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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각] 카카오톡에서 왜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안될까?

얼마 전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신중하게 선물을 고른 뒤 결제를 진행하려는 순간, 카카오페이 등록이 안 되어 있다는 안내창이 떴다. 나는 최근에 휴대폰을 바꾼 후 네이버페이만 등록해 둔 상태였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없는 걸까. 그냥 내가 원하는 간편결제 하나만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까? 물론 카카오페이 이외에 삼성페이, 신용·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무통장 입금 등 일반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롭다.

카카오만 그런 건 아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쇼핑을 할 때도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할 수 없다. 쿠팡에서 역시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못한다. 이들 모두 계좌이체, 일반 신용카드 결제 등 여러 결제수단을 제공하지만, 간편결제만큼은 자사 결제수단만 강제한다.

대형 플랫폼이 자사의 간편결제만 허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가두기 위해서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카카오T, 쇼핑하기 등에서 카카오페이를,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네이버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를 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여간다. 플랫폼을 보유한 기술업체는 자사의 결제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서 결제 수수료까지 취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행위는 당연시 되어 왔다. A 플랫폼에서 A 간편결제만 제공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 의식은 없었다. 심지어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간편결제만 제공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가입하는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가입하는 간편결제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플랫폼마다 각기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또 각 플랫폼마다 조금씩 충전금이 남아있게 된다. 모으면 쓸만한 금액도 여기저기 나눠져 있으니 쓸모없는 잔돈이 된다. 물론 플랫폼 회사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조금씩 남겨둔 잔돈을 모아 많은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허용이 플랫폼사 입장에서만 이득인 셈이다.

플랫폼이 자신만의 간편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배민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네이버페이나 토스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배달의민족이 특별히 착한(?) 기업이라서 그렇다기보다 배민이 네이버나 토스와 아직 경쟁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는 이용자를 경쟁 서비스에 뺏기고 싶지 않아, 간편결제 생태계를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라는 규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끼워팔기, 자사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 제한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의 취지에 비춰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간편결제로 카카오페이만 허용하는 행위는 ‘자사우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글로벌이 하나의 시장으로 경쟁하는 이 시대에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을 수 있는 이 규제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자꾸 장벽을 치고 자사 서비스만 강제하면 소비자의 효용은 점차 줄어든다.

경쟁은 성장과 혁신을 낳는다. 플랫폼이 경쟁을 피하고 기존 플랫폼의 영향력을 다른 사업으로 전이하고자 하면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이에 반대할 명분은 점차 약해질 것이다. 이제 가두리 전략이 아닌 생태계 개방 전략을 고민해 볼 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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