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형, 제가 끝내주는 카메라 만들게요”

## 다음은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와의 인터뷰를, 정 대표의 육성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정 대표의 발언이 중심이나 구성을 위해 약간의 가공이 곁들여졌습니다. 감안해주세요, 고맙습니다.

‘라이다’ 만드는 스타트업, 에스오에스랩의 정지성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이 많이 모이셨네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스타트업 인터뷰가 핫하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왜냐면, 저희도 핫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물어봅니다. 라이다가 뭐냐고요. 너네, 무슨 일 하느냐는 거죠.

## 라이다란?

레이저를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하고 사물을 감지하는 센서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 없이 운전하려면 세 개의 센서가 필요해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죠. 셋중에 하나만 쓰게 되면 약점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먼저 카메라 말입니다. 훌륭하죠. 그런데 빛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조명이 없으면 사진이 안 찍히죠. 주변 광에 약한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죠. 카메라가 사람 얼굴은 구분해도, 제 배둘레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레이더와 라이다가 필요합니다. 레이더는 전파를 쏴서 사물과 거리를 알아채죠. 그렇지만 카메라와는 달리 형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라이다는 이보다 낫습니다. 레이저를 쏘아 사물의 형체와 떨어진 거리를 알 수 있죠. 그러면서도 카메라와는 달리, 제 개인 정보가 누출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기존 카메라와 레이더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 자율주행을 위한 세 번째 센서죠.

짤막, 라이다 강의였습니다. 라이다가 주목받으니 만큼 도전하는 회사도 많겠죠. 그렇습니다. 벨로다인이나 루미나 같이, 세계에서 유명한 회사들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라이다 시장에 무슨 출사표냐, 이렇게 보는 분들도 처음엔 있었죠.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 라이다에 확신을 갖게 된 이유

그게… 2017년 1월이었습니다. “라이다로 피봇(사업모델 전환)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이런 생각을 하던 때였죠. 머리 싸매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가서 경쟁자를 보자, 그래서 우리 회사 장준환 CTO하고 둘이서 CES에 가는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탔어요. CES는 세계 최대 IT 쇼이니, 여기에 나온 제품들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우리도 세계 시장에서 분명히 먹힐 수 있다고 본 거죠. 당시에, 500억원에서 1000억원 투자 받은 라이다 회사들이 열개 가까이 되던 시기였으니까, 도장 깨기 하듯이 다 돌아보고 우리 장단점이 뭔지, 깰 수 있는 한계인지 확인했어요.

결과요? 네, 모두 패스. 보니까 할 수 있겠더라고요. 저희가 갑자기 라이다를 한 게 아니고, 창업자 네 명 중 두 명이 2002년부터 학교 연구실에서부터 거의 20년 간 라이다를 한 사람들입니다. 저요? 저도 레이저를 이용해서 3차원 형상을 나노미터 스케일로 측정하는 원자 현미경을 만들었죠. 제품화까지 경험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부터 자율주행 바람이 분 겁니다.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날고, 그리고 저도 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억지로 시장을 찾은게 아니라 자율주행 바람이 부는 참에 자연스럽게 라이다를 타고 태풍에 올라탈 수 있겠더라고요.

CES에서 돌아와서는 석 달 간 밤새서 라이다를 만들었어요. 퓨처플레이에서 투자 받은 돈이랑 대출 받은 것, 모두 합쳐서 10억원을 석달 간 쏟아서 만들었어요. 경쟁사들은 1000억원 쏟아부어서 2~3년 걸려 만든 걸, 저희는 10억원을 다 쓰지도 않고도 이 정도로 만들었으니 격차가 오십보 백보로 작게 느껴졌죠. 이정도 속도면 우리가 충분히 따라잡겠다, 확신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살짝 태풍이 꺾인 국면이라도, 시장은 여전히 충분히 열리고 있으니까요.

## 기존 라이다하고는 뭐가 다르냐고요?

질문 좋네요. 자율주행차 위에서 360도 빙글빙글 회전하는 라이다를 기억하실거예요. 벨로다인을 비롯해서, 중국 회사들도 다 그런 라이다를 만들죠. 그런데 이렇게 라이다를 만들면 택시 위의 ‘캡’ 있죠? 그 위치에 달 수밖에 없어요. 만약에 내가 1억원짜리 벤츠 S 클래스를 샀는데, 그 머리 위에서 라이다가 빙글 빙글빙글 돌고 있다면 사겠어요? 안 예쁜데, 아무도 안 사지 않겠어요? 양산차에 그런 라이다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찾아보니까, 라이다 회사 대부분이 자율주행 셔틀이나 공공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은 만들어도 양산차를 위한 라이다는 어려워하더라고요. 생산은 커녕 ‘계획’ 수준에 머무른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카메라와 같이 작고 싼 라이다’를 양산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안 카메라가 회전하진 않잖아요? 방지턱을 넘거나 오프로드를 달려도 충격을 받지 않게, 자동차 디자인을 해치지 않게 카메라가 달려 있듯, 라이다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선택한 것이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입니다. 배터리도 안정성 있는 전고체가 좋고, 하드디스크도 요즘엔 솔리드 스테이트로 넘어간 것처럼, 라이다도 물리적으로 그런 단단한 구조가 낫다고 봤죠. 카메라처럼 두 개의 렌즈를 달고, 그 안에 레이저를 쏘는 광원 칩과 디텍터 칩을 넣을 수 있다면 간단하면서도 안정적인 라이다를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게 결국 답이다, 확신했습니다.

##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 줘도 안 쓴다”고 했는데

형, 내가 잘 만들게요. 처음에 형이 그 말 한 거 듣고는, 형님 공부를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론 머스크 형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이런 현명한 분이 틀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파고 들었죠.

그랬더니, 이분의 의중은 “라이다 기술에 대해선 굉장한 존중(respect)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정거장에 도킹할 때는 라이다를 쓰기도 한다. 실패할 때 위험이 큰 프로젝트에는 당연히 라이다를 쓴다. 그런데 내 저렴하고 예쁜 테슬라에 (비싸고) 안 예쁜 라이더가 들어갈 자리가 어디 있느냐”로 풀이 되더라고요.

크기도 크고 가격도 비싼데 성능이 안 좋은 부품을 쓰지 않겠단 거죠. 다시 말하면, 쓸 만한 라이다가 있다면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테슬라 모델Y에도 라이다 탑재 테스트를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쓸 만한 라이다가 나오면 테슬라에도 머스크 형님이 적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말 바꾸는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형님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최적의 답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분이잖아요? “줘도 안 쓴다”로 말한 시점의 라이다는 별로였어요. 그때는 그 말이 정답이죠. 그런데 저희 라이다를 탑재한 차량이 충분히 양산될 때는 정답이 달라질 겁니다. 저희 전략은 “형, 이건 새로 나온 카메라예요” 거든요. 저희는 렌즈가 두 개고, 칩이 두 개인 카메라니까 싱글 카메라보다는 가격이 두 배인, 그런 카메라인 거죠. 라이다는 그러니까, 미래의 카메라인 셈입니다.

## 자율주행차만 라이다의 시장이냐고요?

그럴리가요. 지금 카메라가 들어간 시장에 라이다가 모두 순차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휴대폰, 자동차, 그리고 CCTV에 모두 들어가지 않습니까? 안전을 위해 필요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다를 원할 곳은 많죠. 국방이 그렇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곳도 그렇습니다.

아마도 처음엔 자동차 시장에 저희 라이다가 먼저 들어갈 겁니다. 국내외 자동차 회사를 만나서, 3년 뒤 양산 플랜을 놓고 협의 중에 있어요. 시장이 열린다면, 저희가 의미 있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죠. 자동차 부품 시장의 마진이 높지는 않지만, 여기서 의미 있는 시장을 열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또 다른 영역에서 라이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스마트시티와 로봇 시장 같은 곳은 당연히 라이다를 필요로 하죠. 특히 반도체 공장 같은 곳에선 로봇이 투입되고 있는데, 그 로봇에 달린 센서의 물량만 해도 엄청납니다.

그런데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싶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이 나오고 제일 돈을 많이 번 회사가 어디죠? 카메라 모듈 만드는 회산가요? 아니죠. 생태계를 만든 애플이나, 아니면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만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죠. 새로운 포맷의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나옵니다.

저는, 결국엔 기존의 멀티 터치 스크린을 대체할 새로운 입력장치가 3D 라이더가 될 거라고 봅니다. 3D 라이더 데이터를 가지고 의미 있는 킬러앱이 나오면, 분명히 그 시장이 열릴 거라고 보는데요. 그렇게 되려면 하드웨어의 가격이 떨어져야겠죠. 누구나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큰 시장이 자동차이니, 그 시장부터 저희가 공략하는 겁니다.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데요, ‘호날두 챌린지’라는 게 있어요. 헤딩 높이가 얼마인지 점프해 보는 건데, 그 영상을 3D 라이다로 같이 찍은 후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보면 제 옆으로 호날두가 같이 점프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런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되지 않겠어요?

## 상장 이후 하고픈 일

우리를 보고, “한국에서 라이다로 상장하는 1호 회사”라고들 부릅니다. 저희가 하고픈 게 많으니까 상장이 그 길로 가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되는 거죠. 저희는 “라이다로 세상을 좀 더 스마트하게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스마트의 뜻은 ‘편리하고 안전한’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러려면 이 라이다를 정말 잘, 싸게 만들어서 CCTV도 가격 부담 없이 라이다로 교체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카메라가 놓치는 어떤 위험한 순간을 라이다가 빠르게 잡아낼 수 있도록요.

사실 스타트업 대표라는 게 하루에도 12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기분으로 하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땅에 발을 붙이고 지금 당장 넘어야 할 산을 최선을 다해 오르는 거죠. 그래서 IPO 남은 심사 잘 통과해서 의미 있는 시장에 오른 후,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어요. 정말로 저 친구가 뱉은 말을 잘 지키는지, 정말 저 회사가 만든 제품이 세상을 안전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두고 보시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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