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여 일본으로…원티드랩의 귀한 경험담

대부분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 클러스터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먼저 찾곤 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선발 주자들의 경험담이 적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지면 일본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이다. 스타트업 정부 지원도 늘리는 중이다. 자리만 잡는다면 단일 시장에서 성공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 중인 인적자원(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막연하게 일본 진출을 생각했던 기업인이나 현지 시장이 궁금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보고,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1. 디지털 전환 뒤처지나…잠재력 크다
  2. ‘대기업 벤처캐피털(CVC)’ 활발
  3. 일본 내 유니콘 한 손에 꼽는다?
  4. 일본 HR 시장 현황
  5. 원티드랩의 도전
  6. 야깃슈와 일본 HR에 대한 세밀한 애기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일본 국내총생산(GDP)는 4조2311억달러, 우리 돈 5661조원 규모다. 같은 해 대한민국 GDP는 1조6732억달러로 2238조원 수준이다. 2021년 대비 일본이 크게 꺾인 수치임에도 한국의 두 배를 훌쩍 넘기는 엄청난 경제 규모를 갖췄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눈독을 들일 만한 시장이다. 그러나 후발 주자들이 참고할 정보가 많지 않은 가운데 원티드랩이 스타트업 일본 진출 세미나를 열어 노하우를 공유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 현황과 원티드랩의 진출 전략과 경험담 그리고 현지 HR 시장 특징과 파트너십 시 고려 사항 등이다.

디지털 전환 뒤처지나…잠재력 크다

총무성 2023년 정보통신백서 갈무리. 출처: 원티드랩

일본이 디지털 경쟁력, 디지털 전환 수준은 타 국가 대비 뒤처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티드랩이 공유한 총무성 리포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본의 국가 경쟁력 순위(연도)는 22(’18)→23(’19)→27(’20)→28(’21)→29(’2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위해 ▲‘society 5.0(초스마트 사회)’ 구현을 위해 산업과 기술, 인간 등을 연결하는 경제산업성의 connected industries 발표(‘17) ▲디지털 기술 도입이 저조한 중소기업 대상으로 정보기술(IT) 업무 도구 도입 등 다양한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본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는 정부의 DX 관련 투자액이 2022년 2조7277억엔(약 24.6조원)에서 2030년 6조5195억엔(약 58.9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보고서 갈무리

일본 정부의 5대 분야별 connected industries 중점과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기업 주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일본 정부 정책’ 보고서 도표를 참고하면 좋다.

지난 2022년 기시다 내각이 들어선 이후 국가 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27년까지 5년 이내에 스타트업 기업 수를 취임 첫해인 2022년의 10배인 10만개로 늘리고, 유니콘 기업 100개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육성책의 골자다. 투자금만 10조엔(약 90.3조원)으로 2021년의 약 10배 수준이다.

일본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활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일본의 스타트업 정책과 시장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조3318억엔, 2022년 1조1386억엔 등 매년 자금 조달 규모가 우리 돈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3년 877억엔 대비 10배 이상 규모다.

2023년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자금 조달 규모가 35%가 꺾여 4006억엔을 기록한 시기에도 민간 펀드 형성이 활발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이니셜(INITIAL)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61개의 새로운 스타트업 펀드가 결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닛케이신문의 ‘公務員からスタートアップ転職、2年で4倍 現場志向強く’ 제하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일본 공무원 수가 전년 대비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엘리트 공무원의 스타트업 이직은 일본의 성장 잠재력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 벤처캐피털(CVC)’ 활발

일본에서 약 20년을 지내며 현지 구글과 야후 등을 거친 강철호 원티드 재팬 대표는 “일본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굉장히 드라이빙하는 나라”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면서 스케일업을 위한 다양한 일을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강철호 원티드 재팬 대표

강 대표에 따르면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린, 산토리, 소니, 토요타, 시세이도 등 다양한 대기업들이 CVC를 운영 중이다. 그는 “큰 회사 내엔 웬만하면 스타트업과 이노베이션할 수 있는 부서들이 있다”며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이 크루(Creww)나 아우바(Auba)처럼 큰 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간 액셀러레이터인 크루엔 700여개의 대기업과 7500여개의 스타트업이 등록돼 있다. 이들 기업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게 연결하는 것이 이 회사 일이다. 2027년까지 일본 정부의 10조엔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책과 맞물려 이런 부분들이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일본에서 한 20년 동안 일을 하면서 느꼈던 숫자에서 보이지 않는 다른 부분을 설명을 하자면 ‘신뢰성’”이라며 “일본 기업과 계약을 맺기가 굉장히 시간이 걸리고 트러스트십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길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계약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뢰 기반의 사회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해, 성급하게 승부를 낼 시장을 아니라고 전했다.

일본 내 유니콘 한 손에 꼽는다?

CB인사이트가 조사한 2023년 1월 기준 국가별 유니콘(가치평가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기업 현황에 따르면 미국 651개, 중국 172개, 인도 170개 순이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4개다. 일본은 전체 20위로 밀려나 타 국가 2곳과 합쳐도 유니콘이 6개에 머무른다. 이 결과만 보면 일본 내엔 성공한 스타트업이 적다고 착각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일본에선 기업 상장을 통한 출구전략(엑시트)이 손쉬워, 유니콘 반열까지 오르는 스타트업이 적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또는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우기 전에 기업공개(IPO)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IPO와 M&A 비중을 나눈다면 일본이 8대2, 미국이 3대7 정도로 봤다. 그는 “일본은 스타트업이 적자가 나도 거래가 일어나고 건전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장할 수 있도록 조건을 낮춰준다”고 부연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에서 상장한 스타트업 중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유니콘 레벨에 오른 곳은 41개사다. 강 대표는 “유니콘 개수만 가지고 일본 시장을 판단하기엔 특수성이 있다”며 “일본이 DX가 늦어진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도 하고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션하기 위한 방법들이 이미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HR 시장 현황

일본 리크루트웍스연구소는 ‘노동 공급 제약 사회가 온다’ 보고서를 통해 2030년 341만여명, 2040년에 1100만여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봤다. 이미 물류와 건설, 토목, 간병, 복지 등 직종에서 수급 격차가 뚜렷하고, 이대로 갈 경우 도로 복구와 제설 등 일상 혜택을 받는 ‘생활 유지 서비스’ 자체가 불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철저한 기계화와 자동화, 부업 겸업 지원, 시니어 역할 확대 그리고 디지털 전환(DX)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2015년 평균 급여 수준이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상태가 됐다”며 “급여 자체에서 성장이 멈췄다는 것을 느끼고 정부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래서 겸업과 부업을 인정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이를 하나의 포인트로 (구직자에게) 어필을 하면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데려오는 회사들이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2023년 일본의 채용 관련 시장 규모를 9조9107억엔(약 89.5조원)으로 추정했다. 채용 플랫폼 기업들이 성황 중이다. 지난 1월 15일 시가총액 기준 리쿠르트 홀딩스가 10.5조엔, 파소르 홀딩스가 5400억엔, 비저나르가 3833억엔 등으로 나타났다. 상위 7개사 시가총액 합계가 12조4825억엔(약 112.7조원)에 달한다.

원티드랩이 자체 조사한 같은 해 한국의 채용 규모는 2조6057억원으로 일본과 엄청난 차이다. 일본은 인재 파견 시장이 대단히 커 전체 5할을 차지한다. 해당 인력들은 전문 파견 업체에 소속돼 빠른 구직이 이뤄질 수 있다. 정직원 대비 급여가 낮은 대신 잔업이 없고 전직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원티드랩의 도전

원티드랩이 국내에서 업계 스탠다드로 만들었다고 보는 채용 수수료는 합격자 연봉의 7%다. 이에 반해 일본 현지 채용 수수료는 30~35%에 달한다. ‘카오스맵’이라 부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업종마다 다수의 채용 회사가 존재한다.

원티드가 제시한 일본 인재서비스 카오스맵

강 대표는 “일본에선 기업이 필요한 인재 니즈를 에이전시에 넘기면, 그 에이전시가 자기 풀에서 모든 걸 리스트업을 해 면접 스케줄을 정하고 온보딩(적응 지원)까지 시키는 모델”이라며 “그 안에서 매칭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온보딩 비용이 얼마인지 비용 구조에 대한 불투명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채용 시장은 기존 에이전시 모델에서 링크드인과 비즈리치(Bizreach) 등이 앞세운 ‘다이렉트 리크루팅’ 모델로 넘어가고 있다. 원티드랩은 인공지능(AI) 매칭 기반의 채용 성공 시 과금 모델 형태로 현지 시장에 도전한다. 현지 기업 대비 채용 수수료를 낮게 잡아 인재 유동성도 높이겠다고 목표했다.

강 대표는 “다이렉트 리쿠르팅도 채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채용과 수수료 사이 갭이 존재하고 이 기회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비용의 수수료를 최대한 낮춰 기업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구인의) 문을 열 수 있도록 AI로 매칭률을 올려주고 인재 유동성을 높여 플렉서블한 사회로 갈 수 있는 부분에서 도전하겠다”라며 “완전 AI 매칭 모델을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티드랩은 스타트업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원스톱 파트너십 연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문샷’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문샷 명칭엔 일본이란 궤도에 진입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원티드랩이 관제 센터가 돼 각종 지원과 함께 현지 회사와 연결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강 대표는 “네이티브 일본어를 하는 컨트리 매니저나 파트너, 법인 설립이나 계좌 개설, 비자 상담 등을 현지 회사와 잘 연결해 안착할 수 있도록 문샷을 통해 지원할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야깃슈와 일본 HR에 대한 세밀한 애기들

원티드랩은 일본 야깃슈(Yagish)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야깃슈는 일본으로 넘어가 30여년을 지낸 김상집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회사다. 김 대표가 도쿄(동경)대학 박사과정 중 개인 정보 관련 산학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야깃슈의 모태가 됐다. 개인 정보의 덩어리인 이력서를 활용하는 방향에서 고민하다가 야깃슈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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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리테일 테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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