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기어때가 플랫폼 엔지니어링 조직을 별도로 만든 이유
‘LA 호텔’을 검색하는 나는 LA로 여행을 가려는 걸까, 아니면 LA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을 찾는 걸까? 그 속마음을 검색엔진이 딱 눈치채서 답을 준다면 나는 두 번 세 번 검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거다. 숙박과 여행을 파는 플랫폼 ‘여기어때’가 ‘데이터&AI 센터’라는 조직을 만드는 이유다.
2014년 창업한 이래, 여기어때에는 숙박 검색과 관련한 데이터가 꾸준히 쌓였다. 최근에는 항공, 해외 숙박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 중이다. 이 데이터를 잘만 정비해 학습시키면 이용자의 검색 경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이 일을 맡기 위해 지난 9월 여기어때에 조문옥 기술총괄(CIO)이 합류했다. 삼성SDS와 SK텔레콤을 거쳐 핀다와 컬리페이에서 기술개발총괄을 맡아온 이로, 여기어때에서는 회사의 테크 인프라를 쌓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됐다.
조 CIO는 여기어때에 합류한 후 ‘플랫폼 엔지니어링실’을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 운영, 테스트, 앱 배포 같은 업무를 모두 책임진 별도의 조직이다. 내년에는 데이터&AI 센터를 발족, 검색을 비롯한 회사의 주요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기능 개선을 이끌겠단 목표를 세웠다.
회사 차원에서도 테크 중심의 새 부서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어때에는 현재 200여 명의 개발자가 일하는데 이중 100여 명이 조 CIO와 함께 일한다. 개발자도 더 뽑고 있다. “신뢰와 재미를 주는 개발 조직을 만들어 여기어때가 최고의 개발자 인재사관학교가 되겠다”고 말하는 조 CIO를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여기어때컴퍼니 회의실에서 만났다.
컬리페이, 현대페이 등 커머스나 핀테크와 관련한 경력이 많은데
광의로 해석하면 여기어때도 커머스다. 물건이 아니라 숙박 상품을 파는 거니까. 여기에서도 상거래가 일어난다.
어떤 역할을 맡아 여기어때에 합류했나
개발자들이 각자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기술적 뾰족함(Edge)을 세우는 역할을 맡았다. 내부에 이미 개발 조직이 있는데, 이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다른 부분들, 예를 들어 데브옵스(DevOps)와 인프라 운영, 검색 플랫폼 운영,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 등과 같이 기술적인 측면을 맡아 회사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합류했다.
이야기한 역량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부분인데. 그 중 지금은 어떤 것을 우선순위 삼고 있나?
첫번째는, 요즘 가트너와 같은 시장조사업체들의 발표를 보면 ‘플랫폼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쓴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체계를 만들고, 생산성이나 애질리티(Agility, 민첩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개발 환경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을 플랫폼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어때에 합류한 후 ‘플랫폼 엔지니어링실’을 만들어서 SRE(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도구를 사용해서 시스템 관리나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과 같은 IT 인프라 작업을 자동화하는 관행)나 데브옵스, 품질보장(Quality Assurance)를 위한 QA와 같은 일을 하는 전문조직을 만들었다.
내년에는 지금 여기어때에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실을 ‘데이터&AI 센터’로 개편,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새 조직으로 만들려고 한다. 데이터와 AI를 같이 다루는 센터다. 그렇게 되면 좀 더 테크니컬한 기술 회사로 모양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조직 세팅을 빠르게 하고 있다. 두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분이 중요하다. 그게 플랫폼 엔지니어링실이 해야 하는 일인데,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잘 개발할 수 있게, 개발자들이 본연의 애플리케이션 코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거다. 개발자들이 “배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인프라나 테스트는?” 등과 같은 것에 대해선 최대한 신경을 덜 쓰고, 본인이 맡고 있는 도메인 안의 마이크로 서비스에 대한 코드를 짜는 것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개발 체계를 만들려 한다. 여기어때에 합류하기 전, 조직 밖에서 이 회사의 조직도를 봤을 때 이런 것들이 잘 수행되지 않았다고 봤고,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 한다.
또, 기존에도 데이터 조직은 있었지만 집중적으로 AI를 다루는 기능은 업었다. 그걸 내년엔 집중적으로 파려 한다. 능력이 잇는 연구원, 개발자 등을 더 뽑으려 한다.
여기어때에 대한 대중적 느낌은 ‘숙박이나 여행 서비스를 구매하는 곳’인데, 왜 여기에서 데이터와 AI가 중요한가?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어때에서도 이용자들은 필요한 걸 찾기 위해 ‘검색’을 한다. 그런데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하면 같은 검색 결과라도 여기에 사람의 성향이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서울에서 ‘LA 호텔’을 검색하면 (꼭 LA에 있는 호텔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위치를 반영해 서울에 있는 LA 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을 찾아 줄 수 있다.
또, 이 사람의 그간 구매 히스토리를 보고, 이 사람이 펜션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하면 검색 결과 상단에 펜션을 더 노출시킬 수도 있다. 똑같은 검색어라도 결과적으로 어떤 검색어에 가중치(boosting)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양해질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다. 이 뒷단에는 머신러닝 모델이 있다. 머신러닝 모델이 학습을 해서 사람의 성향이나 조건을 학습해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 가격에도 이런 부분이 적용된다. 같은 숙소, 같은 방이라도 가격이 계속 변하는데, 이런 다이내믹 프라이싱(탄력요금제, 판매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을 변동하는 것)의 기반에도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같은 AI 연구가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판매자와 구매가자 서로 마음에 다는 가격에 도달해 매칭할 수 있도록, 그런 가격으로 바꿔주는 거다. 주말에는 가격이 오르거나 이런 상황을 머신러닝이 학습을 해서 가격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것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AI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영역인 거다.
이전에도 개인 맞춤형 검색 결과를 이야기 한 곳들은 많았다. 거의 대부분 커머스에 적용되지 않나? 달라진 부분이 있나?
이전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하나의 키워드에 세 가지 정도 선택지가 결과로 나왔다면, 지금은 아주 마이크로하게 개인 한 명 한 명의 성향까지 고려해서 검색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AI로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서비스의 문제가 있을까?
있다. 예를 들어서, 하나의 업체를 가리키는 이름이 조금씩 다를 때가 있다. 하얏트 명동 호텔과 하얏트 호텔 명동은 같은 곳이라 하나로 병합해 고객에게 노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기에도 안 좋고 혼선도 줄 수 있다. 해외 숙소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이런 이슈들이 또 생겨난다. 사람이 일일이 검수하기 어려우므로 머신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AI 기술이 들어가면 검색 결과 만족도가 얼마만큼 올라가는지, 그걸 체감할 수 있는 지표가 있나?
보통 전환율로 확인한다. 검색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재검색을 하지 않고 클릭해서 결제까지 이어진다. 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다른 말로, 좋은 검색 모델이 적용됐다는 뜻이고. 데이터와 AI 기술이 전환율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만들 데이터&AI 센터의 성과지표(KPI)는 어디에 두고 있나?
지금 KPI를 만드는 중이다(웃음). 일단은, AI라고 하는 단어 자체를 조직에 부여하고 있는 만큼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같은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을 잘 조직하려 한다. 또, 이런 AI 모델들을 잘 활용해서 유의미한 가치가 부여된 결과를 만들어내 실질적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걸 수치화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국내외 고객들에게 여행이라는 상품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기술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것이다.
그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상품을 구매(sourcing)해오는 데도 도움이 되나?
그럴 수 있다. 보통 상품을 소싱할 때는 사람이 직접 숙소를 찾아가서 직접 계약하거나, 대체로 대량(Bulk)으로 가져온다. 그러면 그 대량의 정보를 사람이 다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한번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들어오는데 이런 것을 잘 처리하고 활용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적 영역이 있을 수 있다.
만들려는 조직의 개발 문화는 어떻게 조성하고 있나?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애자일(민첩성)하고 투명하게 움직이는 것을 기본으로 조직이 돌았으면 좋겠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얼마나 잘 했고, 이 사람은 얼마나 프로젝트에 기여했는지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또, 비즈니스 목표(goal)이 생기면, 그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 목적을 달성한 후 흩어지는 등 유연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잘 돌아가는 체계를 지향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움직이려면 ‘재미’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 신뢰는 조직에 대한 것일 수 있고,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신뢰는 단순히 “너를 믿어”가 아니라 “나는 네가 되게 잘 할 거라고 믿어” “너는 성공할 거고, 몇번을 실패해도 결국엔 성공할 거라 믿어”와 같은 거다. 구성원도 리더에 대해 “좋은 의사 결정을 할 거야”라고 믿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개발 문화에 되게 중요하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조직에서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를 뽑고 있는데, 원하는 인재상이 있나? 또 어떤 분야를 주로 뽑나?
자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열정이 있고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이랑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람이면 좋겠다. 기술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잘 흡수할 수 있어야 하고 호기심도 많아야 한다. 구인 분야는, 데이터나 AI, 데브옵스 등 분야에 집중해서 두루 뽑는다.
반대로, 여기어때는 개발자에 어떤 ‘당근’을 줄 수 있나?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경험’이다. 여기어때가 계속해 신사업을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해외 여행 같은 것이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그에 맞춰 기술 개발이 계속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을 계속하는 회사에 오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도 동시에 가능해진다.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면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기술적인 어젠더들이 조직내에 잘 정착되게 하는 것이다. 기존 구성원을 잘 성장시키고, 또 외부의 인재들을 모시고 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글로벌로 플레이어가 되고, 그에 따라서 기술 부분에서는 여기어때가 훌륭한 ‘인재 사관학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여기어때 출신 개발자나 엔지니어는 정말 잘 하더라, 좋은 인재가 정말 많다는 말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