…현지 특유 문화 반영돼
‘팰월드(Palworld)’는 한달 천하였나. 일본 중소 게임사 포켓페어(Pocket Pair)가 지난 1월 19일 내놓은 팰월드의 최근 인기가 급감했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하루 최고 동시접속자가 210만명을 넘겼다가, 최근 30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침고기사: ‘팰월드 쇼크’ 포켓페어 논란 짚어보니>
물론 경쟁 게임과 비교하면 성급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팰월드의 성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3일 기준 팰월드는 스팀 전체 톱5 동시접속자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 쇼크 수준의 초반 인기에 비해 출시 한 달이 되기 전 이용자 수치가 급락했다. 포켓페어가 운영 역량에서 한계를 노출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력 부족이 주된 이유다.
포켓페어는 X 공식 계정에 “주 단위로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낼 수 없다. 이러한 작업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2라운드가 시작되면 다시 돌아와달라”고 글을 남겼다. 대규모 업데이트 등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다.
현재 회사는 전사적인 인력 채용에 나섰다. 게임 엔지니어(언리얼, 유니티), 2D 3D 아티스트, 아트, 사운드, 감수(QA), 서버, 경영기획 등 경력 채용은 물론 오픈 포지션(채용 후 결정), 신입 채용 등 안 뽑는 분야와 직군을 찾기 힘들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C레벨도 공개 채용에 나선 것이 눈길을 끈다. 회사의 채용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이한 부분은 또 있다. 회사가 홈페이지 공고에 ‘부업 가능(신청)’을 명시해 뒀다. 신입은 물론 C레벨 임원도 부업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일본 특유의 채용문화가 반영됐다.
인적자원(HR) 기업 원티드랩의 일본 자회사를 이끄는 강철호 원티드 재팬 대표는 “일본은 부업을 인정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게임업계도 이러한 트랜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일본 기업이 ‘부업 가능’을 내세운 이유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급여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평균 급여 수준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른 지 오래다.
“2015년 평균 급여 수준이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상태가 됐다. 급여 자체에서 성장이 멈췄다는 것을 느끼고 정부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겸업과 부업을 인정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이를 하나의 포인트로 (구직자에게) 어필을 하면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데려오는 회사들이 있다.”(강 대표, 지난 1월 원티드랩 스타트업 일본 진출 세미나에서)
<참고기사: 스타트업이여 일본으로…원티드랩의 귀한 경험담>
게임업 특성상 정해진 시간 내 목표한 콘텐츠 완성도(퀄리티)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초과근무가 발생한다. 국내 기업 문화에선 회사가 애초 부업을 인정하지 않을 뿐 더러, 팰월드 정도의 초대형 흥행 사례를 냈다면 초과근무도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강 대표에게 게임과 IT업 특성상 공고대로 근무 시장을 보장하고 부업도 지켜질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일본에선) 잔업수당이 정당하게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에 게임과 같이 데이라인의 중요한 업계의 경우는 잔업수당으로 커버하고 있다”며 “부업여부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잔업수당을 선택할지 부업을 통한 추가수입을 선택할지는 (상황별로 다른) 케이스 바이 케이스 라고 생각된다”고 봤다.
일본은 평생 직장 문화가 여전히 강하고, 스스로 발전 동기에 의한 포지티브 이직보다 전 직장의 적응 실패와 괴롭힘 등으로 네거티브 이직이 강세다.
다만 일본 현지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다이렉트(직접) 채용이 점차 비중이 늘고 있다. 대규모 인력 확보에 나선 포켓페어가 기대를 거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인력에 대한 직접 채용이 원활치 않다면 급한대로 ‘인재 파견’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에선 이를 위한 채용대행 회사가 성행 중이다.
“일본도 기본 3개월정도이므로 한국과 커다란 차이는 없어 보인다. 요즈음 급한 인력보충을 위해서 인력회사들이 RPO(채용대행)을 하고 있으며, 한달간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청구하는 모델로 코로나 이후 성장하고 있다. 연봉도 강력한 전직의 이유중 하나로, 그 외는 롤모델이나 회사의 성장성도 중요한 척도로 보고 있다.”(강 대표, 일본 채용 시장 변화상에 대해)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