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올해 금융사 디지털 키워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금융권에선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뱅킹앱의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각 사별로 서비스형뱅킹(BaaS), IT 개발 내재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등 세부적인 디지털 청사진을 제시했다. 

먼저, KB금융그룹은 BaaS 측면을 강조했다. BaaS는 금융사가 구축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비금융사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를 통해 비금융사는 쉽고 편하게 자사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으며, 금융사는 금융의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비금융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BaaS를 통해 타 비금융 서비스에도 KB금융그룹의 금융 서비스가 탑재될 수 있도록 플랫폼 전략을 추구한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모든 금융상품과 서비스 기능을 API 형태로 모듈화해 어떤 플랫폼에도 고객 맞춤형으로 탑재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비대면 채널 영업방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임베디드 금융’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조직을 강화했다. ‘디지털 부문’을 만들고 산하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본부와 AI 본부를 둬 디지털 플랫폼, AI, 데이터 영역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플랫폼 측면에서의 뱅킹 앱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 비금융 서비스와 제휴해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디지털화가 심화될수록 금융의 미래는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KB스타뱅킹(뱅킹 앱)을 KB금융그룹의 유니버셜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비금융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 금융 서비스 연계를 통한 임베디드 금융 시장을 선점해 나감으로써 빅테크 기업이 부럽지 않은 금융, 생활,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고객경험 제공과 고객 기반 확대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를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진 회장은 “시장, 기술, 금융 소비자의 트렌드가 분초 단위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우리가 경험한 과거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는 훨씬 빠르고 그 방향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진 회장은 지난달 선보인 그룹 통합 앱 ‘슈퍼 쏠’에 대한 언급을 했다. 슈퍼 쏠은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빅테크가 하나의 앱에서 금융, 비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가운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다. 신한 외에도 이보다 앞서 KB금융그룹이 앱 통합 작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우리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도 동참한 상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파트장에 IT출신인 현 신한은행 김준환 디지털혁신단장을 선임했다. 김준환 단장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객원 연구원,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수석, SK C&C 플랫폼1그룹 상무를 역임한 AI,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다. AI와 빅데이터를 현업에 적용하고 사업화하는데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달 바뀌는 IT조직 개편으로 인한 기술 내재화를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월 초 IT 거버넌스 개편 이후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비즈-IT 협업 등 개편 효과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달 ‘IT 거버넌스 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에 위탁해 온 IT 개발, 운영 업무를 은행이 직접과 카드사가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현업과 개발자가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업무를 하는 애자일 조직을 통해 개발 신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외주 개발을 자체 수행으로 전환하면서 조직, 인력의 중복을 해소해 IT 비용 효율화를 기대한다. 

또 우리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새로운 뱅킹 앱 ‘뉴 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통합 플랫폼 뉴원뱅킹을 개발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슈퍼 쏠(SOL)’처럼 하나의 앱에서 자회사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임 회장은 토큰증권(STO), 디지털화폐(CBDC), 생성형AI 등 신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AI를 강조했다. 챗GPT로 인해 AI 기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슈퍼 플랫폼에 금융, 비금융 서비스, 여기에 AI를 탑재한다는 뜻이다. 

그는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라며 “농협금융도 올해부터 사업,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AI를 실장하는 준비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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