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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루티너리 “좋은 습관 만들려면 행동을 쪼개라”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습관은 마일리지와 같다. 그것이 좋은 습관이라면, 쌓이면 쌓일수록 삶의 질을 올려줄 뿐만 아니라 성취감으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어 한다. 일찍 일어나기, 정해진 시간에 명상하거나 운동하기, 전철에서 책 읽기 등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습관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습관을 체득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침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기상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책을 꺼내는 등 유혹을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일이 계산하고 기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앱이 있다. ‘루티너리’는 사용자가 해야 할 일(루틴)을 시간대에 맞게 알람을 설정하게 했다.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덜할텐데, 수행을 완수했을 때 칭찬의 문구나 뱃지의 등급이 올라가는 등 보상도 줘서 루틴을 실행하게 하는 동력을 만들었다. 

서인석 루티너리 대표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계획한 일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탓하곤 하는데, 그 잘못을 본인이 아닌 환경에 있다고 위로하고 싶어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나 물 마시기처럼 쉬운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가 괜찮다고 느껴지면, 그 다음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게 그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루티너리는 어떤 곳?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된 루티너리는 습관형성 및 행동변화 유도 앱 ‘루티너리’를 서비스한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억원으로, 시드 단계까지 투자를 받았다. 현재 시리즈A를 준비 중이다.

서 대표를 만나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서비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개발로 시작해 창업으로

서인석 대표가 루티너리를 창업한 계기는 특별하진 않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꿈에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몇 차례 시도한 창업이 실패하자, 서 대표는 생계유지를 위해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생활비를 벌었다. 

연속된 창업의 실패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점에서 서 대표는 일상 루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좋은 습관이 쌓이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여러 습관을 쌓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해빗 스태킹(Habit Stacking)’에 주목했다. 

“미래를 그리다보니 진리처럼 확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겠지.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면 더 좋아지겠지. 이런 기본적인 것을 일종의 수행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렇듯 좋은 습관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몸에 배는 것은 어렵다.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또 습관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서 대표는 “해빗 스태킹이 왜 잘 안될까”라는 고민 끝에 직접 루틴 표를 만들어봤다. 

엑셀로 만든 루틴 표는 아주 구체적인 습관을 목록화 했다. 해야 할 일을 잘게 쪼개고 수행 계절과 시간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겨울 기상시간, 음악 듣는 시간, 음악의 종류와 필요한 조명 등을 정했다. 맞지 않는 습관은 수정하는 등 루틴을 최적화했다. 

약 2년간 습관을 최적화하고 패턴화한 끝에 서 대표는 해빗 스태킹을 앱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서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박현주 테크리드는 며칠 만에 앱을 만들고 앱 장터에 등록했다. 자기개발이 목적이었던 만큼 앱 개발 이후 서 대표는 또 다시 외주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용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미국인 사용자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개선 효과를 봤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우리 서비스로 인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가됐으면 하는 기능 등 다양한 피드백을 줬다. 이밖에도 미국의 ADHD를 가진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자기개발을 위해 만든 서비스이지만, 빨리 결판을 내리고 싶어서 구독 모델(유료화)을 붙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유료 서비스로 이어오고 있다.”

루티너리 서비스 화면

습관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행동을 쪼개다

루티너리는 행동과학원리를 서비스에 녹여냈다. 크게 ‘해빗 스태킹’과 ‘시간제한(Time Limit)’이다. 해빗 스태킹은 여러 습관을 하나씩 쌓아서 일종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습관이 끝나면 그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줄여준다. 시간제한은 해당 습관의 시간과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 마시기’는 오전 6시 50분부터 약 10분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루티너리는 사용자들의 루틴 수행율을 높이기 위해 행동과학원리 기반의 ‘습관 쪼개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달리기’로 설정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큰 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달리기의 루틴을 쪼갠다. 물통 꺼내놓기, 신발 신기, 음악 틀기 등 할 일을 쪼개면 훨씬 쉽게 느껴진다. 루틴을 수행하고 나면 적절한 보상도 이뤄진다. 

“루티너리는 내적 보상을 중요하게 여겨서 칭찬, 격려의 문구를 보여준다. 또 뱃지를 부여하는데 루틴을 매일 수행할수록 업그레이드가 된다. 다만, 100일 연속 수행했어도 하루를 빼먹으면 다시 0일로 돌아간다.”

서 대표는 그렇다고 이 앱이 설정한 모든 루틴을 수행해야 하는 빽빽한 서비스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루틴 수행을 위한 타이머가 실행될 때 일시정지를 할 수 있고 오늘은 쉬거나, 다른 것부터 먼저 할 수 있다. 

“계획을 세웠지만, 오늘은 힘들면 안 지켜도 되고 못할 수도 있다. 설정해놓은 모든 루틴을 다 해야 완성이 아니라 지나쳐도 수행한 것으로 한다.”

루티너리 서비스 화면

한국과 미국의 습관, 이렇게 다르다

루티너리는 현재 200개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누적으로 4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주요 사용자층을 살펴보면, 10대(50%)가 가장 많다. 국가로 보면 미국이 전체 중 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 또한 미국에서 60% 이상 발생하고 있다. 

루티너리 서비스 사용자 대부분이 미국의 10대로 이들은 주로 아침 루틴을 설정해뒀다. 기상부터 등교 준비, 숙제 등이 주요 루틴이다. 반면, 한국의 주요 사용자는 미국보다 연령대가 높은 20대 중후반이다. 한국은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다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됐을 때 스스로의 루틴을 고민하게 된다. 학생 때부터 스스로의 루틴을 설정하고 수행하는 미국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서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 시스템, 사회 구조의 차이로 인해 주요 사용자의 연령대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루틴이 언제 필요할지의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은 이미 고등학교 때까지 대략적인 일정이 짜여져 있어 별다른 루틴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이후 대학생이 되거나 취직, 이직 등을 할 때 그때서야 루틴이나 습관 설정 등의 고민을 시작한다.”

현재 루티너리의 사용자는 외국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처음에 한국 서비스에 집중을 했으나, 점차 글로벌 사용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사용자의 루틴에 주목하고 있다. 

서인석 루티너리 대표

미국 진출의 비결

서 대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다. 서비스에 미국인 사용자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받는 질문이다. 서 대표는 유학 경험도, 현재 회사에 미국인 직원도 없다. 

“사실 서비스에 영어를 넣었는데 잘 됐다. 그래서 왜 잘 됐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 해봤는데 결국 ‘디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앱들을 보면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간결하다.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직관적인데, 이런 점에서 루티너리가 미국인 사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 같다.”

디자인을 전공한 서 대표는 루티너리의 앱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었다. 국내 대부분의 앱 서비스가 한 화면에서 이미지나 텍스트 등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루티너리는 꼭 필요한 것만 노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간결한 UX, UI의 앱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 

루티너리의 미래, 알림을 넘어 추천 

루티너리는 푸시 알림을 통해 사용자에게 해야 할 루틴을 알려준다. 앞으로 루티너리는 사용자가 설정한 것 외에도 때와 장소에 맞게 루틴을 추천하고 환경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지난 밤 수면의 질이 안 좋았다면 수면자세 등 추적을 통해 아침 루틴을 조정한다. 평소보다 기상 시간을 20분 늦춰주고, 달리기가 아닌 가벼운 스트레칭을 제안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의 컨디션 파악을 위해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과의 연동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루티너리는 사용자가 명상할 때 조명의 밝기, 음악 등을 설정할 수 있고 TV를 끈다거나 에어컨의 온도를 적절하게 맞춰줄 수 있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즘에는 제조사의 디바이스를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이 나왔고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가 개방되어 있다.”

이밖에도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공항을 가면 유심 찾기, 환전 등의 루틴을 알려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해당 서비스는 빠르면 내년, 길게는 내후년 쯤 활성화될 전망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서 대표는 루틴 설정을 평일과 주말, 아침과 저녁 등으로 나눈다고 한다. 물론 루틴을 쉬는 날도 있다. 우선 평일 아침에는 기상과 함께 “아침이 하루를 결정한다”는 문장을 띄워 놓고 시작한다. 그 다음엔 물 마시기, 명상, 스트레칭, 오늘 할 일 확인 등을 한다. 아침에 쓰는 일기도 빼놓지 않는다.

“아침 일기는 오늘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쓴다. 감사함을 찾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잘 떠오르진 않았는데 하다 보니 하나둘 생겼다. 다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깊게 고민해야 할 업무를 한다.”

서 대표는 루티너리 사용자들이 모든 루틴을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정해놓은 루틴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이 크다. 심지어 하루 지키지 않았을 뿐인데 아예 앱을 사용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사용자들도 더러 있다.

“사람들이 루틴을 잘 해야 할 것 같고 이를 통해 평가 받는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앱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결국 루틴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 이런 의미에서 루티너리를 엄마, 비서라고 표현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루티너리를 무리하지 않고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 대표는 아침 루틴을 다섯 개 이하로 설정할 것을 추천한다. 이때 가능한 하기 쉬운 것을 해야 한다. 보통 사용자들이 루틴을 등록할 때 본인의 평소 생활패턴과 다른, 무리한 계획을 짜는데 평소하지 않았던 일인 만큼 수행하기가 어렵다. 

루티너리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설정해놓은 루틴은 물 마시기, 잠자리 정리 등 주로 오전에 할 일인데, 이는 루티너리가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을 하는 루틴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명상, 요가, 글쓰기, 운동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작은 일이더라도 성취감을 빨리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물을 마시고, 이불정리하고, 세수하는 것처럼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루틴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오늘 못하면 안 해도 괜찮다, 못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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