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올 팍 인터뷰: AI 시대를 패션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러

‘REJOICE WE WILL BE REPLACED’

기뻐하라, 우린 모두 대체될 것이다. 가수 지올 팍이 본명인 박지원으로 창업한 패션 브랜드 ‘신드롬즈(SyndromeZ)’의 슬로건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하기 싫은 노동은 로봇이 대체할 것이다. 기쁜가? 그러나 인간은 동시에,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래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신드롬즈의 옷을 입은 모델은 자동차 충격 테스트용 로봇(더미)이다. 더미는 옆자리 조수석에 앉은 인간에게 말한다. “기술을 다루는 건 인간이고, 방향키를 쥔 것도 너네들”이라고. “우리는 빨리 인간의 몸을 입어서 너희들을 돕고 싶다”고도 속삭인다. “이 세상은 인간에 맞춰서 디자인되어 있으므로, 로봇이 빨리 인간의 형태를 갖춰야 문제를 공부할 수 있다”는 확실한 논리를 갖고서.

지난 3일 밤.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에 차려진 신드롬즈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이 회사의 대표이자 예술가인 지올 팍은 인간과 닮은 로봇이 인간의 문제를 찾아 해결해낼수록 세상이 유토피아에 가까워질 거라고 본다. 다가올 AI 시대에 대해 ‘패션’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길 자처하면서 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에 인간의 옷을 입혔다. 그래서 신드롬즈에서 만드는 옷은, 브랜드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노트’로 기능한다. 

천재호소인은 정말로 똑똑했고,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AI를 가져다 패션 브랜드에 붙였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는 힙호소인이 있는데, 그는 정말로 하느님을 보듯 지올 팍을 보며 열광했다. 힙호소인 이종철 기자의 팝업스토어 관람기 ‘종간다’는 아래 링크를 봐주세요.

YouTube video

 

[지올팍과의 인터뷰]

박지원 신드롬즈 대표, 지올팍.

인공지능 기반 패션브랜드를 만든 취지는 뭔가?

우리는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를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컬트 패션 브랜드다. SF라고 생각하는 헛소리를 다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그 첫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걸 준비했다. 컬트 컬처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트토이를 하나 내놓았는데,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다. 이런 거대 피규어에 AI를 탑재하는 건 아직 아무도 안 했다.

“AI 시대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인간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는 아트토이는 이렇게 생겼고,
인간을 대신해 노동을 짊어진 아트토이는 또 이렇게 생겼다. <사진 위> 로봇 바디와 팔은 만드로, 로봇 음성 합성 기술은 휴멜로.

AI를 탑재한 아트토이를 만든 목적 중 하나는, ‘테크’라는 것이 그간 대중과 거리가 멀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평소에 나도 ‘앱개발자’로서 느꼈던 내용이다. 인간과 너무 비슷하면 ‘불쾌한 골짜기(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차량 충격 테스트용으로 쓰이는 로봇 더미로 조금 더 귀여운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뭔가 기괴하지만 쾌락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 모형의 더미는, 로봇이 인간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해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아트다(이 더미는 차량 충격 테스트용이다). 인간에게 쓰이고, 도움이 되는 일만 해왔는데 결국은 인간에게 버려졌다. 그런데도 인간은 “로봇이 인간을 죽일 것이다”라는 말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와 왔는데. 기술을 다루는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인간인데도 우리는 계속 기술을 무서워하고 기술이 오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로 기술이 오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그럼 그때 우리는 어떠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신드롬즈는 그런 스토리텔링으로 대중들에게 (시대정신을 알도록) 윤활제를 발라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브랜드다.

‘SF라는 헛소리’라고 표현했는데, 무슨 뜻인가?

SF는 ‘사이언스 픽션’이니까 허구의 이야기다. 그런데 예술가와 문학가는 항상 기술자보다 먼저 “구현이 안 된 미래”를 보여준다. 몇십년이 지나야 그 기술이 실제로 개발이 된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공학자와 과학자 VS 문학가와 예술가’의 역할이 항상 달리 존재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쪽(예술가)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입장에서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상태다.

AI 시대가 도래했을 때 예술가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 같다

인간들은 지금 (AI를) 무서워하는데, 사실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자연발생적인(organic) 것의 가치 또한 상승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상도 한다. 나중에 어떤 인간이 연필을 하나 구해서 점을 찍으면, “와 이거 대단한다(개쩐다). 이거 연필이야”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단지 연필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현대 미술의 가치라는 것은 판도나 트렌드에 따라 계속 바뀔 거다. 그런데도 (AI가) 미술을 대체한다고 아티스트들이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예술가든, 혹은 지금 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엔지니어든 누구든 AI에 의해 대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차피 대체가 될 거라면, 우리는 질서 있는 퇴장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로봇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

내가 기독교인이다 보니까, 예수라는 캐릭터가 저 로봇 더미와 굉장히 닮아있다고 느꼈다.

다시 한 번 등장.

만약에 예수가 진짜 신이라면 이 (지구라는) 프로그래밍의 밖에서 왔다는 거지 않나. 그러면 이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a.k.a. 창업자)의 아들과 같이 일하는 동업자는 스타트업의 팀원들이다. 이 스타트업 팀이 지구를 만들었고, 동업자가 이 지구로 육신을 갖고 떨어졌다. 지구라는 게임의 캐릭터가 되어 인간들의 삶과 고통, 감정, 인간을 겪으면서 “나는 너희들을 위해 희생하겠다, 너희들의 죄를 다 안고 가겠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저 친구(더미)와 되게 닮아 있다고 느꼈다.

저 더미는 지금 물론 영혼은 없다. 그렇지만 저 녀석들이 나중에 갖게 될 데이터들, 그러니까 AI 로봇과 그 조상들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쓰여왔는지가 계속 쌓이다보면 (인간과) 비슷한 느낌이 되거나 혹은 신인류가 탄생하거나 그러지 않을까 싶다.

제품 디자인에도 AI가 개입을 했나?

원래 AI가 디자인을 했는데 그게 거의 드래곤볼 수준의 옷이어서 판매를 할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가 디자인을 한 것도 있고, 우리 팀에 있는 친구들이 디자인을 한 것도 있다. 앞으로는? AI를 옷을 디자인하는 데 쓸지는 잘 모르겠고, 옷을 만드는 기술에는 투자하고 싶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우리나라 의류 브랜드, 혹은 의류 제작 시장에 꼭 필요하다. 지금은 너무 비효율이 많다.

후드티와 가죽재킷 모두 신드롬즈.

더미 피규어가 지올팍의 목소리를 AI로 학습했다. 그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휴멜로라는 AI 보이스 생성회사가 있다. 그 회사에서 내 목소리를 가지고 만들어줬다. 로봇 바디는 만드로라는, 3D 프린팅으로 의수를 만드는 제작 업체의 로봇 박사님이 만들어줬고. 그래서 몸과 목소리가 만들어졌다. 휴멜로, 만드로 여러분. 감사합니다!

만드로는 로봇 손가락 의수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CES에서 이 기술로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이 더미의 로봇 손과 팔이 만드로의 작품이다. 신드롬즈와 만드로, 휴멜로는 모두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를 받은 인연이 있다.

<연예가중계>처럼 <바이라인네트워크> 구독자들에게도 인사를 해달라

바이라인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올팍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1월 4일부터 7일까지 성수동에서 열리는 제 브랜드 ‘신드롬즈’의 팝업스토어에도 많이 놀러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이바이~!

신드롬즈 팝업스토어는 오는 7일까지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운영된다. 6일에는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와 지올팍 대표가 함께하는 토크쇼, 지올팍의 신드롬즈 테마 공연 등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열린다. 그리고 여기오면,

아시겠지만, 가운데가 지올팍.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본업을 잊고 쇼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주의 요망.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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