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아이폰 메시지 파란 풍선 사라질까? 애플 RCS 도입의 의미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지난달에 등장한 놀라운 소식인데 전혀 화제가 되지 않은 RCS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자, 아이폰 쓰시는 분들 아이메시지 익숙하시죠? 그런데 안드로이드 폰에 문자를 보내면 녹색으로 뜨죠. 이렇게 컬러로 폰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에서는 이걸 심지어 사회 문제로까지 보고 있습니다. 녹색 낙인이라고 부르는데요. 청소년들 사이에서 메시지가 녹색이면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죠. 녹색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와 데이트하지 마,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웃기네요. 하여튼 그래서 구글은 계속해서 메시지 컬러를 바꾸자, RCS를 도입하자-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팀 쿡 CEO는 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죠. “어머니에게 아이폰을 사주세요.”
색깔 구분 외에도 아이폰에서 기본으로 사용하는 메시지 서비스, SMS와 MMS에는 보안 문제가 있습니다. SMS와 MMS는 우리가 버튼 누르는 폰, 피처폰 시절에 쓰던 규격이거든요. 그래서 종단간 암호화가 어렵습니다. 중간에서 탈취가 가능하다는 거죠. 구글은 이걸 지적하면서 사실은 풍선 깔맞춤을 하고 싶었던 거고요.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자기네 제품을 더 잘 팔 수 있는 수단인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메시지는 보안 면에서 어느 채팅 앱보다 안전하다-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죠. 속내는 사실 자사 서비스를 쓰게 만들고 싶은 겁니다.
심지어 이런 앱도 있어요. 낫싱 챗이나 비퍼 미니 같은 앱이 있었는데요. 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앱입니다. 비퍼 미니는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처럼 속여주는 앱이고요. 낫싱 챗 같은 경우에는 메시지를 보내면 낫싱이 보유한 맥에 메시지를 올리고 맥이 대신 메시지를 보내주는 겁니다. 맥이 중계기로 쓰이는 거죠. 현재는 비퍼 미니는 애플이 막았고, 낫싱 챗은 보안 문제로 구글에서 막았습니다. 일시적이긴 하겠지만 일단은 다 막힌 거죠.
자, 그런 와중에 애플이 RCS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RCS는 Rich Communication Service라고 해서, 전 세계 통신사 협회인 GSMA에서 만든 규격입니다. 그룹 채팅, 고해상도 사진 공유, 동영상 공유, 위치 공유, 스티커, 탭백 등 아이메시지에서 제공하는 기능 대부분을 표준으로 제공합니다. 이미 여러분이 쓰는 갤럭시 폰에도 이 RCS가 적용돼 있어요. 여러분 삼성 채팅 플러스 쓰시죠? 여기서 위치 공유도 하고 사진도 보내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송금도 되잖아요. 카카오톡 못지않죠. 이런 게 바로 RCS의 강점입니다. 그런데 아이폰으로는 지금까지 RCS를 못 보내고 있었던 거죠.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잘 팔리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막고 있는 겁니다. 보안도 우리가 더 훌륭한데 왜 해야 해? 와이? 뭐 이런 거죠. 그런데 유럽에서 독점금지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등장했죠. 주요 내용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입니다. 그러니까 애플 같은 회사의 서비스가 상호 운용되게 해야 한다-이런 의미죠. 이게 도입되면 RCS 도입은 물론이고 아이메시지 컬러까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에 앱스토어 외의 스토어가 생길 수도 있죠. 이렇게 압박이 다가오니까 애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의 RCS는 부족하다, 더 나은 RCS를 만드는 데 협조하겠다.” 그러니까 구글의 RCS를 되려 깐 겁니다.
RCS는 종단간 암호화가 가능해요. 그런데 이건 구글이 만든 확장 스펙이고, 통신사의 서비스입니다. 그러면 통신사가 메시지를 보길 원하면?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걸 걸고넘어진 거예요. 구글은 여기서 할 말이 없겠죠. 만약 구글이 가두리 양식에 성공했으면 구글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안 되니까 자꾸 아이메시지 철폐하자! 이렇게 말했던 거죠.
그래서 애플은 RCS의 보안 수준을 GSM 회원사들과 같이 높이겠다-이렇게 선언을 한 거고요. 앞으로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과 그룹채팅, 고해상도 사진 공유 이런 게 가능해지겠죠.
자, 그럼 말풍선 색은 변할까요? 아닙니다. 애플은 아이메시지는 아이메시지대로 놔두고, SMS·MMS를 RCS로 대체하겠다는 겁니다. 녹색으로 오던 SMS가 RCS로 바뀌어서 오는 거죠. 그러니까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 문을 조금 열어주지만 가두리 양식은 계속 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RCS의 품질을 높이겠다, 애플이 하면 이정도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거죠.
자, 사용자들에게는 어떻게 될까요? 표준을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결국 아이폰 사용자에게 좋아집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도 좋아지죠. 많은 기능을 같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이폰 사용자는 둘 다 갖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파란 풍선은 사라지지 않죠? 애플의 결정, 등떠밀린 경향이 있지만 영악할 정도로 현명합니다.
자, 아이폰 RCS 서비스는 2024년 출시될 거라고 하고요. 아마 iOS 18 업데이트 때 포함되겠죠. 그 이후에는 파란 풍선은 아니어도 아이폰 메시지 앱과 구글 메시지 앱이 연동되고, 삼성도 연동되고, RCS를 쓰는 왓츠앱과도 연동될 겁니다. 그리고 애플만이 가지는 RCS 파생 서비스들도 등장하겠죠. 그럼 결국 애플의 메시징 앱은 RCS 생태계를 집어삼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애플의 야욕이 엿보이는데 정말 대단하죠.
자,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도 단체 방을 채팅 앱으로 하고 운영하고 있거든요. 내년 이맘때쯤 되면 문자 앱에서도 회의가 가능하겠네요. 그럼 여러분과 제가 RCS 메시지로 만나는 그날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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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RCS를 도입해도 우리나라와는 상관없지 않나요?
지금 기사에서 이야기하는건 해외 RCS이고, 우리나라 RCS는 규격이 달라
애플이 지원하는 RCS와는 또 다른 이야기로 알고 있어서요.
맞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