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은행 콜센터 대량해고 일으킬까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삶에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을까.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란 이야기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결국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가장 먼저 대체될 가능성이 큰 것은 단순 반복과 응대 업무다. AI는 인간이 설정한 매뉴얼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사례가 나온다. 금융권의 챗봇과 콜봇이 대표적이다. AI 기술을 접목한 챗봇과 콜봇은 문자와 음성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안내한다.
고객은 기존에 은행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창구로 직접 찾아가거나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 했다면, 지금은 비교적 간단한 업무는 챗봇과 콜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심층적인 상담이 아닌 간단한 안내 정도만 가능하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챗봇과 콜봇의 도입은 콜센터 이용 건수에 영향을 미쳤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콜센터 인입 건수는 지난 2022년 1월에서 11월까지 약 951만건에서, 올 1월부터 11월까지 866만건으로 1년 사이 약 100만건 가까이 줄었다.
반면, 챗봇 이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협은행의 챗봇 질의 건수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 207만건이었다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 252만건으로 약 21.7% 늘었다.
챗봇의 이용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객이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인 점심시간은 과거 대기시간이 한시간이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체한도, 대출이자 조회 등의 간단한 문의는 챗봇과 콜봇으로 가능하다.
또 콜봇의 도입으로 상담 대기시간이 줄었다. 콜봇 도입 전에는 대기 시간이 평균 2분 이상이었다면, 도입 후 대기 시간이 평균 45.6초로 두배 이상 감소했다.
은행의 콜센터 건수 중 상당수는 콜봇이 처리하고 있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 건수는 연간 1200만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550만콜을 콜봇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전체 콜센터 상담 건수 가운데 약 절반을 콜봇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뱅킹 앱에 발생한 에러, 메뉴 검색 등에 챗봇을 연계해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상담 니즈를 해소하고 있다”며 “만약 챗봇이 없었다면 해당 고객들이 고객상담 센터로 전화했을 것이라, 챗봇이 콜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챗봇과 콜봇의 등장으로 콜센터의 상담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상담사들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까.
아직까지 현실에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조짐을 보인 사례가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대전 지역의 콜센터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명에게 해고 통보를 한 바 있다. 관련해 국민은행 측은 AI 챗봇, 콜봇 도입, 팬데믹 종료 등으로 콜센터 상담 건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국민은행 측은 대전지역 비정규직 상담사들에 대한 고용 승계를 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챗봇과 콜봇이 상담사의 자리를 100%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상담의 경우 고객 별로 심층 상담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객마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이에 따른 접근방식을 AI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 챗봇이나 콜봇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불편해서 상담원과 연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AI가 상담원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실효성을 입증한 은행들은 챗봇과 콜봇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챗봇을 금융비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의 상담 서비스를 통합,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열사 서비스 상담과 함께 조회, 처리 업무를 적용한다.
농협은행은 AI 콘택트센터를 구축해 챗봇의 상담업무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오는 2025년 2월 선보일 차세대 뱅킹 앱에서 챗봇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녹여낼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종합소득세 신고같은 특정 시기별 서비스, 급여이체실적 기준 같은 고객 혜택 등 여러 주제로 콜봇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편의 증대를 위해 AI 상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