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이제는 ‘순찰’까지”…보폭 넓히는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뉴빌리티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로봇-로봇 서비스 플랫폼-로봇 주문 앱’으로 이어지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새로 선보이는 순찰로봇은 저희가 오랫동안 축적한 역량에 협력사들의 강점을 더하는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외를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로봇.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궂은 날씨나 이따금 일어나는 돌발상황, 거친 도로 상태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이 쉽지 않은 실외 환경을 겨냥한다. 효율성을 추구한 로봇 모델로 배달은 물론 보안 분야까지 발걸음을 넓힌다.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는 최근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라스트마일 배달 시장에 뛰어든 큰 이유 중 하나는 노동인구의 감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배달 비용 증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 경쟁력과 함께 솔직한 사내 소통 문화가 지금까지의성과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사진=뉴빌리티)

그의 말처럼 뉴빌리티가 만드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는 골프장과 캠핑장, 공동주택단지, 대학 캠퍼스 등 다양한 장소를 누비며 사람의 발을 대신하고 있다.

수년간 로봇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쌓은 기술력으로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서 테스트 기회를 얻기도 했다. 건조한 날씨와 높은 기온, 한국과는 다른 네트워크망 등 낯선 환경에서도 뉴빌리티는 기민하게 도로 데이터를 입혀 네옴시티 곳곳을 누볐다.

강기혁 부대표는 “뉴빌리티 팀의 기민함이 빛을 발했다“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네옴시티에서의 레퍼런스를 통해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빌리티는 이미 투자 업계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20년 프리A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 시리즈A, 올해 3월 브릿지A까지 총 29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월에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앞서서는 세계적인 디자인 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2’를 수상하기도 했다.

뉴비의 장점은 효율성이다. 라이다(Lidar) 센서를 빼는 대신 고성능의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를 썼다. 비싼 라이다가 빠지니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3D 인지 기술을 녹여 장애물 인식도가 높다.

특히 실외는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 이슈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 등 변수가 많은데 자체 개발한 ‘V-SLAM’기술로 측위 정확도를 높여 ‘길눈’이 밝은 것도 장점이다. 2021년 뉴비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은 1.5R 버전까지 나온 상태다.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만 높인 게 아니라 사용 접근성도 훌륭하다. 로봇 하드웨어 뉴비를 비롯해 서비스(RaaS) 통합 플랫폼 ‘뉴비고’, 배달 주문용 앱 ‘뉴비오더’ 등을 연계해 솔루션 통합 패키지를 구현했다. 사람들이 뉴비오더로 주문하면 상인들은 뉴비고로 주문을 확인해 준비하고, 뉴비가 배달하는 구조다.

뉴비 순찰로봇 모델. (사진=뉴빌리티)

올해 뉴빌리티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까지 외연을 넓혔다. SK텔레콤·SK쉴더스와 협력해 AI 순찰로봇 사업에 나섰다. AI순찰로봇은 설정된 공간을 자율 주행하며 24시간 영상 모니터링과 경고방송이 가능해 치안 강화나 시설 관리 보조수단으로 주목 받는다. 또 순찰이라는 게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 만큼 경비 인력 부담은 줄이면서도 효과는 확실할 거라는 게 뉴빌리티의 계산이다.

이를 위해 SKT는 뉴빌리티의 뉴비에 자체 개발한 실시간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기술과 비전AI 영상분석 기술이 탑재된 관제시스템을 적용하는 한편 야간 순찰용 저조도 360도 회전 카메라를  장착해 든든한 로봇 경비아저씨 역할을 맡겼다.

2017년 설립한 뉴빌리티는 직원 100여명의 꽤 큰 스타트업이 됐다. 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기술 스타트업이라 치열한 내부 다툼(?)도 잦지 않았을 테다.

강 부대표는 이를 해결할 열쇠로 ‘의도가 잘 전달되는 솔직한 소통’ 문화를 제시했다. 서로의 의견을 모두 솔직히 풀어놓되 내가 더 잘 안다고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독선적인 말투는 지양한다는 게 강 부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솔직한 소통과 무례한 소통은 다르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 모른다고 해 비판하는 자세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 10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한 뉴빌리티의 배경에는 솔직한 소통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사진=뉴빌리티)

스타트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계곡 단계는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 뉴빌리티. 하지만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주목 받는 신시장일지언정 아직 ‘빵 터진’ 수준은 아니다. 계속해서 관련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고, 경쟁사도 더 많아질 테다.

이제까지 회사가 한결같이 지킨 미션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만들자’였다. 단순히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건비 증가나 치안 공백 등 시장의 문제에 먼저 집중했고 시장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상의 불편함을 확인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는 일본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일본 정부가 실외 자율 배송을 정책 차원에서 미는가 하면 고령화로 인해 실외 배달 로봇 수요가 큰 시장이다. 이달 초 도쿄에서 열린 일본 최대 로봇전시회 ‘iREX 2023’에 뉴비를 들고간 뉴빌리티는 현지 사업자들과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참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강 부대표는 “시장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는데 계속해서 집중하겠다”며 “지금까지 잘 안착시켜 온 사업을 스케일업하는 한편, 스마트 팩토리 등 사업 영역 확장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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